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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2000년 그날’ 반복하지 않으려면

 

윤봉중<본지 회장>

대표 선출 갈등과 반목 치유에 힘 모으길
구심점 부재, 타의에 의한 개혁 초래할 것

 

최근 필자는 농협과 축협이 통합될 무렵 축협조합장직을 물러난 원로축산인 K씨와 지인 몇몇이 저녁을 함께 한 적이 있다. 이들이 축산신문 애독자이기도 하거니와 오랜만에 만난 터라 반주도 몇 잔 곁들인 자리였는데 취기가 돌자 K씨가 느닷없이 고려 충신 길재의 시조를 한 수 읊었다.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 데 없네/어즈버 태평연월이…)
농축협 통합반대의 선봉에 섰던 그였기에 옛 시조를 읊은 그 심정을 충분히 헤아렸지만 우리 일행은 짐짓 모른 체했다.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약속장소(잠실)와 가까웠던 성내동 구 축협건물을 무심히 지나치지 못한 채 잠시나마 회한에 젖었을 K씨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랐다. 그리고 건강이 좋지 않은 그의 면전에서 최근 농협축산경제와 관련된 일련의 일들이 화제에 오르지 않은 건 참으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요즘 구 축협중앙회의 후신(後身)이랄 수 있는 농협축산경제를 보는 구 축협인들의 시선은 K씨처럼 회한에만 그치지는 않는다. 울분을 넘어 분노 차원이다. 그 이유는 두말 할 것도 없이 농협축산경제가 지리멸렬이기 때문이다.
지금 축산경제는 아무리 좋게 보아도 모든 면에서 기대이하다. 강제통합은 위헌이고, 협동조합의 전문화란 시대환경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검찰과 국세청 등 서슬 퍼렇던 공권력의 압력도 견뎌냈던 결기도, 정의로움도 없다. 축협을 살리자며 한강 둔치에서 절규하며 서로가 동지임을 외쳤던 이들이 사분오열 갈라지고 서로 돌팔매질을 하는 작금의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수만의 축협조합원들이 그 여름 뜨거운 뙤약볕도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여의도로, 한강둔치로 모였던 건 축산을 지킬 수 있는 전문협동조합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지, 입에 담기 조차 부끄러운 오늘의 모습을 보려고 한 일이 아니다. 단순히 축협인들의 직장을 지켜주려고 한 일도 물론 아니다.
농축협 통합후 일선축협은 190여개에서 141개로 줄었고, 중앙조직인 축산경제는 시도 때도 없이 조직축소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축산대표 선출특례 등 통합의 조건으로 그나마 보장받은 제도적 장치도 바람앞 등불처럼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조직이 위축되면서 FTA 대책과 질병발생 등 각종 축산현안에 대처하는 역량이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농협축산경제가 미래에도 존재하기 위해서는 축산과 일선축협이란 밭(田)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말이 필요 없는 진리다. 그렇다면 축산경제의 역할은 자명하다. 축산과 일선축협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 그러나 이처럼 지리멸렬하고, 부끄러운 모습으로 그것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지금이라도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바로 환골탈태여야 한다. 축산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아스팔트위에서 절규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조직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축산대표 선출과 관련한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는 것이다. 축산업은 지금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다. 축산선진국들과의 FTA가 대외적 요인이라면 대내적으로는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가치폄하에 시달리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바로 여기에 농협축산경제와 일선축협의 역할과 기능이 작동해야 한다.
축산경제와 일선축협이 이러한 역할과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조직역량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강력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구심점은 구성원들의 단합에서 나오는 것이며, 단합은 가장 먼저 화합에서 찾아야 한다. 작금의 반목과 갈등을 치유하지 않고서는 축산조직 바로세우기는 요원하며 공멸을 맞게 될 뿐이란 점을 정말이지 바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다간 2000년 그 때처럼 또 다시 축산조직이 장맛비에 떠내려가듯 타의에 의한 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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