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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

<이슈> 무너지는 한돈시장 / 믿었던 가정용 구이시장 마저…'매대' 장악하는 수입 돈육

 캐나다산 주도…“품질도 별 차이 없다” 인식 변화

[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육가공 원료육 시장도 올들어 수입전지 대체 ‘가속’

“불황 지나도 달라지지 않을 것” 국내업계 위기고조

 

 

국내산 돼지고기 시장에 심각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외식과 단체급식 뿐 만 아니라 최근에는 가정용 구이 시장에서도 수입 돼지고기의 파상 공세에 밀리며 국내 양돈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입육 매대 조기 매진

지난 5월말 퇴근시간이 조금 넘어선 수도권 소재 한 대형유통점의 식육코너.

국내산 돼지고기 매대에 버금가는 크기인데다 폐점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시간대였지만 2.5kg 한팩당 3만7천원인 캐나다산 냉장 삼겹살과 목살 제품 전용 매대에는 냉장 삼겹살 한팩만이 덩그라니 남아 있다.

이날 판매량이 당초 예상을 넘어서며 대형유통점이 준비했던 물량 대부분이 일찌감치 소진됐기 때문이다. 여전히 절반 이상 채워져 있던 바로 옆 국내산 돼지고기 매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비단 대형유통점 뿐 만이 아니다.

최근들어 동네 상권을 파고들고 있는 기업형 수퍼마켓(SSM)에서는 저녁거리로 수입 삼겹살 제품을 손에 쥐어든 소비자들의 모습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 채널도 흐름은 다르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쇼핑몰에서 삼겹살 판매량 랭킹을 검색해 보는 것만으로도 수입 돼지고기의 인기를 쉽게 짐작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국내산 돼지고기의 ‘텃밭’ 이었던 가정용 구이 시장에서도 수입 돼지고기의 위세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까진 국내산 ‘텃밭’

얼마전까지 돼지고기의 가정용 구이시장 만큼은 국내산의 존재감이 가히 절대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최근 돼지고기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상기류는 국내 양돈업계에 적지 않은 동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사육돼지의 30%가 살처분, 국내산 돼지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정부가 할당관세와 함께 물류 비용까지 지원해 가며 긴급히 돼지고기 수입에 나섰던 지난 2010년 안동발 구제역 사태를 계기로 수입 돼지고기가 파고들기 시작했지만 가정용 구이시장의 주류는 ‘국내산’ 이라는 큰 흐름에 변함이 없었다.

당시 일부 기업에서는 가정용 구이시장의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가 수입 돼지고기가 아닌, 수입 쇠고기와 오리육 등 다른 축산물로 대부분 대체됐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그 설득력을 높이기도 했다.

한 때 국내 돼지고기 시장에 바람을 일으켰던 스페인산 이베리코 돼지고기 역시 외식 시장에 그 영향이 국한됐을 뿐 이었다.

 

수입돈육 매출 국내산 넘기도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를 지난 이후 사회 전반에 불어닥친 불황은 가정용 구이시장의 판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이 수입 돼지고기를 직접 구매하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고, 다시 재구매로 이어지는 등 수입 돼지고기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할당관세 수입 돼지고기를 활용한 대형유통점의 할인행사 등이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단초가 된 것 같다”며 “때마침 과지방 삼겹살 이슈까지 불거져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지방이 얇은 수입 돼지고기에 더 없이 유리한 시장 환경이 조성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지난해 부터 수입 돼지고기 매대를 크게 확장한 일부 대형유통점에서는 판매단가가 낮은 수입 돼지고기의 하루 매출이 국내산을 넘어섰다는 소식까지 들려오고 있다.

 

 

 

국산 가격하락 불구 수입 급증

이러한 시장 흐름은 올들어 소비 부진과 함께 국내산 돼지 가격이 하락하는 등 돼지고기 시장 위축 추세에도 불구하고 삼겹살을 중심으로 돼지고기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돼지고기 수입량이 5만 톤을 넘어서며 올들어 모두 23만톤이 들어왔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4.2% 증가한 것이다.

이 가운데 삼겹살이 37%인 8만5천88톤을 차지하면서 전년동기와 비교해 20% 이상 늘어난 물량이 수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가정용 구이 시장에서의 급격한 수입 돼지고기 ‘세’ 확대는 유통업계도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마트 문주석 부장은 “올들어 쇠고기 수입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럴 경우 가격적으로 한단계 아래인 국내산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라며 “하지만 올해는 국내산 돼지고기라는 중간단계를 뛰어 넘어 수입 돼지고기 수요가 늘어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위생도 높은 캐나다산이 주도

특히 ‘보리 먹인 청정돼지고기’라는 마케팅을 토대로 가정용 구이 시장에서 수입 돼지고기의 세 확대를 주도하고 있는 캐나다산 돼지고기의 경우 정부가 ‘특별 긴급관세’ 를 발동할 정도로 올들어 돼지고기 수입이 급증하고 있다. FTA 일정에 따라 올 한해 적용키로 한 관세의 기준물량을 지난 5월에 이미 넘어섰기 때문이다.

문주석 부장은 “캐나다산을 비롯한 북미산 돼지고기의 경우 거리적으로 냉장 유통이 가능하다. 가격과 함께 판매자 입장에서는 위생적인 부분도 상당한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라며 “더구나 균일성도 높다 보니 품질에 대한 예측 가능하다. 국내에서 지방손질을 따로하지 않아도 과지방 이슈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정용 구이시장의 균열은 국내 양돈업계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산 돼지고기 시장은 삼겹살과 목살이 지탱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하부위 시장은 보조적인 역할 밖에 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가정용 구이시장이 무너지면 그나마 남아있는 외식 구이 시장 마저 더 빠른 속도로 수입 돼지고기로 옮겨가며 국내산은 설땅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국내산 원료육 비중 하향

최근 불황속에서도 그나마 국내 양돈산업계의 버팀목이 돼 왔던 ‘하부위 시장’도 삐걱거리고 있다.

캔햄 제품 등 2차 육가공품의 원료육으로 사용되고 있는 국내산 후지가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크게 상승한데다 올초 국내 양돈 현장의 질병 확산 소식까지 맞물리며 2차 육가공업계가 수입 전지로의 대체를 서두르고 있다.

올들어 5월까지 전지 수입량이 전년대 비 40% 이상 증가한 현실이 그 근거가 되 고 있다

2차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들어 국내산 후지가격이 소폭 하락하고, 수입 전지 오퍼가격이 오르기도 했지만 일단 수입육 비중을 높이기로 한 육가공업체로서는 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에따라 2차 육가공품의 원료육 국내산 비중이 기존 70% 수준에서 60% 정도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소비자 재구매 추세 더 심각

이제 관심은 최근 시장 흐름의 고착화 여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단 올 하반기까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당분간 국내 경기가 침체 국면에서 완전히 벗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은데다 하반기에는 수입 돼지고기 오퍼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기 전망 역시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다.

육가공업계와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가정용 구이 시장에서의 수입 돼지고기 재구매 추세에 주목하고 있다.

수입 돼지고기의 품질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또 다시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것이다.

물론 최근의 소비추세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대형유통점의 한 관계자는 “수입 돼지고기가 ‘불황 상품’ 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만큼 국내산 돼지고기 소비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수 의견에 그치고 있는 형국이다.

수입 전지로 이동하고 있는 2차 육가공품의 원료육 시장의 탈환도 쉽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차별화 각인 시급

가뜩이나 인구절벽 시대 전체적인 시장감소와 함께 비건 및 인공식품의 잇따른 출현에 긴장하고 있는 국내 양돈업계로서는 더없이 암울한 전망이 아닐 수 있다.

꾸준한 가격경쟁력 제고와 함께 맛과 품질에서도 우리 소비자들에게 국내산 돼지고기의 차별성을 확실한 각인시킬 수 있는 범 양돈업계 차원의 대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축산신문, CHUKSA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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