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이일호 기자]
모돈출하 ‘무대책’…예상 부작용 선제대응 촉구
농림축산식품부가 경기북부권역의 돼지 지정도축장을 추가했다.
경기북부권 양돈농가들의 숨통은 틔게 됐지만 정상적인 출하는 여전히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남부권 인천 삼성·부천공판장 출하
농식품부는 경기북부권역 돼지 권역밖 도축장 출하 방역관리방안’을 마련, 지난 16일 일선 지자체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경기남부권역내 삼성식품(인천 서구)과 부천축산물공판장(경기 부천)이 경기북부권역 지정도축장으로 추가됐다.
다만 전제가 있다. 8대방역시설을 완비, 농림축산검역본부와 시·도 합동점검을 통과한 농장만이 추가 지정 도축장으로 출하가 가능하다. 또한 해당 도축장들은 경기북부권역 출하차량 진입전 임상검사와 작업후 이동 등 방역관리를 실시하되 타 지역 돼지를 먼저 작업하고 작업장 세척·소독 후 경기북부 권역 돼지를 도축토록 하는 등 작업구분을 엄격히 적용토록 했다.
과체중·지급률 하락 빈번
경기북부권역 양돈농가들은 농식품부의 이번 방침을 반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깊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전까지 해당지역 양돈농가들은 권역내 출하물량이 증가한 반면 기존 3개 도축장 입주 육가공업체들의 구매량이 감소하면서 출하지연과 과체중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설령 출하가 이뤄지더라도 하차까지 4~5시간 대기하는 경우가 많았을 뿐 만 아니라 도체 품질저하와 함께 지급률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ASF 권역화 방역조치 이후 타 지역보다 각종 생산비 투입이 많아진 상황에, 돼지값도 제대로 받지 못한 경기북부권역 양돈농가들이 느끼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요일제’ 로 이뤄져온 삼성식품 출하가 보다 수월해 지고, 부천공판장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 농식품부의 이번 조치는 경기북부권 양돈농가들의 출하난 해소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계류장 비어도 수시간 대기
그러나 추가 지정 2개 도축장의 수용능력과 방역관리 지침 등을 감안할 때 경기북부권역의 출하난이 완전히 해소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삼성식품의 경우 하루 400두, 부천공판장은 350두 안팎의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경기북부권역내 기존 3개 도축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물량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나마 도축허가 기준 작업능력을 고려한 것인 만큼 실제 수용물량은 이보다 적을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추가 지정도축장에서 경기북부권역과 타지역 출하 돼지를 분리 작업토록 한 농식품부의 방침이 경기북부권역 양돈농가들에게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타지역 물량 작업후 세척 소독이 이뤄져야 하다보니 계류장이 비어도 바로 하차가 불가능, 수용 능력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도축작업을 피할 수 없고, 도체품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경기북부권역 양돈농가들은 출하차량 확보마저 어려워졌다.
“예상 어려움 선제 대응을”
한돈협회 연천지부 오명준 사무국장은 “도축 직전 계류단계에서 출하돼지의 지역구분이 바이러스 전파 차단에 어떤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작업 시간을 달리한다고 해도 설비와 작업자는 동일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며 “방역 때문이라면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방역지침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기남부권역내 다른 도축장의 추가지정과 함께 해당도축장들에 대해선 권역별 차량 동선 분리와 철저한 소독을 통한 방역관리 체계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지정도축장 수용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는 모돈 출하난은 더 심각한 실정이다. 모돈갱신에 차질을 빚으며 생산성 저하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비육돈과 달리 전두수 채혈검사가 이뤄지고 있기에 양돈농가들은 출하제한 조치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오명준 사무국장은 “ASF 발생 추이를 볼 때 권역화 방역의 부작용이 비단 경기북부지역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곪아 터지기 전에 예상되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선제대응이 필요하다”며 “전국 확산시 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 할 현실적인 방역관리 방안을 경기북부지역에서 시범 적용해 보는 유연함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축산신문, CHUKSAN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