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가 뒤늦게나마 돼지 소모성 질병 대책에 적극 나섰다. 농림부는 우선 검역원과 축산연구소로 하여금 질병 발생 농장과 청정 농장의 차이점을 분석토록 하고, 그러한 분석을 통해 소모성 질병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대책을 내놓은 것은 기존의 교과서적인 대책에 비해 좀더 피부에 와닿은 대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소위 4P(PRRS, PMWS, PRDC, PED)로 불리우는 돼지 소모성 질병은 그동안 밀사에 의한 부적절한 환경 때문에 주로 발생하는 질병으로 여겨져 왔고, 그동안 정부나 전문가들도 이 4P 문제만 나오면 “밀사를 방지하고 청정 환경을 유지해줘야 한다”는 ‘듣던 소리’만 반복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번에 소모성 질병 발생 농장과 청정 농장 비교에서도 내용에 있어서는 그게 그 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양돈장 관리인 편의 중심의 양돈장에서는 소모성 질병 발생이 많았으나 돼지의 입장에서 환경을 생각하는 양돈장에서는 소모성 질병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나, 이웃 돈방의 돼지가 서로 주둥이를 접촉할 수 있도록 시설된 경우 질병 감염이 그만큼 쉬웠다는 지적 등은 같은 소리라도 좀더 피부에 와닿는 소리였다. 또한 농장의 인력 부족으로 초유를 골고루 먹이지 못해 면역력이 약해서 질병 발생이 불가피했다거나, 20일 미만의 조기 이유 및 2~5복 혼합 사육 사육하는데 따른 구조적인 문제 지적도 체감할 수 있는 지적이었다. 농림부는 이 같은 분석을 기초로 앞으로 적정 사육두수 축사 모델 개발이나 축사 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함과 동시에 농장 위험성 평가 방법을 개발하고 전국 양돈장의 모돈 건강검진제 추진도 돼지소모성 질병 발생을 줄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됐다. 따라서 농림부의 이 같은 대책이 어떻게 실현될 지 기다려진다. 적정 사육두수 모델 개발은 물론 농장 위험성 평가를 어떻게 할 지, 모돈 건강검진제도는 또한 어떻게 추진될 지 의문 보다는 기대가 크다. 이왕이면 적정 사육두수의 축사에서 돼지를 사육할 경우 소득도 얼마나 더 늘어난다는 경영 분석도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많은 현장 양돈인들이 다소 소모성 질병 피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밀사를 통해 돼지를 많이 사육해서 출하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모든 양돈 농가들이 밀사의 피해를 몰라서 ‘밀사→소모성질병 발생→출하물량 감소’라는 악순환을 계속하느냐는 것이다. 밀사를 피하기 위해 사육 시설을 늘리려해도 늘릴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가축의 소모성 질병 근절을 위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밀사를 불가피하게 하는 양돈부지난을 해결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양돈부지난의 해결책이란 다름 아닌, 그동안 이 난에서도 수차례에 걸쳐 강조돼 온 축사부지를 농지의 개념에 포함시키는 농지법 개정이다. 그렇지 않고 현재 상황에서 밀사 방지만 강조하는 것은 결국 돼지 사육두수를 줄이는 것이며, 이는 국내 돼지고기 가격을 턱없이 올려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거나, 아니면 외국산 돈육 수입을 늘려 외국 농민들의 배만 불리는 결과가 될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