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차장 (축산물품질평가원)
한여름에 계란을 1주일 이내 소비하라고 권장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정답일까요? 품질이 가장 좋은 기간이 1주일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낳은 계란을 먹는 것이 좋음은 말해야 무엇할 것이며, 계란의 품질은 자기(소비자)가 요구하는 기간 내에 먹을 때(그 기간조차 사람마다 다릅니다) 만족하면 될 일인 것을 “너는 3일 안에 먹어야 해”라고 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냉장유통으로 잘 처리된 2주일 된 계란은 바로 낳아 상온에 방치된 3일된 계란만 못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럼, 자꾸만 유통기간을 속여 파니 문제다라고 하면 그것을 벌해야 하고, 그 벌을 주기 위해 둔갑판매, 속임판매 처벌을 강화하면 될 일입니다. 마치 유통기간이 없어 발생한 일이야 라고 하면 논지를 벗어났다고 할 만합니다. 논란을 없애기 위해 유통기간을 정하겠다고 합시다. 그렇지만 제가 볼 때 그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을테고 단지 무엇인가 했다 라는 사실에 만족을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논의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태도와 안전에 초점을 두고 정말 유통기간이 필요한지 판단해야 할 것이며, 정했을 때 달라진 생활환경과 그것에 준해 소비자가 소비할 것인지, 그로인해 국가적인 손해와 낭비는 없는지, 과연 굳이 유통기간을 정해서 쓸모가 얼마나 있는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통업자의 현실과 애로사항을 감안해야합니다.
식품은 현재의 발달된 과학수준에서 얼마나 오래도록 보관(저장)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소포장 용기의 포장방법까지 뛰어나 덩어리(지육) 유통에 더해 슬라이스된 고기의 유통으로 전환하려고 하는데, 저장방법과 포장방법의 과학수준은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보다 높다고 합니다.
축산물에 유통기간을 정하면 못 팔게 되었을 때 버려지는 식육과 폐업할 업체들이 수두룩합니다. 그 유통기간을 지나치게 넉넉하게 설정할 수는 없을테고 기간의 설정 자체가 이미 논란에 휩싸여 있으니 앞으로도 계속 시끄러운 과정을 거칠것입니다.
사골은 냉동고에 보관하면 2년도 갑니다. 그것이 맞다고 가정할 때, 사골은 유통기간을 2년으로 정한다고 하면 그 기간은 저장온도, 보관방법을 지켜낼 때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1년, 2년짜리 마다 그 저장온도와 보관방법에 대해 적정성을 판단할 주체가 필요해집니다. 먹어도 되는지 먹으면 되지 않는지, 먹을 수 없는지 등등 판단해 주어야 합니다.
정작 필요한 것은 기간의 설정 자체에 있기 보다는 식품(축산물)이 지닌 특성을 인정하고 그 특성에 따라 저장온도와 보관방법, 취급에 따라 달라질 기간이라는 변수를 감안하여 소비자가 궁금해 할 때 판단해줄 주체이며, 그 주체는 이제까지 연구결과와 외국사례를 살펴 그 기간을 참조하면 될 일입니다. 우리는 복잡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정해지는 삶을 조금은 지양하고 다양한 삶 속에 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부여했으면 싶군요. 생각은 생각을 해야 늘어납니다. 주어진 숫자만 보고 소비하는 태도를 버릴 수 있도록 조금은 배려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