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산 분유재고량 증가추세가 심상치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원유파동으로 이어져 심각한 위기가 올것이란 경고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어 보인다. 낙농업계는 현재 농가나 사육마리수는 줄고 있으나 원유생산량은 큰 변동이 없는 가운데 올들어 우유소비량은 백색시유의 경우 2.2%, 가공유는 무려 11.7%나 줄어들어 유업체들의 분유재고량이 지난해보다 무려 40% 이상 증가하는 심각한 수급불균형을 보이고 있다. 농가수나 사육마리수가 감소한 만큼 원유생산량이 줄지 않았다는건 생산성 향상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여느 때 같으면 반가운 일이겠지만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는 상황에서는 재앙이라고 할수 있다. 분유재고 증가로 경영압박을 받는 유업체들이 집유량을 제한하거나 유대일부를 분유로 지급하고, 심지어 낙농가들이 원유를 버리는 파동으로 까지 발전했던 과거의 사례로 미뤄볼 때 수급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낙농산업의 총제적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그나마 작금의 상황이 이 정도로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이 소위 ‘감아 팔기’식 덤핑판매와 같은 유업체들의 고육책 때문이란 점에서 위기의 가능성은 한층 높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문제의 심각성은 인정하면서도 난국타개를 위한 지혜를 짜내거나 중지를 모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생산자단체 차원의 자구노력이 없는건 아니지만 지금의 상황은 일과성 행사로 해소될 성질이 아니다. 모금운동과 같은 자구노력은 그것대로 하되 보다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업계와 정책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생각과 방법이 다르다 하더라도 무릎을 맞대고 중지를 모으며 최대공약수를 찾아가는 것이 급선무다. 그러지 못한채 시간을 보내다가는 모두가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게 과거의 원유파동에서 얻은 교훈이 아닌가. 지금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댄다면 풀수 있는 일도 적지 않다. 일례로 형편이 어려운 소년소녀가장과 독거노인등 불우이웃을 대상으로 한 우유급식을 들수 있다. 현재의 수급불균형이 파동으로 이어졌을 때의 낙농업계나 유업계, 정부가 감수해야 할 부담을 생각한다면 이 문제는 어렵긴 해도 풀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출혈을 감수하며 감아팔기라도 해야 하는 유업체들의 노력이나 원유파동이란 최악의 상황에서 감당해야할 정부의 부담과 노력을 이런 곳에 미리 투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 낙농산업이 안고 있는 현안이 비단 이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풀어야 할 과제는 무릎을 맞대며, 터놓고 중지를 모으는 길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도 때를 놓치고 나면 가래로도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을 모두가 가져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