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본지 회의실에서는 국내 염소산업 발전방안을 주제로한 좌담회가 있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8명의 학계 및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염소산업의 현 위치와 문제점들에 대해 진단하고,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아래는 좌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정리한 것이다. “생산·유통·마케팅 유기적 연결 선결과제” ▲손용석 교수(고려대 생명자원연구소장)=염소는 우리나라에서 2000년의 긴 역사를 가진 축종이다. 하지만 현재는 주요가축의 그늘에 가려 발전이 정체된 상황이다. 질병에 강하고 분뇨처리 등이 용이한 장점을 갖고 있어 친환경 축산에 가장 가까운 축종이라고는 하나 유통상의 문제, 소규모 중심의 구조 등의 문제가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의 이점을 극대화시키고 저해요소 제거를 통해 산업이 뻗어 나갈 수 있도록 활로를 찾아야 한다. 학계와 업계 그리고 정부가 협조체계를 구축해 능동적으로 움직일 때 염소산업은 빠르게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김권영 사무관(농림부 축산정책과)=현재 염소 총 4만3천여 농가에서 48만3천여두를 사육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영세한 사육규모로 10두 미만이 76%이고, 50두 이상 전업규모의 농가는 2천여 농가로 5%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한, 지역별로는 전남과 경남에 50%이상 집중되어있어 지역 편중도가 높다. 산업의 규모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부업수준 농가에게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축산에서 염소의 위치는 낮은 수준이다. 기타가축으로 분리되어 있어 정책적으로 소외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는 자조금의 시행으로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많은 축종들이 자조금의 시행으로 홍보활동을 실시해 효과를 보고 있다. 염소도 자조금 제도를 도입한다면 자생력있는 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염소업계가 자조금 조성 등의 자구노력을 기울인다면 이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Dr. Devendra (세계염소학회 부회장)=한국의 경제는 동남아 등과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앞서있는 상황이다. 이는 염소산업에 있어 커다란 프리미엄이다. 한국의 염소산업은 생산, 유통, 마케팅이 조각조각 나눠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손발이 떨어져 있고, 몸통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이들의 유기적 연결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현재 염소는 아시아내에서 그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 상당량을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한국에서 염소산업의 체계화를 통해 개량이나 가공 등의 문제점을 해결한다면 이들 수출시장의 개척을 기대해 보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넓은 소비시장을 목표로 염소를 수출가능품목으로 개발 육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생산시스템을 철저히 이해하고 도축장과 마케팅 분야의 개선 또한 선행되어야 할 부분이다. 한편, 농가 스스로는 밀집사육이 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명심하고, 적정 규모의 사육환경을 조성해 고품질의 염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송해범 교수(대구대, 염소연구회 회장)=지금까지 염소수요 대부분은 약용, 건강식품이었다. 최근 염소고기의 소비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어 산업구조의 개편이 요구되고 있다. 예전의 주먹구구식 사육은 지양하고, 체계적인 사육시스템을 적용해 최고 품질의 염소고기를 생산해 내야 한다. 이외에도 개량, 유통 등 을 하나씩 해결해나가야 한다. 우선 염소를 개량대상품목에 포함시키고 현재 근친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염소개량체계를 바꿔야 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상품이 기대이하의 품질을 보이면 바로 돌아서서 외면한다.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염소를 생산해야 함은 당연하고, 이를 위해서는 개량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동시에 부족한 도축시설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도축시설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자가도축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위생적인 염소고기의 공급을 기대할 수 없고 산업의 미래 또한 기대할 수 없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고 염소산업이 가진 친환경 측면 등의 장점과 결합시킨다면 염소산업이 가진 잠재력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신만옥 조합장(대전충남흑염소조합)=현재 연간 180톤의 외래종이 수입 되어 국내 토종염소고기로 둔갑판매되고 있다. 토종염소가 가공·유통비 등을 포함해 kg당 1만5천원의 가격인 반면 수입 외래종은 3천원에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 국내 염소업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염소는 손이 많이 가지 않는 가축이다. 일정규모의 부지와 시설만 있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염소를 사육할 수 있다. 하지만 성축염소 100두를 사육하면 연간 2천∼3천만원 정도로 그 부가가치는 결코 작지 않다. 농촌 노령화시대에 가장 각광받을 수 있는 품종이 바로 염소다. 도축시설의 부족은 염소고기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가도축으로 피를 완전히 빼지 못한 염소고기는 특이취를 풍겨 염소고기 전체의 이미지를 망가뜨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농가들은 어쩔 수 없이 자가도축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염소가 위생적으로 도축되어 유통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변우혁 교수(고려대 자연환경보전연구소장)=무분별한 민간방목은 귀중한 산림자원을 황폐화시킬 우려가 있다. 염소의 민간 방목은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을 우리는 외국의 사례에서 무분별한 염소의 방목으로 산림이 황폐화 된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65%가 산림이다. 이 산림은 조금만 보호해 주면 우리에게 이로운 자원을 무한정 공급할 수 있는 곳이다. 국가적 입장에서 봤을 때 산림에 염소를 풀어 사육하는 것보다는 산림을 보호 육성하는 것이 훨씬 득이 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 산림을 이용해 노루를 야생동물로 키워 연간 75만두의 노루를 생산하고 있다. 산림 자원도 살리고 축산물도 육성하는 이중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어느 한쪽에 치우친 발전을 위해 다른 한 곳을 포기하는 단편적인 방식은 이제 사라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임해수 회장(한국염소협회)=염소산업은 그동안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염소를 테마로 학술적 논의를 하거나, 연구가 진행된 사례를 찾아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염소산업은 그 동안 변두리에서 맴돌았다. 때문에 많은 농가들이 염소사육을 포기한 사례도 많았다. 염소를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켜 축산업계 내에서 염소가 차지하는 입지를 넓혀야 한다. 산업의 입지가 높아지면 산업에 종사하는 농가들의 위상도 자연스럽게 한 단계 높아지게 될 것이다. 이제는 농가들이 떳떳하게 염소를 사육할 수 있도록 우리 산업의 위상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때이다. 또한, 농가들의 사육 수준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유통이 체계를 갖추지 못해 소비자들이 염소고기를 가까이 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도축시설의 미비로 최고품질의 상품을 공급하기가 어려운 현 상황을 개선해 고품질의 염소고기를 소비자가 믿고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안종호 교수(한경대 낙농학과)=산림자원을 효율적으로 염소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활용은 무조건적인 훼손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학계에서는 평당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적의 사육조건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염소산업의 발전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외국에서 산림자원을 손실한 것은 기초연구가 없이 무분별하게 방목을 추진한 결과이며, 연구가 바탕이 된다면 이런 문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업계와 학계, 정부는 지속적인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가운데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과 받아야 할 부분을 보완해 산업의 방향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정리:이동일 사진:유병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