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보람보다는 아쉬움이 남는 연말, 올해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것 같다. 우리 축산업계를 되돌아 보면 예년에 비해 크게 나쁠 것도 그렇다고 크게 좋을 것도 없다. 그러나 왠지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욕심 때문일까. 2005년, 시작은 예년에 비해 좋았다. 우선 축산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좋았다. 한우 값은 비교적 높은 가격을 계속 유지했고, 우유 값은 작년 말 이미 인상했던터여서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돼지고기 값과 닭고기·계란 값도 고공행진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고가의 축산물 가격은 근본적으로 축산물 공급 부족에 따른 것으로, 축산농가들의 입장에서는 축산물 가격이 높다고는 하지만 내다 팔 축산물이 없어서 실속이 없는 한 해였다. 아울러 고가의 축산물은 그 소비 기반을 약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 우유가 그 대표적인 것으로, 낙농가들은 그렇지 않아도 경기 침체로 인한 걱정이 가시지 않은 가운데 우유 값 인상으로 인한 소비 위축이 겹쳐 분유 재고가 쌓이는데 따른 마음 고생을 피할 수 없었다. 특히 가금산업 분야는 이 같은 고가의 호시절도 잠시, 국내에서 발생되지도 않은 조류인플루엔자 파동으로 심한 고초를 겪었다. 일부 국가기관의 잘못된 정보의 전달과 언론의 과잉보도에 따른 것으로,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뭔가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2000년대 이후 키워드로 떠오른 ‘브랜드’와 ‘친환경’ 정책을 이어 갔다. 농림부는 축산물 브랜드의 정의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브랜드 난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광역화를 추진하는 등 축산지원 정책이 브랜드라는 하나의 패키지로 추진됨으로써 정책의 효율을 꾀했다. 친환경 축산 정책은 안전 축산물 생산을 위해 사료 첨가 항생제를 53종에서 25종으로 줄여 관심을 끌었으며, 도축장과 사료공장은 물론 축산농장 HACCP를 추진함으로써 소비자 신뢰 기반을 닦았다. 깨끗한 농장 가꾸기도 같은 맥락에서 주목됐다. 축산 의무자조금 사업의 본격화는 축산인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어가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있게 받아들여졌다. 협동조합의 자구노력도 돋보여 전 조합이 흑자경영을 시현하고, 협동조합간 협동을 통해 상생을 추구한 것도 의미있게 평가된다. 그동안 수년간 축산업계의 숙원이었던 음식점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 입법이 실현된 것은 올 축산업계 최대의 희소식이었다. 그러나 현재 축산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 이를테면 가축분뇨처리 문제, 소모성 질병 문제 등을 푸는 열쇠가 될 축사부지의 농지 허용을 골자로 한 농지법 개정안은 발의만 된 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너무나 큰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김치 파동과 함께 논란이 시작된 식품 행정 관리체계 문제는, 식품은 농장에서 식탁까지 일관된 관리가 필수적인 고려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듯한 논의에 축산인들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협상을 시작한 것도 축산인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 밖에도 가축분뇨의 해양배출 단속 강화, 연말 전남북지역과 충남지역을 강타한 폭설도 축산인들의 마음을 무겁게한 소식이었다. 이렇듯 2005년 한 해도 다사다난했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해였다. 다만 그런 중에도 축산인들이 축산인들 앞에 놓인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겠다는 의지를 의무자조금이라는 실체로 드러내 보인 것은 우리 축산 미래에 희망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나마 2006년을 맞이하는 축산인의 마음을 가볍게 하고 있다. 이는 다시말해 축산인들이 힘과 지혜를 모을 때 비로소 축산의 활로가 열리게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이기도 하다. 아듀! 2005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