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동일개체 급성 · 만성형 동시 검출 사례 확인
회의 참가국 60% “현 시점 백신 검토 안해”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아시아태평양지역 ASF 협의회가 지난 6~8일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개최됐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ASF 발생 현황과 정보를 교환하고 실질적인 방역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이번 회의에는 각국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50명이 참석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ASF 발생시 즉각적인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는 국내 방역체계하에서 확인이 어려운 ASF 관련 다양한 정보와 기술 등이 전해지며 관심을 모았다.
“10~20m 거리 가능”
우선 ASF의 공기전파 가능성이 제기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지 정부 기관과 학계, 기업의 공동 연구과정에서 근접거리, 즉 농장내 10~20m 간격의 돈사간 전파 가능성이 확인됐고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에도 관련 논문이 게재됐다는 사실이 중국 참석자들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이에따라 중국에서는 일부 기업형 농장을 중심으로 에어필터 설치와 함께 정기적 청소와 먼지 제거 등 대응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만성형 피해도 급성형 수준
ASF가 확산된 나라에서는 돼지 한 마리에서 급성형과 만성형 ASF 바이러스가 동시에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도 눈에 띈다.
PRRS와 마찬가지로 이미 감염된 돼지에 다른 유형의 바이러스가 들어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만성형 ASF라도 급성형 못지 않는 피해를 양돈장에 불러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성형 ASF 발생농장의 경우 처음에는 무시할 수준의 피해가 확인됐지만 점차 돈군의 면역력을 크게 저하시키며 호흡기 등 다른 질병 감염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급성형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 오염 여부 신속 검사법 개발
전파 매개체로서 물의 위험성도 다시한번 확인됐다.
베트남의 경우 대기업 운영 양돈장내 작은 개울이 바이러스에 오염되고 이로인해 농장에 ASF가 전파된 사례가 이번 회의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그 위험성을 익히 경험한 중국에서는 물에서 신속히 ASF를 검출할수 있는 기술을 개발, 이미 현장에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화 방역 시범사업도
보다 실효적인 ASF 방역을 위한 아시아태평양지역 각국 정부의 고민도 적지 않다.
중국와 필리핀의 경우 지역화 방역대책을 마련, 시범사업을 통해 이미 유의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이번 회의에서 보고됐다.
다만 지역화를 위한 범위 설정과 이동제한 기준 등 세부 대책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보완과 수정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주목할 것은 이번 회의에 참석한 나라들을 대상으로 ASF 백신 사용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0% 정도가 “현시점에서는 검토치 않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ASF 백신의 품질 및 안전성에 대한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여서 관심을 모았다.
이번 회의에서 참석한 정현규 박사는 “ASF 방역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양돈 현장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매뉴얼 제시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아울러 양돈농가는 물론 유관산업계에 대한 방역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는 사실도 지적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