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축산이 무한경쟁시대의 지구촌 축산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축산물의 브랜드화를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가 시급한 과제라는 것은 우리 축산업계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외국 축산물의 저가 공세에 견뎌낼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축산업계는 지난 90년대 내내 축산물 수입개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논의해 왔고, 그 대처 방안의 골간은 생산비 절감과 고급육화를 통한 품질 경쟁력 강화, 그리고 안전성 강화로 요약 될 것이다. 축산현장에서는 이에 따라 생산비 절감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어떻게 하면 품질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끝에 브랜드 축산물의 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축산농가는 농가대로, 유통업계는 유통업계대로 그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지금 브랜드 축산물의 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아졌다. 정부에서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그동안 등록됐거나 등록을 신천중에 있는 브랜드의 수는 한우고기가 86개, 돼지고기 1백9개, 닭고기 22개, 계란 96개나 된다고 한다. 양적인 면만을 보면 브랜드 축산물 시대가 활짝 열린 느낌이다. 그러나 축산물 브랜드의 수가 이렇게 많다고 해서 우리 축산의 경쟁력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느냐 하면 그것은 아니다. 그만큼 축산물의 브랜드화에 허점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선 지적되고 있는 것은 축산물 브랜드로서 품질이나 기능성이 차별화되지 못하고 지역 명칭만 갖다 붙인 것이다. 이같은 축산물 브랜드는 단기적으로 해당 지역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는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품질이나 기능에서 차별화 되지 못하면 결국 그 지역 소비자들도 외면하고 말 것이라는 측면에서 개선을 요하고 있다. 또 기능성이나 품질의 우수성은 인정 받았다고 하더라도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욕만 앞선 나머지 판매망을 늘리는 등 유통 판매 관리상의 허점을 보인다면 이또한 축산물의 브랜드화를 통한 우리 축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찬물을 끼엊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축산물의 생산과 유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브랜드축산물이 제대로 홍보가 이뤄지지 않으면 애써 브랜드축산물을 개발하고 육성한 보람이 없어진다. 결국 축산물 브랜드화의 성패는 품목별 기능성 축산물의 브랜드를 생산하고 유통하는데 있어서 어떻게 하면 생산의 차별화와 유통의 차별화를 이룰수 있느냐, 그리고 소비자들이 이들 브랜드 축산물에 쉽게 접근하게 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축산전문가들은 축산물 시장 완전 개방의 해를 맞아 우리 축산의 국제 경쟁력을 갖춘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조심스럽게 희망을 가지는 것은 바로 우리것, 우리 기호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들 소비자들을 위해서라도 그들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 축산물을 개발하고 또 지속적으로 발전시킨다면 우리 축산은 분명히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진단인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축산물의 브랜드화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양적인 발전보다는 우선 질적인 기반을 갖추는데 좀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본다. 브랜드 축산물에 대한 홍보 또한 좀더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이나 호주 등 쇠고기 수출국들이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자국의 쇠고기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마케팅 모습을 보면 섬뜩하기조차 하다. 우리 소비자들이 선호할 수 있는 좋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홍보 마케팅을 제대로 못해서 시장을 빼앗긴다면 이 또한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 것인가. 정부는 물론 업계 관계자 모두가 정말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