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계층의 한 축산인은 요즘 축산 현실을 놓고 가슴 답답해했다. 뜻과 지혜를 모으지 못하고 제동 장치 풀린 기차처럼 무작정 질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기간 호황세에 있는 돼지 값 이야기부터 말문을 열었다. 경쟁력을 확보해서가 아니라 각종 소모성 질병의 만연으로 출하두수가 줄어들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발생하는 현상임을 지적했다. 한우 값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 등락은 있지만 고르게 고가를 유지하는 것 역시 이변이 아니냐고 반문한다. 특히 양돈 농가와 낙농가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반해 한우 사육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는 산이 높으면 계곡도 깊게 마련이라고도 했다. 사실 우리나라 축산을 놓고 보면 눈앞이 캄캄함을 느낀다. 낙농의 경우 원유 값이 보장되어 있고, 돼지 값 역시 대박을 터트릴 정도로 정말 괜찮은데 다투어 가며 축산업 경영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경제 가축 사육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주목된다. 양계도 마찬가지고 특수 가축 할 것 없이 작금의 축산업은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축산물 시세가 좋을 때 축산을 접는 지혜파가 있는가 하면 호황기인데도 그 시너지를 보지 못하고 축산경영을 포기해야하는 경우도 속출한다. 정말 아이러니와 안타까움이 교차되고 있다. 이미 전국의 양돈 농가는 8천명선이 무너졌다. 낙농가 역시 1만명 턱걸이가 엊그제 같은데 9천명 벽도 무너졌다고 한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2~3년 안에 현재의 절반정도가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는 축산인이 많다. 이같은 전망은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 내년부터 등록제에 대한 이행 여부의 실사가 벌어지고, 양분총량제 도입은 물론 악취방지법 발효에다 해양투기금지 조치 등 각종 규제가 시행될 경우 이를 극복해 낼 수 있는 축산인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경험을 살려 축산을 교과서 같이 비경제적인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경영을 해보고 싶어도 옮겨갈 부지도 없다. 또 타 지역에서 오라고도 않는다. 그야말로 축산은 퇴로를 완전히 봉쇄당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어느 모로보나 길조는 없다. FTA를 비롯 불길한 징후들이 축산경영을 혼돈스럽게 만든다. 불확실한 장래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 앉을 수 만은 없다. 어떻게 이룩해 놓은 축산업인가? WTO때 저율 관세로 제어장치를 해 놓은 채 송두리째 수입 개방을 허용 했을 때 규모화로 극복한 축산업이 아닌가. 새로운 시장 질서와 경쟁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인프라만 구축해 준다면 당당히 시장 질서에서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다는 축산인들의 저력이 담긴 절규를 외면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기회와 가능성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야할 것이 있다. 심도 있고 소신 있으며 철학이 담긴 일관된 축산 정책이 필요하다. 근본을 다잡지 않고 그때 그때 땜질성 정책으로는 흐트러진 축산을 바로 세울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문한다면 그랜드 플랜의 한국 농업정책 기조 속에 글로벌 스탠다드의 축산을 하자는 것이다. 질병을 최소화하고 분뇨를 자경농지에 소화하거나 인근 농지에 환원하는 친환경 농축산업 시스템은 분명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지만 이제야말로 실천에 옮기는 정책의지가 긴요함이 강조된다. 제기된 과제들을 실천으로 옮기는 데는 축산인들의 굳은 의지와 한결같은 결속이 필요하다. 전문가 집단을 동원해서 분야별 로드맵을 만들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기획 조정기능만이라도 각분야를 총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할 것도 제안한다. 총괄 시스템의 필요성은 지금 같이 이익 집단간에 ‘내캉니캉하는’ 식의 구슬치기 방식으로는 11조원이라는 알토란같은 산업을 지키는데 한계가 있음을 공감해야 한다. 분야별 로드맵을 제안하는 또 다른 이유는 예측 가능한 경영 그리고 미래지향적인 투명한 정책을 제시하는 동시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한 위기 대처 능력도 함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이제 축산업도 고급 지식은 사온다는 안목이 절실하며 부상되어 있지 않은 진주 같은 좋은 정책과제를 발굴하는데 투자에 인색함이 없어야 한다. 동시에 제안과제들이 시스템적으로 어긋남이 없는지, 판단을 흐리게 할 수 있는 나열식으로 정부에 요구하는 사항은 없는지도 로드맵을 통해 극복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와 함께 정책 제안들이 로드맵을 통해 검증되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졸속을 피하도록 하는 것도 보다 성숙된 축산발전의 현안임이 틀림없다. 윤봉중 본지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