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기 노 전무(선진)
얼마 전 구글의 슈밋회장이 2016년 주총에서 주주들에게 ‘구글이 가장 주목하는 미래 관심사업 일곱가지’ 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가상현실(VR)사업,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3D프린터 등과 함께 ‘식물로 만든 고기”가 포함되어 있다. 이는 현행 축산으로 인한 환경피해를 줄이고 축산으로 해결 안 되는 차세대 식량공급의 대안이라 한다.
빌 게이츠는 자기 블로그에 “생활수준이 높아져 육류 수요가 늘고 있지만, 90억명이 먹을 충분한 고기를 생산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에게 채식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내가 채소를 좋아하지만 햄버거를 포기하고 살 수는 없다. 따라서 자원을 고갈시키지 않고도 고기를 생산해 낼 혁신적 방법이 필요하다”고 썼다.
구글이나 빌 게이츠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먼 훗날에는 실제로 가축을 사육, 도축하지 않고도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올 것 같다.
이런 소식 속에서 당장의 우리 축산 현실을 보니, 우선 한우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소비 현장에서는 비싼 한우 소비를 돈육이나 수입우육으로 대체하여 소비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크게 증가하는 등 우육 수입량이 늘어나고 있어 쇠고기의 국내산 자급률 하락이 현실화 되고 있다.
또한 올해 9월부터 시행 예정인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식사대접 3만원, 선물금액 5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어 한우협회 등에서 개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만약 개정되지 않고 시행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한우의 소비는 더욱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한돈 역시 7월 들어 가격이 안정되어 가고 있지만, 상반기 돼지도축두수가 816만두로 사상최대임에도 불구하고 돈가가 급등하여 6천원대를 상회 함으로써 가공 및 소비 현장에서 가공두수 축소와 수입돈육으로의 대체 소비가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값싼 수입육 무한리필 고깃집 체인들이 아주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국축산경제연구원에서는 한국이 맺은 여러 FTA체결로 인한 사실상의 수입육에 대한 관세제로화 시대에 현재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려는 특단의 노력이 없으면 국내 소비량 증가분의 대부분을 저렴한 수입산 돈육이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2030한돈산업의 방향’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된 보고서를 요약해보면 국내산 돈육은 이력제, 원산지 표시, HACCP 및 냉장 신선육등의 장점도 있지만, 경쟁국에 비해 1.5배~2배 높은 생산비, 절식 미이행으로 인한 도체 품질 저하, 돼지 거래가격 정산방식의 후진성, 도축, 가공 시설의 위생수준 미흡 및 질병 차단방역의 어려움의 약점과 위협요인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궁극적으로 국내 한돈산업의 비전은 소비자 선택에 달려 있는 바, 소비자 신뢰 구축을 위해 가격, 맛, 품질 측면에서 경쟁력 강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식품 선택의 기준이 단순히 배를 채우고 필요 영양소를 충족하는 것, 저렴한 것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고, 품질, 안전, 자연주의, 신토불이 등 비교적 객관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과 기호가 작용하는 것인만큼, 미래 공장에서 제조되는 고기가 실현되고 모든 육류에 대한 관세장벽이 없어지더라도 국내산 축산물 시장을 이들 공장고기와 수입산 육류가 대체하는 것은 한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산업구조를 변화시키려는 특단의 노력’의 표현은 현재 주요 경쟁국과 많은 격차를 보이는 생산원가, 가격 Gap을 줄이지 않고 또한 우리 축산물들이 맛, 품질, 안전 등 고객가치 차원에서 차별화가 되지 않으면 미래에 국내 시장을 잃고 축산물의 자급률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반면 업계는 가격 결정구조의 미비점과 수급과 가격 변동폭이 너무 큼으로 인한 업계 전체의 소모전, 소비자 신뢰 상실, 자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환경, 안전, 위생 등에 대한 엄격한 간섭과 규제로 인한 중복관리와 낭비 그리고 산업으로 경쟁력 강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농협법에서 축산특례 폐지 등의 몸살을 앓고 있다.
여하한 상황에서도 우리 축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되기 위해서는 생산원가 및 가격의 Gap 해소와 고객가치의 향상을 통한 차별화가 필수적이고 이를 위해서는 농장단계, 도축·가공단계 그리고 유통·소비단계를 망라하는 업계 전체와 각 단계의 개별 주체들이 핵심 경쟁력 요소를 정확히 선정하고 개선 하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