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계류중이던 농지법개정(안)이 축산인들의 기대와 열망을 외면한 채 처리가 유보됐다. 법안을 다루는 의원들은 정부측 반대 의견을 듣고 심도있는 논의마저 생략한 채 다음 회기로 넘긴 것이다. 회의장 밖에서 이를 지켜보던 30여명의 축산인들은 “무슨 국회가 이래” 하며 실망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대안없이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만 일관하는 무성의한 농림부측 태도에 대해 분개하기도 했다. 농지법 개정을 반대하는 의견은 이렇다. 농지를 풀어놓을 경우 축사의 난립으로 야기될 민원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선 대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물론 공감하는 사안이다. 이제 축산인 스스로도 친환경적이고 깨끗한 환경을 전제로 하지 않은 축산은 원치도 않고 할 수도 없음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경종 농업과 호흡하며 농촌과 농업을 지키고 식량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내놓고 축산인들을 이끌어 달라는 것이다. 이 같은 대책을 내놓지도 않고 또 대화 한 번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축산에 농지를 할애할 수 없다는 식의 반응에 대해 축산을 무시하는 홀대의 표본이라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축산 분야가 농정을 불신하게 하는 몇 가지 표본이 있다. 그 하나는 예산이다. 자료에 의하면 올해 농업 분야 전체 예산 9조 가운데 쌀 관련 예산이 무려 4조원이다. 이 가운데 2조9천억원이 생산 조절 또는 소득 보전 비용에 쓰인다고 한다. 반면 1차 산업 가운데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축산 예산은 불과 9천여억원에 불과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계수이다. 축산인들을 더욱 분개케하는 것은 내년도에 쌀 휴경직불제 재도입이다. 3만헥타(9천만평)의 논을 휴경토록함으로써 약 15만톤(1백만섬)을 감산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민의 혈세 9백억원을 투입하겠다니 축산인들이 화가날 만도 하다. 농지를 휴경하면서 생산성 높은 축산용지 할애를 외면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말도 나돌아 다닌다. 농업관료 중에 “축산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기 때문에 농지를 놀리는 한이 있어도 축산용지로는 줄수 없다”고 한다는 전언도 있다. 말이라고 하는 것인가. 또 다른 측면을 보자.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81kg이었고 오는 2015년쯤에는 60kg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보고서가 있다. 이럴 경우 현재 논 면적의 20%에 해당하는 20만ha의 농지를 더 감축해야 한다고 한다. 이같이 쌀 소비가 줄어들어 쌀을 보관하는 예산만도 올해의 경우 무려 3천6백여억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쌀 문제의 해법을 축산에서 찾자는 제안들이 그토록 밉상인지 묻고 싶다. 쌀 소비가 줄어든 만큼 축산물 소비가 증가했다는 것은 누누이 강조했듯이 축산물도 쌀 못지 않게 국민의 생명 창고임을 강조치 않을 수가 없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농지 관련 연구 용역이 10월쯤 나온다고 한다. 이미 여러차례 공론화한 축산분야는 그 용역을 까맣게 모르고 있다. 의뢰된 용역 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이냐 여부에 대해 두고 봐야겠지만 편리한 쪽으로 짜맞춰질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지금껏 여러 가지 정황들이 그런 오해를 받기에 충분했다는 여론이다. 아무튼 농지의 효율적인 활용이 몇몇 사람들의 영향력과 생각에 의해 마음대로 재단되어서는 안된다. 거스를 수 없는 개방시대에 논 지상주의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쌀 생산도 조절해서 재정의 효율성을 도모하고 경쟁력있는 식량 품목을 장려하고 축산 농민을 육성하는 열려있는 농지정책이 바로 애국하는 길이라고 생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