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본 교수(영남대학교)
나라의 보물 한우를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이유 중의 하나는 단연 한우고기의 ‘맛’이다.
소고기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세 가지는 부드러움 (연도), 촉촉함 (다즙성), 입과 코를 즐겁게 해 주는 맛 (풍미)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부드러움이며, 일본 사람들은 색깔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러한 감각적인 요소 외에 분위기, 신뢰도, 선입견, 그리고 가격도 소고기의 맛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맛’은, 입과 코, 눈, 귀는 물론 뇌(기억)에서 느끼는 종합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개인의 경험과 생각에 따른 편차가 매우 크다. 다시 말하면, 어떤 사람이 부드럽고 맛이 있다고 생각하는 소고기를 다른 사람은 단단하고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다섯 가지 기본 미각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이다.
5천만의 간식 떡볶이와 전국적으로 유명한 맛집 소개에 단골로 등장하는 매운 짬뽕은 매울수록 인기가 있다. 그러다 보니 매운맛을 기본 맛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이는 우리나라 맛 교육이 얼마나 잘못 되었는 가를 나타내는 대목이다.
감칠맛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에 일본의 한 화학자가 발견한 맛으로써, 주요 성분은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글루탐산이다. 아미노산은 고기 단백질의 성분이므로 도축 후 숙성(분해) 과정을 거치면 감칠맛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글루탐산과 더불어 소고기의 감칠맛을 나게 하는 다른 성분은 핵산계 감칠맛으로써, 5-이노신산(IMP), 5-구아닐산 (GMP), 그리고 이노신(inosine)이 여기에 해당된다.
필자의 연구 결과, 한우고기에는 IMP가 1g당 평균 2.57μM(마이크로몰), 미국산 소고기에는 0.07μM, 호주산 소고기에는 0.35μM이 각각 함유되어 있으며, 이노신도 한우고기가 미국산과 호주산 소고기에 비하여 각각 3배와 2배 더 많이 함유되어 있음을 밝혀냈다.
또한, 한우고기에 GMP가 수입소고기에 비하여 3배 이상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국내 다른 보고도 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맛을 느낄 때, 입에서 느끼는 미각보다 코에서 느끼는 향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감기가 걸렸을 때나 코를 막고 음식을 먹을 때 맛이 없다고 느끼는 것은 향이 맛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 가를 말해 준다.
환경적으로 조사료가 부족한 우리나라와 일본은 곡물 위주로 소를 비육하는 유일한 나라이며, 조사료로 급여하는 볏짚에는 비타민 A가 부족하다.
이러한 사육 환경 속에서 수 천 년을 한반도에서 서식해 온 한우는 지방산 조성 자체가 다른 품종의 소와 완전히 다르며, 그것이 우리가 잘 아는 올레인산을 포함한 단가불포화지방산이다.
지방산 조성 특징은 한우고기를 한우고기답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이다. 한우고기에 많이 함유된 올레인산과 단가불포화지방산은 고기를 구울 때 독특한 향기성분을 수입소고기에 비해 2배 정도 더 높게 발생시키며, 지방의 녹는점을 낮추기 때문에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느낌을 준다.
한우는 곡물(옥수수)을 많이 먹여서 키우기 때문에 인류와 식량 경쟁을 할 뿐만 아니라, 한우고기에는 오메가-6 지방산이 많아서 건강을 해친다는 오락으로 변질된 과학에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이웃 일본은 ‘맛’으로 무장한 와규고기를 동남아는 물론 우리보다 육류를 훨씬 더 많이 먹는 EU에까지 당당하게 수출하고 있다.
호주와 중국은 물론 EU와의 FTA 추진 등 한우산업의 앞길은 결코 녹녹하지 않다.
무한 국제경쟁시대에 한우가 살아남는 길은 한우의 특징과 장점을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찾아내고 그것으로 무장하는 길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