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가격이 급격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평균 한우 경락가격은 14일 kg당 1만6천359원에서 21일 1만4천302원으로 일주일 사이에 2천원 가량이 하락했다. 올해 한우 경락두수가 지난해에 비해 약 20% 가량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격이 하락하는 만큼 농가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가격 하락의 원인은 무엇이고 향후 흐름은 어떻게 될 것인지 살펴보았다.
‘불황의 늪’ 빠져드나
경락두수 전년대비 20% ↓
경락가 일주일새 2천원 ‘뚝’
수입 증가도 소비부진 반증
김영란법 등 외부요인 영향
수급조절 전략 예측도 난항
◆일시 출하 증가·소비부진 ‘이중고’
2017년 설날은 1월 28일로 올해 2월 8일에 비해 열흘가량 빠르다.
설날이 앞당겨지면서 선물세트 제작 등을 위한 출하가 이뤄지기 시작했고 출하두수가 증가했다. 12월 셋째주 한우는 6천두 가량이 출하됐으며 지난해 같은 기간 4천600두에 비해 늘었다.
하지만 출하두수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인 것으로 올해 전체 출하두수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한우 가격 하락세는 9월 청탁금지법 실시 전후부터 서서히 이어졌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공급이 줄은 상황에서 가격이 하락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이며 얼마나 소비가 부진한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쇠고기 수입량을 살펴봐도 얼마나 많은 소비자들이 한우 소비시장을 이탈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올해 10월까지 수입량은 28만9천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8%가 증가했다. 한우 2등급과 3등급의 도매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낮은 등급에서 수입육 대체 현상이 뚜렷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12월 들어 학교들이 방학에 들어가면서 급식 수요가 감소한 점, 지난 8일부터 실시된 한우 할인판매 행사의 영향으로 행사 후 줄어든 소비량 등도 최근 급격한 가격하락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농가, 불황 지속될까 조마조마
12월 19일 전국 평균 한우 경락가격은 kg당 1만3천327원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흔히 지금까지 한우가격이 비교적 높은 가격을 형성했기 때문에 여전히 적자는 면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2년전 송아지 가격 등을 따져봤을 때 농가가 한우 출하로 이익을 보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분석이다.
천하제일사료 이은주 이사는 “2년전 송아지 거래가격을 약 250만원 정도로 계산하면 사료비, 경영비 등을 포함, 최소 1만5천원대 이상의 가격이 형성되어야 한다”며 “한우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농가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전국한우협회 김홍길 회장도 “시세가 급락하면서 회원 농가들로부터 엄청나게 많은 전화를 받고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도 한우 전후방산업이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앞으로의 상황 예의주시해야”
예상치 못한 변수에 가격이 요동치자 수급조절에 비상등이 켜졌다.
한우 사육두수는 목표사육두수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청탁금지법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청탁금지법의 경우 판단할 수 있는 사례가 없기 때문에 소비량이 얼마나 줄어들지, 언제 회복할지 등을 섣불리 판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우업계는 내년 설 명절의 경우 청탁금지법 실시 이후 처음 맞는 명절인 만큼 명절수요가 예년에 비해 얼마나 줄어들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 이형우 팀장은 한육우수급조절협의회 자리에서 “그 동안의 생산과 소비 패턴을 분석해 수급 조절 전략을 짜 왔지만 외부 요인에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예측이 쉽지 않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적정사육두수 마련 등 수급 정책은 더욱 신중하게 접근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