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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국민소득 3만불 시대 한국축산

 

이상호 본지 발행인

 

공급 과잉 무한경쟁 시대
소비자 애국심만 기댈수 없어
눈높이 맞춘 차별화만이 살길

 

1인당 국민소득이 올해 3만 달러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연초 2014년 우리 국민의 1인당 총 소득은 2만8천180달러에 달해 올해는 3만 달러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소득 3만 달러의 무게와 의미는 어떤 것일까. 1972년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을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당시 300달러 남짓이던 1인당 국민소득을 1980년까지 1천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었다. 3만 달러는 당시 소득의 100배, 정권목표치의 30배에 해당한다. 국민소득 1천 달러는 5천년 가난에 찌든 우리가 꿈에도 그리던 마이카시대를 여는 분기점이었다. 지구상에 인구 5천만 명 이상 되는 나라 중에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이른바 ‘30-50 클럽국가’는 미국을 비롯해 6개국에 불과하다. 예상대로라면 우리나라가 7번 째 30-50클럽에 가입하는 셈이다.
3만 달러 시대와 그 이전시대는 모든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경제, 사회, 문화 등 생활전반의 질이 달라질 것이다. 소득기준으로만 본다면 명실상부한 선진국이다.
질풍노도의 고도성장기인 1970~90년대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했다. 공급이 미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공급자는 어지간히 생산만 하면 돈이 됐지만 이젠 정반대 상황이 됐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서 배를 내밀던 공급자는 수요자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하다.
3만 달러 시대는 ‘을’ 같은 ‘갑’ 이었던 수요자가 매서운 ‘갑’으로 등극했음을 의미한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국산품애용 캠페인에 열성적으로 반응하던 그 시절의 소비자가 아니다.
우리 축산업도 폭발적인 국민소득증가로 고속성장을 누려왔으나 연이어 닥친 UR협상 타결과 WTO체제 출범, 그리고 FTA로 달콤했던 시절은 속절없이 흘러가 버렸다. 이제 소비자들은 공산품과 마찬가지로 외국산 축산물에도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다.
한국 축산이 3만 달러 시대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인식 위에서 치밀한 생존전략을 수립해야 된다. 여기서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이 축산업 전반의 수준향상과 종사자들의 의식변화이다. 3.0버전(3만 달러)으로 바뀐 소비자들의 욕구를 1.0이나 2.0으로 따라잡을 수는 없다.
3만 달러 시대의 축산을 가능케 할 3.0버전에는 철저한 안전성을 기반으로 한 품질이 중요하다. 어차피 가격으로 승부할 계제가 아니라면 차별화된 품질로 ‘매서운 갑’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친환경·유기축산물 생산이 좋은 예인데 이에 대한 축산업계의 보편적 인식은 “할 줄 몰라서 안 하느냐?” 수준이다. 생산비가 더 든 만큼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현실을 탓하지만 한국축산이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이 길이다. 세상도 어차피 그런 쪽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면 현실이나 환경 탓을 할게 아니라 스스로 적응하며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을까.
동물복지도 마찬가지다. 최근 일부 동물복지론자들의 주장이 분명 현실과 괴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일정부분 고개를 끄덕인다. 3만 달러 시대의 어쩔 수 없는 풍경이라고 봐야 한다. 악취나 경관문제도 그렇다. 축산으로 인해 악취가 나고, 경관을 해친다는 시각을 백안시 할게 아니라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답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그에 따른 비용은 감수해야 한다. 축산으로 인한 환경 부담이 최소화되고, 축산현장의 경관이 알프스나 홋카이도처럼 아름다워진다면 감동이 아니겠는가.
한국축산이 감동적인 3.0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된다면 미래는 분명 있다. 이 버전은 1차 산업에 대한 국가적 의지를 진작시킬 수도 있다. 위기이면서 기회인 3만 달러 시대의 축산을 위한 답은 한국축산 내부에 있다. 좋아 하면 열심히 하게 되고,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되고, 잘하면 가만있어도 사회가 찾는다는 말이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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