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도드람양돈농협이 더 강해졌다. 박광욱호 출범 이후 불과 2년여만에 육류전문식품기업의 발판이 되어줄 단단한 시장을 확보한 것이다. 지난해 ‘비전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 시장 점유율을 12%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도드람의 매직에 한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김제FMC 출범 후 늘어난 생산량 감당 ‘시장 확보’ 쾌거
차별화된 품질·월등한 브랜드인지도 소비자 움직여
육류전문식품기업 확실한 발판…시장점유율 12% 목표
도축량 7.6% ·브랜드육 시장 5.1%
도드람양돈농협에 따르면 지난해 도드람엘피씨와 김제FMC를 통해 모두 139만8천536두의 돼지를 도축했다. 국내 전체 도축량의 7.6%에 달하는 규모다. 98만2천106두를 도축했던 지난 2018년과 비교해 무려 42.4% 증가했다.
도드람푸드 역시 다르지 않다. 도드람푸드는 지난해 모두 100만두 가까운 물량을 가공하며 국내 브랜드육 시장에서 5.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2년전인 2018년과 비교해 가공두수는 25%, 브랜드점유율은 0.8%p 증가했다.
주목할 것은 김제FMC와 도드람푸드 모두 도축 가공물량 뿐 만 아니라 경영부문에서도 큰 폭의 손익 확대가 병행됐다는 사실이다.
김제FMC는 지난해 20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시설투자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연간 60억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40억원에 달하는 흑자를 기록한 셈이다. 시장이 김제FMC를 인정한 결과다.
국내 양돈시장 전반에 걸친 극심한 불황과 함께 2018년 2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했던 도드람푸드도 지난해 20억여원의 흑자를 달성했다. 늘어난 가공물량을 정상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을 확보했다는 의미다.
높아진 브랜드인지도 ‘실감’
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도드람양돈농협. 그러나 한편으론 우려도 뒤따랐다. 시장 지배력을 갖춘 진정한 패커로 거듭나기 위한 김제FMC 건립, 잇따른 기업 인수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지만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시장확보 가능성은 미지수였던 게 현실.
하지만 박광욱호 출범 이후 2년은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는 수준을 넘어 안정적인 경영기반까지 확보하는 시기가 됐다.
우수한 제품력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기반으로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가 시장에서 통한 결과다. 사실 김제FMC 출범 당시만 해도 최첨단의 설비가 오히려 고민의 대상이 됐다. 이전까지 국내에서는 접해보지 못했던 최신 기술이 대거 투입되며 정상 가동에 이르기까지 상당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적지 않았던 데다 잦은 시행착오 과정에서 시장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이 그 배경이 됐다. 다행히 이러한 우려는 기우로 그쳤다.
품질로 바이어 ‘매혹’
김제FMC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의 차별화된 품질과 위생도는 바이어들을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가동 2년만에 도드람엘피씨를 제치고 국내 최대 물량과 가동률을 달성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유통브랜드 수준을 넘어 소비자 브랜드로 자리를 공고히 한 브랜드 인지도 또한 시장확대를 가능케 한 공신이다. 박광욱 조합장은 지난 2019년 혹독한 경영난을 겪었던 시기에도 프로배구 타이틀스폰서를 유지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는 기대이상의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배구연맹(KOVO)에 따르면 ‘2020~2021 V리그'를 통한 도드람 브랜드의 미디어 노출효과는 무려 4천942억3천47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투자금액 대비 150배 이상의 경제적 효과다. 이에 도드람은 ‘2021~2024 시즌’까지 총 3개 시즌 V-리그 뿐 만 아니라 KOVO컵 대회까지 통합 타이틀스폰서로 프로배구와 동행키로 했다.
이렇게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는 코로나19사태 이후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도드람푸드의 경우 2018년 972톤이었던 온라인 판매량이 지난해에는 2천767톤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하며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에서 3.4%로 두배 확대됐다.
급변하는 소비트렌드에 적극 대응한 것도 시장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 되고 있다.
도드람양돈농협은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 추세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제품 출시에 이어 도드람몰과 라이브커머스 등 온라인 판매시스템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진정한 협동조합’ 과시
물론 위기도 있었다. 지난 2019년 도드람양돈농협에게 사상 최악의 경영난이 들이닥쳤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기획 단계부터 시장 확보를 위한 사전 노력이 전개돼 왔지만 지난 2018년 8월 가동되기 시작한 김제FMC의 생산능력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극심한 수급 불균형에서 기인된 불황까지 맞물리며 정육은 물론 부산물에 이르기까지 대규모 재고가 누적되고 이는 곧 도드람양돈농협의 경영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도드람양돈농협에게는 더없이 든든한 구원군이 있었다. 바로 조합원들이다.
이들은 어려운 농장 사정에도 불구하고 사료가격을 올려주고, 돼지 정산비용은 덜 받는 형태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도드람양돈농협에게 제공했다. 세계 협동조합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 한국의 품목조합에서 실현된 것이다.
임직원들도 동참했다. 조합장은 연봉을, 임직원들은 상여금과 일부 연차수당까지 반납했다.
그 결과, 도드람양돈농협은 불과 1년만에 흑자 결산이라는 반전에 성공했다. 평소보다 수배에 달하던 재고도 정상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도드람양돈농협은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결실을 일궈냈다. 늘어난 생산능력을 너끈히 소화할 수 있는 ‘시장’을 얻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조직의 재정비와 인적쇄신을 통해 내실경영과 함께 육류전문식품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기틀까지 구축하게 됐다.
‘기업형 협동조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일각에선 협동조합 같지 않은 협동조합이라는 눈총도 받아왔던 도드람양돈농협. 하지만 진정한 협동조합 이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며 또 다른 ‘도드람 매직’을 실현하게 됐다.
멈추지 않는 행보
그러나 도드람양돈농협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시장점유율을 지금의 두배 이상 끌어올리고 육류전문식품기업으로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아직 갈길이 멀다.
서울 강동구에 준비중인 통합사옥 준공이 당장의 과제이긴 하지만 조합원 확대와 함께 사료공장 및 도축장의 추가 확보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도드람양돈농협의 행보도 가속화 될 전망이다.
올해 초 마케팅본부 출범을 통해 다양한 상품 및 영업망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도드람양돈농협은 YBD 품종을 활용한 프리미엄 시장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YBD 전문농장으로 7개 조합원 농장을 선정, 모돈 3천두 규모의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금년중 후보돈 공급을 완료하는 한편 오는 2023년부터 본격 출하에 나설 예정이다.
대형유통점측에서 오히려 출시를 서둘러 줄 것을 요청해 올 정도로 시장의 반응은 이미 확인된 상황. 도드람의 마지막 매직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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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광욱 조합장
“위기였지만…시장을 얻었다”
“협동조합의 생명은 경제사업이다. 이러한 경제사업은 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결국 협동조합의 생존은 시장에 달려있는 셈이다.”
도드람양돈농협 박광욱 조합장은 협동조합이 시장을 확보, 출하를 책임지면 자연히 조합원이 늘어나고 사료 등 조합의 사업을 전이용 하는 조합원이 확대되면서 조합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구조가 구축될 수 있다며 시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물론 시장에서 축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이를 부담스러워하는 협동조합이 일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에서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다.
박광욱 조합장 역시 취임 직후 맞닥뜨려야 했던 조합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시장에서 모색했다.
“취임 후 첫 번째 세운 목표가 재고관리였다. 그렇지 않으면 더 한 위기가 조합에 올 수 밖에 없었다. 아울러 장기적인 시각에서 이익 창출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되는 부실 사업장 정리와 함께 대대적인 인적 쇄신에 착수했다.”
박광욱 조합장의 승부수는 통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들의 구제금융이 가장 큰 힘이 됐다.
“조합원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조합과 나는 하나이자, 미래라는 게 바로 그 것”이라는 박 조합장은 “다만 조합경영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불신이 확산, 결국 조합 사업이 중단되고 최악의 경우 조직이 와해될 수 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위급했던 당시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박광욱 조합장이 가졌던 부담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경영자는 어떠한 조건에서도 흑자를 만들어내야 한다. 만약 지난해 사업성과를 내지 못했다면 2030 프로젝트가 후퇴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라며 “이제 조합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실익을 제공하는 게 조합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존재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조합원들의 사료값 부담을 최소화 하되, 지급률을 높이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박광욱 조합장은 이어 “안정을 바탕으로 무리한 투자는 최소화 하면서 2030 프로젝트를 한 단계씩 실현시켜 나갈 방침”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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