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낙성대에서>동약 수출 자정기능 시급하다

 

 

이 상 호<본지 발행인>

최근의 동물약품업계 발 뉴스를 접하면 건설업계나 조선업계가 자꾸만 연상된다.
1965년 현대건설의 태국 고속도로건설공사 수주로 시작된 한국의 해외건설수주는 1970, 80년대 한국경제의 최대 외화조달창구로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건설업계는 무려 652억달러에 달하는 공사를 수주했다. 조선업계 역시 한때 전 세계 선박건조물량의 50%를 점유하고 천연가스운반선 등 고가선박의 경우 싹쓸이를 할 정도로 세계무대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건설과 조선산업은 아픈 사연을 안고 있다. 해외건설은 중동시장에서의 저가수주경쟁으로 채산이 악화되어 굴지의 건설사가 도산하는 등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었으며, 조선업 역시 저가로 수주한 일감 때문에 세계시장을 호령하는 빅3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동약업계의 수출드라이브를 바라보며 건설이나 조선산업이 연상되는 건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중인 동약산업이 역시 수출에 목을 걸었던 건설이나 조선산업의 부정적인 면을 그대로 답습하는 게 아닐까라는 걱정 때문이다.
영세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00년대 들어 해외시장개척에 나선 동약업계는 2012년 1억4천만 달러, 2013년 1억5천3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으며 올해는 무려 1억8천만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처럼 비약적인 수출증대로 인해 동약업계는 전체생산액의 20% 이상을 해외시장으로 내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초기 원료위주의 수출에서 벗어나 부가가치가 높은 백신이나 완제품 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제 발전 이끈 건설·조선산업
저가수주 따른 채산 악화 후유증 심각
동약업계 과당경쟁 탈피 특화전략 필요


문제는 동약 수출드라이브의 이면에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주력시장인 동남아지역에서 국내 업체끼리 저가공세를 펴며 다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상도의를 떠나 어렵게 틔운 수출의 싹을 자르는 것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죽하면 업계 일각에서 “수출시장이 멀수록 경쟁력이 있다”는 자조 섞인 한탄이 나오겠는가.
동약업계가 수출을 통해 돌파구를 열기 위해서는 제살 깎아먹기 식 경쟁만은 피해야 한다. ‘일단 따고 보자’식의 막무가내 경쟁은 채산악화에만 그치지 않고 종당에는 한국산 동물약품에 싸구려 딱지를 붙여 수출의 불씨를 아예 꺼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저가수주의 후유증을 앓으며 정신을 차린 건설업체들이 최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대형공사가 나오면 국내 경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공동수주에 나서는 사례는 수출경험이 일천한 동약업계에는 롤모델이 될 수 있다. 뻔한 시장을 놓고 죽기 살기 식 경쟁을 할 것이 아니라 시장개척단계부터 공동전선을 펴고 각자의 강점 있는 품목을 수출하면 여러 면에서 시너지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수출업체들이 백화점식 생산방식에서 탈피, 각사의 특성에 맞는 특화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는 별개로 업계 내에 수출문제를 조정하고 중재할 수 있는 자율적이면서도, 다소의 강제성이 부여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은 동약수출이 지금처럼 가다가는 모처럼 조성된 수출드라이브가 제대로 달려 보지도 못한 채 시동이 꺼질 것이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격언은 이런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