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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창간 38주년 기획> 문화가 숨쉬는 현장-경기 용인 '농도원목장'

예술·문화 공존…‘긍정 축산’ 이미지 심는 6차산업화 롤 모델

[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낙농업의 본연의 목적은 우유 생산이다. 하지만 도시화가 가속화되고 축산이 민원의 대상으로 몰리면서 지속가능한 낙농을 이루기 위해 축산이 지닌 공익적, 다원적 기능을 소비자들에게 알려 상생을 도모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경기 용인의 농도원목장(대표 황병익)은 체험활동과 유가공을 통해 낙농업의 올바른 가치를 전파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냄으로써 6차산업의 롤모델이 되고 있으며, 특히 예술과 문화를 녹여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목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

 

낙농산업 발전에 큰 공로 
황병익 대표는 이북에서 건너온 부모님이 1973년에 시작한 목장을 이어받아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목장을 시작했다. 
농도원목장은 지난 30년동안 큰 변화 없이 전체 사육두수 120두, 착유 50두로 빙그레 쿼터 1천600kg을 보유하고 있다. 
황 대표는 2007년 국가산업발전에 기여한 공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되는 금탑산업 훈장을 받은 인물이기도 하다. 한국낙농경영인회 회장을 맡으면서 생애산유량 13만kg 생산우 탄생, 친환경축산직불제 시범목장, 아름다운 목장에 선정됐을 뿐만 아니라 국내 최고 수준의 우유를 생산해온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종축개량에서도 황 대표의 역할이 컸다. 90년대 중반 한국낙농경영인회 총무를 하면서 홀스타인 품평회를 차질 없이 준비함은 물론 검정회를 조직, 검정 사업을 확대하는 등 젖소 개량에 힘써왔다. 2008년 한미 FTA에 대비한 낙농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으면서 정부와 유업계를 설득해 목장형 유가공의 규제완화에 힘쓰는 등 낙농체험 목장 및 목장형 유가공이 국내에 안착하는데도 큰 기여를 했다.
황 대표는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해 2004년부터 소비자들이 직접 목장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낙농체험을 목장에 도입했다. 아울러 목장에서 직접 만든 유제품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7년 전 유가공 시설을 완비하고 유제품 판매를 시작했다.
연간 3만여명이 찾아오는 관광명소로 거듭난 농도원목장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도 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황 대표는 목장을 활용해 다양한 문화사업과 교육사업을 펼쳐 일반 소비자들에게 축산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아리아’ 울려퍼지는 목장 
농도원목장의 대표적인 문화행사는 오페라 아리아 공연이다. 축산현장이 냄새나고 지저분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목장이 가지고 있는 공익적, 다원적 기능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음악회는 벌써 14년 째 이어져 오며 우유소비홍보와 인근 주민들과의 화합에 기여하고 있다.
목장에 공연문화를 접목하게 된 계기는 젊은 시절에 본 베르너 헤어조크 감독의 ‘위대한 피츠카왈도’라는 영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아마존 밀림 속에 오페라하우스를 짓겠다는 황당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아마존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온갖 모험을 겪다 실패했지만, 결국 남은 사업자산인 증기선을 처분하며 마지막으로 선상에서 오페라 공연을 즐긴다는 줄거리다. 
황 대표는 “오랜 세월 낙농과 체험목장을 해오며 마음의 여유가 조금씩 생기면서, 꿈을 현실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2010년 가을 금난새 씨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을 불러 목장에서 공연을 했다. 그 당시 400여명의 관객은 주로 목장을 다녀간 학교 선생님과 유치원, 어린이집 관계자, 지역주민들이었다”며 “공연을 통해 오랜 꿈을 이뤘으며, 우리목장의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마니아층도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로부터 축산에 대한 이해도 얻었다.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지만, 투자에 대한 보상은 오랫동안 몇배로 받았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막대한 비용이 들어, 한 때 경기도의 지원계획이 있었으나, 공연 본질에 대한 이견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그래서 젊은 성악가를 후원하는 차원에서 오페라 아리아 공연을 해마다 개최하게 됐는데,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황 대표는 “목장의 늦여름밤 초지에서 젖소들이 풀을 뜯고 있고, 젊은 성악가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을 부를 때 관객들의 눈망울은 감동으로 가득 찬다”며 “목장이라는 공간이 냄새나는 혐오시설이 아니라 대중과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을 확신했다”고 말했다. 
농도원목장의 아리아 공연은 2017년부터 용인시의 후원으로 ‘별빛 마실’이라는 이름으로 3일동안 축제처럼 진행되고 있다. 
  ▲문화와 자연을 통한 교류 
농도원목장에선 올해부터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문구류 회사인 ‘FABRIANO’가 매주말 아트워크숍을 열고 있다. 
1264년 설립되어 베토벤을 비롯해 수 많은 작곡가들의 악보와 세계 유명 화가들의 물감과 캔버스를 생산한 이 회사는 소비자와 매주 전원에서 만난다는 운영방침을 가지고 있다. 
농도원목장은 서울과 가깝고 목가적인 경관을 유지하고 있어, 이 사업에 동참하게 됐다. 
워크숍에 참가한 가족들은 초청된 전문 아티스트로부터 강의도 듣고 미술 실기도 한다. 또, 연주를 듣거나 이태리 전통 성악가의 공연을 감상하기도 하고, 유제품 시식 등의 체험도 이뤄진다. 
황 대표는 “‘FABRIANO’는 이 같은 행사를 통해 국내 시장 확대가 목적이겠지만 우리 목장도 소비자들과 문화 교류를 통한 브랜드 가치 증대라는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농도원목장엔 반딧불이 서식하고 있다. 황 대표는 도시민들이 접하기 어려운 반딧불을 볼 수 있는 행사를 2008년부터 하고 있다. 
1년에 이틀동안 한정된 인원만 초대해 별자리 관찰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11시부터 반딧불을 구경하는 시간을 갖는다. 
황 대표는 “반딧불만큼 청정환경을 보여주는 압축된 단어는 없다고 본다. 즉, 목장의 환경이 깨끗하다는 것을 잘 대변해준다”며 “이 행사가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생각하고, 우리 목장에 대한 자부심도 느낀다”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축산공간이 목표 
농도원목장이 문화에 대한 투자와 도전을 계속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축산을 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라는 것이 황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1952년 설립되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농장 중 하나인 농도원을 상업적인 관광지로 변질시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며 “농도원이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목장이 갖고 있는 공익적, 다원적 가능을 통해 소비자와 교류하고, 문화·예술적 접목으로 농도원을 지속가능한 공간으로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체험목장의 도약을 위한 그의 생각을 밝혔다. 
황 대표는 “그 목장이 잘하는 것에 포커스를 맞춰서 가야한다. 목장에 많은 사람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은 당연히 관광으로 가야하는 것이고, 요즘 트렌드인 치유농업도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농도원의 경우 문화와 예술인 것”이라며 “무엇보다 목장을 서비스업으로 가져가선 안된다, 결국 목장의 기본은 생산이고, 체험은 소비자들 목장의 팬으로 만드는 작업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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