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분유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 분유 재고가 비수기인데도 불구하고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유업계에 따르면 지난 해 말 미국의 국제시장 전지 분유 가격이 톤당 2천6백~2천8백달러로, 6개월전과 비교 무력 4백60달러 이상 상승했다고 한다. 탈지분유의 경우는 더욱 상승, 6개월전과 비교해 무려 7백달러나 오른 2천8백~3천달러 수준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분유 수입 양허관세 1백76%를 감안한 국내 수입 가격은 전지분유 4천7백50달러, 탈지 분유는 5천1백달러에 육박하며 여기다 운송비 등 제반비용을 감안할 경우 수입 분유의 가격 경쟁력이 국내산에 버금간다는 분석이다. 결국 이 같은 국제 분유 수입 가격 상승은 국내 분유 재고를 줄이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20일현재 분유 재고는 3천8백90톤으로 전년 동기대비 5천538톤이나 줄어든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분유 재고는 지난 99년 12월 3천845톤을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물론 국내 분유 재고가 이같이 감소한데는 그동안 낙농가들의 뼈를 깎는 원유생산조절 노력과 학교 우유급식 확대 등 소비촉진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임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국내 분유재고 감소와 관련, 국제 분유가격 상승에 주목하는 이유는 첫째, 국제 상황에 따라 국내 분유도 언제든지 공급 부족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낙농 기반이 확보돼 있지 않을 경우 국내 식품업계가 어쩔 수 없이 비싼 외국의 분유를 수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낙농 유가공 산업이 건실하게 존재해야하는 이유다. 둘째는 분유 시장은 이처럼 가격 경쟁력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국제 분유시장 가격이 하락하면, 국내 분유 재고는 언제든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내 낙농 산업의 가격경쟁력 향상 노력이 지속되지 않으면 우리 낙농 산업의 장래는 그 만큼 어두울 수밖에 없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낙농산업이 구조적인 어려움에 처한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 개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국제 분유 가격 하락과 함께 식품업계의 분유 수입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국내 낙농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됐음은 지난 90년대 중반 WTO체제 출범이후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런데, 더욱 중요한 것은 개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현재 전지분유에 적용되고 있는 176%라는 관세가 언제까지 유용할 것이냐를 생각하면 우리 낙농업계의 가격경쟁력 강화노력은 정말 시급하다. 그런 점에서 기왕에 논의되고 있는 낙농종합대책도 어떻게 하면 이해당사자간 권익을 좀더 챙기기 보다는 낙농 유가공산업의 건실한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