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대형할인마트인 롯데마트가 전국 전 점포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우리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기 위해 북새통을 이뤘다는 소식은 한우농가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줬지 않았나 생각된다. 롯데마트가 이날 서울역점에서 미국산 쇠고기 판매량을 1인당 1kg씩만 사갈 수 있도록 제한했음에도 개점 30분만에 2백kg가량이 팔리는 등 성황을 이뤄 사흘만에 수입한 냉장육 10톤이 모두 팔렸다고 하니, 이를 바라보는 한우 농가들의 착잡한 심정은 이루 다 형언할 수 없다. 그동안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안전성 문제가 꾸준하게 제기됐는데다, 이날 롯데마트의 쇠고기 판매 현장에서 ‘광우병위험 미국산쇠고기 국민감시단’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의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결과였기 때문이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롯데가 한우 광역브랜드인 순한한우사업단과 판매 협약을 체결한 대형할인마트라는 점이다. 롯데마트가 전남의 주요 축협조합이 공동 경영체로 참여해서 만든 광역브랜드인 순한한우를 판매키로 협약을 체결할 때는 그 만한 메리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미국산 쇠고기를 앞장서 판매하고 나서니 해당 축협과 조합원들이 느끼는 배신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을 인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또 이 같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미국산 쇠고기를 판매하려는 유통업체 또한 인위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다. 우리는 여기서 자유주의 경제에서 시장이 얼마나 냉정한 것인가를 본다. 한우가 유통업체의 매출 확대에 도움이 되면 협약을 체결하는 한편 미국산 쇠고기가 인기가 있으면 그 유혹도 떨쳐 버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지금으로서는 미국산 쇠고기 앞에 줄을 서는 소비자들이 야속하지만, 그 소비자들을 미워하기보다, 그 소비자들을 한우 앞으로 돌려 세울 수 있는 노력이 요구된다.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 앞에 줄을 서는 이유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 품질 대비 가격이 호주 등의 수입육보다 싼 점 등으로 꼽힌다. 결국 한우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 시급하다. 농장에서 HACCP제 실시를 일반화하고 생산에서 판매에 이르는 생산이력제와 그 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생산단계의 DNA확보 등은 미국의 쇠고기 안전 관리제도와 차별화 될 수 있는 제도이다. 미국이나 호주 등은 사육두수가 많기 때문에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미국이 광우병 검사를 전 사육두수의 0.1%만 실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울러 강조되는 것은 지속적인 품질 향상노력과 함께 가격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거세를 기피한다거나, 현실에만 안주한 나머지 너무 높은 송아지 가격과 소값을 고집해서는 미국산 쇠고기 앞에 줄을 섰던 소비자를 한우 앞으로 돌려 세울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다행이 한우는 개량과 사양관리 개선에 따라 더 높은 품질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전자원이라는 점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희망이 있음을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