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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에서>농협의 새로운 조직문화를 기대한다

 

이상호 본지 발행인

 

급변하는 농축산 환경 속
창의·혁신의 조직력으로
협동조합적 가치 살려내야

 

요즘 매스컴의 단골주제는 단연 취업난이다. 경제성장의 동력이 약해지면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바람에 취업을 못한 젊은이들이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고 있다. 삼성,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 취직은 SKY와 같은 소위 명문대 출신들에게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관문이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그토록 선망하는 삼성전자도 IT산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 인재들에겐 별 인기가 없다고 한다. 메모리반도체에 관한한 부동의 세계 1위이며 21세기 최고의 혁신상품 스마트폰은 애플과 쌍벽을 이루고, 매출은 웬만한 개도국의 국내총생산에 육박하는 삼성전자가 실리콘밸리에선 별 인기가 없다니 이게 웬일인가. 더욱이 그 이유가 바로 후진적 기업문화에 있다니 우리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그들은 삼성이 덩치만 컸지 숨 쉴 틈 없이 죽어라고 일만 하는 기업문화에 젖어 있다고 혹평한다. 일상화 된 새벽 출·퇴근과 상명하복의 조직문화로 인해 창조와 혁신의 싹이 자랄 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낡은 청바지에 후드 티셔츠를 입고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토론을 하는 그들의 눈에 삼성은 혁신과 창조보다는 그저 양산(量産)에 능한 거대 제조군단쯤으로 비치는 듯하다.
조직문화와 관련한 우스갯소리가 하나 있다. 사무실에 맹독을 품은 뱀이 들어와 똬리를 틀고 있는 상황에서 임직원들이 어떻게 해결하는지를 두고 하는 말인데 이 경우 삼성그룹은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지침을 따르고, LG그룹은 숙명적 경쟁관계인 삼성그룹의 처리결과를 지켜 본 후 결정한다고 한다. 또 SK그룹은 점쟁이에게 묻고, 현대그룹은 일단 때려 잡고 본다는 것이다. 심심파적 농담 치고는 워낙 날카로운 가시가 박힌 풍자여서 해당기업들은 곤혹스럽기도 할 것 같다.
조직문화에 대해 더 이상 왈가왈부할 처지는 아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들 기업의 조직문화가 경직되고 창의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 농축산분야 최대조직인 농협에 이런 상황을 대입해보면 어떤 우스갯소리가 생성될 지 궁금해진다. 모르긴 몰라도 독사를 처리할 소관부서를 따지고 어김없이 규정집이 등장한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까. 이와 함께 감독부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자는 의견도 분분할 것이고, 이도 저도 아니면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상황도 그려질 것 같다. 이런 그림을 예상하는 건 상황이 종료 된 후의 감사나 책임문제를 생각할 때 농협임직원들에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 같아서이다.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고 느닷없이 조직문화를 얘기하는 건 경직되고 감독당국에 의존하는 조직문화가 농협이 협동조합으로서, 또 농축산업을 대표하는 생산자조직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사료사업을 제외할 경우 제조, 유통분야에서 국내 유수의 대기업과 겨룰만한 사업을 갖지 못하고 있다. 농협은 성공이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는 신용사업 말고는 거의 모든 경제사업에서 공포를 느끼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농축산분야의 경우 종사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동시에 농가단위 경영규모의 전업화 속도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기업자본의 신규진입과 영토확장도 몽골기병의 진격을 방불케 한다. 농협이 이런 엄혹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까지의 조직문화와 과감히 결별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지배구조를 개편한다며 영혼도, 철학도 없이 재벌놀이에  빠져 들어서는 결코 내일이 없다. 재벌놀이도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느냐는 볼멘 소리로 ‘면피’가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기업처럼 무턱대고 영악스러워지라는 얘기가 아니다. 협동조합적 가치를 지키면서 시대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면 될 일이다. 농협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협동조합적 가치를 철저히 지키지 않은 데서 비롯 됐다고 봐야 한다. 농협이 비록 위기에 놓여 있지만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낡은 때를 벗고 시대변화에 걸맞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지금이다. 물론 그 기회는 스스로의 노력과 결단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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