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신문 민병진 기자] 연고도 없이 내려온 태안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지역 낙농산업 발전을 위해 발로 뛰는 낙농가가 있다. 바로 더늘푸른 목장의 김영선 대표다. 김 대표는 지역 낙농가들에게 개량의 중요성을 일깨워 줌으로써 검정성적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태안 1호 유가공 체험목장으로 거듭나면서 지역 내 목장형 유가공 사업 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동안 받은 수많은 상 중에서도 지역 낙농가들이 만들어준 감사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김 대표의 낙농사랑 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이천서 목장 임대…개량으로 이룬 목장, 구제역에 초토화
주변 도움으로 태안서 성공적 재기…지역낙농 발전 기여
트라우마 극복하고 새롭게 도전
경기 이천에서 목장을 운영하던 김영선 대표에게 2010년 구제역이란 악몽같은 위기가 찾아왔다.
방역에 최선을 다했으나, 결국 목장에서 구제역 의심축이 발견됐고 젖소들을 모두 살처분 할 수 밖에 없었다. 젖소를 입식할 시기가 됐지만 젖소들이 묻힌 땅에서는 목장을 다시 시작하기는커녕 그만두고 싶단 생각이 더 컸다고 한다.
김 대표는 “다행히 주변에서 많은 격려를 해줬고, 인근 목장에서 좋은 젖소를 분양해주겠다고 해서 다시 목장을 하겠다는 결심은 섰다. 하지만 애정으로 키웠던 젖소가 묻힌 땅에서는 도저히 재시작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새로운 곳으로 목장을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지역 중에 태안을 선택한 것은 아내와 함께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트라우마를 견뎌내고 2012년부터 태안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한 더늘푸른목장은 현재 사육두수 100두에 착유우 42두로 서산태안축협 쿼터 1천200kg을 보유하고 있다.
우수혈통 송아지 18두 무상 분양
경기지역은 낙농가도 많다보니 정보교류가 원활하고 지원이 충분한 덕분에 상당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지만 김 대표가 태안으로 내려갔을 시기만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기술발전이 더디고, 개량에 대한 관심이 적어 생산성에서 많은 차이가 났었다고 한다.
이에 구제역 당시 주변 농가들에게 받은 도움을 되갚고자 태안 내 낙농2세들에게 우수한 혈통 송아지 18두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송아지를 키워본 낙농2세들은 몸소 개량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덕분에 지역 내 검정사업이 활성화됐고, 하위권에 머물던 검정회 성적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김 대표는 말한다.
이밖에도 지자체의 지원을 확대하고 유제품 기부 활동도 전개하고 있는 김 대표는 이같은 공을 인정 받아 지난해 열린 ‘제29회 충청남도 농어촌 발전상’ 시상식에서 축산부문에서 수상자로 꼽혔는데, 태안에서 이 상을 받은 것은 7년 만이라고 한다. 이외에도 도지사, 장관 표창 등 상을 받았던 그는 지역 낙농가들이 손수 만들어준 감사패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외지인이었던 그가 지역의 구성원으로 거듭났다는 의미가 컸다고 밝혔다.
태안 1호 목장형 유가공에 도전
김 대표는 태안에도 유가공을 하는 목장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에 농업기술센터에 건의했고, 2020년 공모사업에 뽑혀 태안 최초로 목장형 유가공을 하게 됐다. 목장 옆에 지어진 ‘더맘 유가공연구소’에선 한달에 1톤가량의 원유를 사용해 요거트와 스트링치즈, 할루미치즈 등을 만들어 카페와 겸해 판매에 나서고 있으며, 오픈마켓이나 로컬매장으로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김 대표는 유제품을 가공하기 시작하면서 유질관리를 최우선적으로 신경쓰고 있다.
그는 “체세포수가 낮은 원유를 따로 모아 유제품을 만들어보니 맛에서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래서 체세포수를 5만cell/mg로 목표로 잡고 관리 중인데, 최근에는 4만cell/mg대를 유지하고 있다”며 “체세포수 관리를 위한 특별한 방법은 따로 없지만 젖소들을 함부로 터치하는 등 스트레스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낙농 꿈꾸며 도전은 계속
향후 김 대표는 과거 생산성에 집중했던 관리에서 벗어나 유질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유가공을 하면서 유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 저지종을 도입해서 유지방과 유단백이 높은 원유를 생산해 볼 생각”이라며 “또한 후계자가 없는 관계로 사육규모를 더 이상 늘리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소요되는 노동력과 동물복지를 고려해 착유두수를 20두 정도로 줄여서 목장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태안지역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방안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김 대표는 “목장을 하다보면 민원으로 인한 마찰을 피할 수 없다. 우리 지역 낙농2세들의 미래를 위해 축산단지를 구축해보려 한다”며 “다행히 태안에는 단지를 설립할 만한 간척지들이 몇 군데 있기 때문에 지방선거가 끝난 후 도에 건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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