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육가공업체간 전환물량 증가 추세
지역·생산자별 지급률 적용 천차만별
오랜 동안 국내 돼지값 정산기준으로 활용돼 왔던 박피가격에 대한 대표성 논란이 확산되면서 육가공업계를 중심으로 정산방식 변경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거래 당사자인 양돈농가들이 박피정산을 선호해 온데다 정산방식 변경을 위한 지급률 조정폭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함에 따라 그 실적은 지지부진해 왔던 게 현실.
급기야 지난해에는 정부와 관련단체간 협약체결이 잇따르며 육가공업계에서는 돼지가격 정산기준 변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표출되기도 했지만 실질적인 결실로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올해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4월 도드람양돈농협을 시작으로 양돈조합과 농협 목우촌이 ‘탕박등급제’를 도입한데 이어 이달들어서는 농가와 협상끝에 정산방식 변경에 성공한 민간업체들이 속속 출현하는 등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강원지역 유력 육가공업체인 A사의 경우 이달 1일부터 탕박정산에 돌입했으며 충북의 B사와 C사도 변경된 정산방식을 이달 중순경부터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남지역의 경우 권역내 육가공업계와 생산자단체가 단체협상을 통해 지난 1일부터 탕박정산에 돌입,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북과 대전·충남지역 대부분 육가공업체들 역시 빠른 시일내에 탕박정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마련, 농가와 협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산방식 변경에 따른 지급률 조정폭은 육가공업체는 물론 육가공업체의 거래농가에 따라서도 달리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운송거리나 인건비를 비롯 임대료 그리고 돼지의 품질에 따른 페널티나 인센티브 조건 등에 따라 지역별·농가별로 다양하게 적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대전·충남지역의 경우, 짧은 운송거리 등으로 타 지역에 비해 약 1% 정도 지급률이 낮게 책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지급률 조정폭을 둘러싼 양돈농가들과 육가공업계의 갈등은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심지어 대한한돈협회와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의 경우 각 협회 회원들에 대한 박피와 탕박의 가격차,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지급률 조정폭을 담은 참고자료를 제시하면서 그 기준 기간까지 각기 달리 적용하고 있을 정도다.
참고자료 조차 각자 자신들의 회원들에게 보다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일부 육가공업체의 경우 경영난 호소와 함께 정산방식 변경과 지급률 조정폭을 통보, 이를 거부하는 농가들과 갈등을 빚는 등 혼란도 빚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일단 정산방식 변경사례가 속속 출현하고 있는 만큼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탕박정산이라는 큰 물줄기가 되돌려지진 않을 것이란 게 육가공업계의 분석이다.
한돈협회 역시 양돈조합의 변경된 정산방식 운영결과를 분석해 합리적인 지급률 조정안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서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지만 일단 탕박정산 자체에 대해서는 거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육가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처럼 탕박과 박피 돼지가격 차이가 많이 나면 돼지기준가격의 탕박전환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올해처럼 수입육과 국내 공급두수가 많은 상황에서 상생없이는 농가와 육가공업체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이 초래될수 있음을 직시, 한발자국씩 양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