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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문제, 지혜와 역량을 모으자

우리나라 낙농업은 쌀과 같이 경쟁력이 취약하면서도 남는 것이 문제다. 가뜩이나 수급 불균형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는 상태에서 설상가상으로 한미 FTA협상에 따라 관세가 깎이거나 무관세로 전활 될 경우 초토화가 우려되고 있다.
사실 낙농문제는 FTA협상중인 미국보다는 호주나 뉴질랜드가 더 문제다. 통계를 보면 원유 1kg당 생산비가 우리나라의 경우 627원이지만 미국은 329원이고 호주는 186원으로 우리의 29.7%에 불과하다. 우리보다 생산비가 높은 나라는 일본(863원) 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우리나라 낙농은 일본 다음으로 생산비가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반면 국민 1인당 우유(음용유) 소비는 우리나라가 37kg을 마시고 있지만 미국은 85.5kg, 호주는 91.1kg, 캐나다는 92.8kg을 마신다. 우리보다 유일하게 원유 생산비가 높은 일본의 39.2kg보다도 덜 먹는다. 더욱 심각한 것은 국내 낙농생산동향이다. 8천여호의 낙농가가 생산하는 원유는 대략 2백26만톤 정도다. 이중 33만5천여톤이 남고 있다. 소비에 비해 과잉 현상이다. 매년 여름철이면 곰팡이 균처럼 되풀이 되는 잉여 원유 처리를 놓고 백방의 대책을 추진해 왔고 지금 이 시간에도 공방전이 벌어지고 있다. 답은 간단하다. 남는 원유 33만여톤을 줄여 생산하거나 더 먹도록 해야 한다.
유제품 수입은 갈수록 늘어나고 수입된 량만큼 국산 원유가 남아돌기 마련이다. 하지만 정책도 안일하게 현안에 매달려 있는 느낌이며 생산자 역시 근본 대책마련에 뜻과 공감대마저 형성하지 못하고 고정 관념의 틀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우유 자급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990년 93.4%이던 자급율이 72%로 크게 떨어졌다는 것은 우리 낙농의 체질이 그만큼 허약하다는 증거다. 관세로 제어장치를 해 놓았지만 그동안 20%이상 유제품 시장을 이미 외국에 내줬다. 이 같은 통계는 한국 낙농의 앞날에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또 다른 통계를 보자. 낙농업계가 그토록 갈망하고 있는 학교 급식의 경우 초등학생 82.1%, 중학생 16.6%, 고등학생 9.5%, 특수학교 86.9%로 전체 학교급식대상 학생수(7백81만2천명) 가운데 49.7%만이 학교 급식 우유를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보다 생산비가 높은 일본의 88.5%에도 크게 뒤지고 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참으로 부러운 통계수치임이 틀림없다.
다만 한국 낙농이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OECD 회원국가, 즉 선진국 가운데 우유를 가장 적게 마시고 있어 우리의 노력 여하에 따라 국내 낙농업이 성장할 수 있는 ‘룸’이 충분히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얼마 전 품목별 ‘로드맵’을 만들자고 제안 한 것도 이같이 혼란스러운 낙농산업을 정리해서 지혜롭게 해결방안을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다. 현안이 많은데 근본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우왕좌왕하다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 수도 있음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이같이 실타래같이 얽히고설킨 낙농업을 어떻게 풀어 갈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직결문제니 하는 것도 당장에 풀어가야 할 현안임에는 틀림없지만 당장에 남는 원유를 학교 급식 등 단체 급식으로 해결하는데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남는 원유 해결 방법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더 먹거나 생산을 줄여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소극적이다. 생산을 줄이는 문제는 우리의 낙농여건상 합의를 도출해내기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특단의 지도력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현안은 현안대로 풀되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원유 생산에 비해 우리의 유일한 희망인 시유 소비가 정체되거나 소폭이나마 감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우유 홍보는 소비자 의식을 제대로 읽고 있느냐는 지적이다. 시유 홍보 방식은 과거나 현재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야말로 아나로그적이고 원시적으로 촌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소비자는 우유가 없어도 얼마든지 건강하고 아름다워 질 수 있는 음료가 지천으로 널려있을 정도로 선택폭이 넓어졌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한심한 것은 늘 강조하지만 우유를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는 책자들이 서점가에 널려 있는데 웬일일까. 우유가 좋다는 책들은 찾아보기가 쉽지가 않다. 입체 홍보를 강화해보자는 제안을 거듭 해본다.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파악해야 그에 상응하는 답이 나올 수 있다. 정말 우유 홍보는 목장 아줌마들의 땀 흘리며 절규하는 우유 이야기로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것은 낙농가들이 낙농 현실을 놓고 발전적인 지혜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으고 힘을 결집해야 한다. 현안과제들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다간 다 죽는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다시 일어서는 낙농인들이기를 기대한다.
거듭되는 이야기지만 정말 우리의 낙농이 피할 수 없는 글로벌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는 정예 낙농가를 육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정책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고 낙농현안 과제를 담아낼 수 있는 큰 그릇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낙농가엔 희망이 있고 정책 입안자들이 피곤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지원과 낙농발전을 주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그런 지도력이 정말 기다려지는 시기인 것 같다.

윤봉중 본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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