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정부 섣부른 시장개입 부작용 원천해소를
삼겹살 전문음식점 프랜차이즈인 D사는 과지방 이슈와 함께 ‘지방1cm’로 상징되는 정부의 삼겹살 품질 매뉴얼이 발표된 이후 구이용에 대해서는 지방두께가 얇은 삼겹살(박스육)을 선택, 전국의 가맹점에 공급해 왔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다시 이전 두께로 되돌렸다. ‘삼겹살이 뻑뻑하다.’, ‘맛이 없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잇따른데 따른 것이다.
외식시장 부터 발빠르게
국내 돼지고기 시장이 ‘지방 1cm 삼겹살’ 의 그늘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이같은 양상은 소비자의 반응이 상대적으로 빠른 외식시장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다.
D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식당은 ‘맛’ 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집이 강하다.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맛의 수준이 이전보다 떨어진다면 언론을 비롯한 여론의 영향도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며 “얼마전부터 과지방 이슈 이전 수준의 지방 두께로 삼겹살을 제공하고 있지만 별다른 불만이 없다”고 밝혔다.
과지방 이슈의 중심지였던 가정용 시장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방 1cm 논란이 한창일 때는 바이어들이 자를 들고 다니며 지방두께를 측정할 정도였다”며 “그러나 온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맛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늘어나다 보니 지금은 떡지방이라고 확실히 느낄 정도의 지방만 제거해 유통점 등에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삼겹살 지방 1cm’ 가 소비자가 원하는 절대 기준이 아니었음이 시장에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자정기능 외면…막대한 피해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1~9일까지 진행된 한돈팝업스토어에서 즉석 시식을 토대로 지방 함량별 소비자 선호도를 임의적으로 조사한 결과 2/3 이상이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삼겹살을 선택하기도 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획일적인 정부 기준으로 인해 소비자 혼란은 물론 가공, 유통업계가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을 입었다”는 비난을 피할수 없게 됐다. 일각에선 “마치 국내 돈육시장 전체의 구조적인 문제점인 것처럼 몰아간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도 문제”라는 불만도 나온다.
언론 공세에 떠밀린 정부가 섯부른 개입에 나서기 보다는 시장의 자정 기능을 믿고 맡겨야 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소비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가 지난 8월 연령과 직업, 성별 등으로 모두 4개의 소비자그룹을 나눠 실시한 FGD(Focus Group Interview) 결과 “과지방은 판매자의 소양 및 도덕성 문제”라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다.
혼란 요인 근본적 해소를
물론 과지방 이슈나 ‘지방 1cm’ 논란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라는 경계의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가공 단계에서는 여전히 지방두께 기준이 (과지방 이슈) 이전보다 높다. 게다가 최근 과지방 이슈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는 건 여름철 돼지 성장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해당 이슈는 언제든 다시 터져 나올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사실상 ‘지방 1cm’ 논란을 야기한 정부 차원에서 적정 지방두께는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실한 시그널을 소비자와 시장에 제공하는 ‘결자해지’의 노력을 주문했다.
‘지방 1cm’를 삭제한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 개정판을 마련해 놓았지만 그 시기와 공개 방법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정부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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