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중앙회조직의 슬림화라는 명분으로 축산조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끈질기게 나타내고 있다. 농협은 지난 14 · 15일 열린 경영위원회에 경영혁신 차원에서 축산경제부문의 돈육 및 계육사업을 통합, 자회사화 한다는 계획을 상정했으나 강한 반대의견에 부딪쳐 2006년 12월 이후 출범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농협의 이같은 움직임은 결론적으로 말해 혁신을 빙자한 개악(改惡)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혹자는 축산부문을 위축시켜 통합전 농협의 모습으로 회귀하려는 의도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육가공사업의 자회사화 방침은 중앙회 조직슬림화를 통한 경영혁신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축산의 비중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못한 안목부재론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 예를 들면 첫째, 축산사업의 협동조합적 기능 측면이다. 목우촌사업은 단순한 중앙회 경제사업이라기 보다는 협동조합의 전체 육가공사업을 선도하며, 일선축협과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데 기본 취지가 있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사업수행을 통해 참여농가의 안정된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경제사업 역량이 취약한 조합에 대한 교육지원으로 협동조합 육가공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육가공사업이 자회사로 전환된다면 대부분의 자회사들이 보여준 그동안의 행태에 비춰볼 때 이러한 기능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수익위주인 상업성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자회사들이 회원조합사업을 지도 · 지원하며 끌고 가기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농협사료가 자회사로 전환된 이후 사료가공조합과의 경쟁이 심화되고 각종 파열음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자회사경제사업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육가공사업의 시장환경이나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육가공업계의 환경은 고도로 전문화 또는 특화된 특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적색육인 돼지고기와 백색육인 닭고기의 특성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 두가지를 겸업하는 육가공업체가 없는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원료육조달과 물류 및 유통이 상이하기 때문에 통합을 한다 해도 시너지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환경을 놓고 볼 때 양부문의 무리한 통합은 곧 육가공사업의 경쟁력저하로 이어져 축산경제사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와 같은 부당성은 차치하고라도 농협의 이번 방침은 명분 또한 약하다. 농협은 지금까지 슬림화란 명분하에 수많은 자회사를 탄생시켰지만 이들 자회사를 보는 농축산인들의 시선은 그야말로 싸늘하다. 기존 자회사들은 대조합원 이익환원절차가 차단된채 수익성에 치중, 협동조합적 기능을 외면하는데다 중앙회가 조직적으로 인적 물적 지원을 함으로써 슬림화의 취지가 실종되고 있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자회사임원은 중앙회 퇴직간부들을 위한 자리로 활용되고 있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농협은 통합방침을 밝히면서 상무급 분사장을 둔다고 한다. 그동안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사장자리는 당연히 상무가 가고, 그 밑에 부문별 사업부서장은 1급 퇴직간부의 자리가 되리라는건 삼척동자라도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따라서 육가공사업 자회사화 방침은 시장환경과 명분면에서 설득력이 없는만큼 전면 백지화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망령이 재발한다면 농협의 축산죽이기 속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란을 빌어 특히 강조할 대목은 회원축협과 많은 축산인들은 조합과 농민단체들이 그토록 폐지를 요구하는 시군지부를 그대로 두고, 이른바 ‘돈장사’를 하는 신용부문은 공제와 카드까지 직할사업으로 둔채 조직을 늘리면서 축산사업은 통합자회사로 만들겠다는 것을 축산과 축협의 그림자를 지워 통합전의 모습으로 회귀하려는 의도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농협을 이끌고 있는 계층의 안목부재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1차산업생산액 가운데 축산이 쌀을 앞질러 농촌의 최대소득원으로 부상됐음을 굳이 강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축산물의 식량비중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농협이 앞으로 농업과 식품산업을 어떻게 조화를 이루도록 할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요구된다. 거듭 강조하는 것이지만 농협은 이같은 시대추세를 감안해 축산부문에 대한 역량강화는 물론 일선축협들이 소외됨 없이 보다 능동적으로 축산사업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데 열과 성을 다할것을 촉구한다. 통합이후 축산부문의 협동조합적 기능이 지속적으로 위축되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번 일을 계기로 농협의 향후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것인지 지켜보고자 한다. 축산은 날로 전기업화되고 개방에 따른 적응력을 키워가고 있는데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고 근지안적이며 편견과 무관심으로 일관한다면 축산은 축산분야의 자주적 역량에 의해 발전할수 있도록 손을 떼는 것이 옳다는 여론이 비등해지고 있음을 결코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