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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FTA, 집단최면에 걸렸는가

윤봉중 <축산신문 회장>

  • 1 1
  • 등록 2007.05.07 14:46:53
 
한미FTA협상이 타결되기까지 나라 안 분위기는 농업계를 제외하곤 온통 FTA 예찬으로 물결쳤다. 협상타결에 올인 한 정부나 그에 따른 논리를 뒷받침했던 국책연구기관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세상의 눈이며, 창(窓)인 언론은 유력언론일수록 예찬론이 차고 넘쳤고,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저명인사들도 저마다 경쟁적으로 FTA 협상의 당위성을 설파하느라 열을 올렸다.
FTA 예찬에는 경제적 잣대만이 존재한다. 무역의존도가 높은데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대한민국호(號)’가 먹고 살기 위해서는 한미FTA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논리다. 심지어 소원해졌던 한미 동맹관계가 이를 계기로 더욱 공고해진다는 논리까지 등장했다.
FTA가 한국경제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예찬론’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비준저지투쟁을 외치는 농축산업계의 반대 목소리에 “농업도 산업인 한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불가피성을 내세운다. 한술 더 떠 “케케묵은 식량안보론을 들먹이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나라전체가 마치 집단최면에라도 걸린 것 같은 이런 분위기에서 농축산업이 설 땅은 좁아도 너무 좁다.
국제경쟁력이라는 경제적 잣대로만 보면 지구상에서 농축산업을 영위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 등 몇몇 나라밖에 없다. 그러나 유럽의 소국(小國) 스위스에도 축산이 있고, 벨기에도 축산이 존재한다. 소위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치고 무역의존도가 높지 않은 나라가 없고, 이들 나라는 한 결 같이 자국 농축산업을 지켜내기 위해 기를 쓰고 있다.
자국 농축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걸 모를리 없는 이들 나라들이 미국과 각을 세워 가며 농업지키기에 나서는 것은 농축산업이 경제적 잣대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될 산업이라는 걸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의 경우 전체인구의 약 3%정도는 농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정부의 농업정책도 이러한 기조위에서 수립된다. 농업인구가 그 정도는 돼야 자연환경이 보전되고, 유사시 최소한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공감대는 국가지도자들이 국민들을 설득한 결과다. 그러나 우리에겐 이러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할 국가적 노력도, 의지도 없다. 오직 ‘FTA만이 살길이니 대(大)를 위해 소(小)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만 있을 뿐이다.
농업은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의 2.9%, 농가는 총가구의 8%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경제적 잣대로만 보면 반드시 지켜야 할 산업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농업의 경제외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를 상쇄하고도 남는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국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농촌에 농민이 없다면 농토의 대부분은 버려진 국토가 될 것이고, 버려진 땅의 자연환경이 제대로 유지 될 리 없는 것이다. 밀려나는 농민은 또 어찌할 것인가. 이는 자연환경은 물론이고 사회, 문화적인 재앙이다. 스위스 등 유럽 국가들은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농업보호를 위한 범국가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국가지도층과 정부는 국민들에게 농축산업은 국가경제에서의 비중은 낮지만 경제외적인 가치 때문에라도 범국가적 도움이 필요하다는 걸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공감대를 토대로 한 농업정책을 통해 농촌이 농축산물 생산현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안식처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차 산업은 한번 기반이 무너지면 되살리기가 불가능하다. 농업의 경제외적인 가치를 도외시한 FTA논리가 집단최면으로 작용해 국가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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