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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사다리 차버리기’

한·미, 한·캐나다 FTA 협상에 따른 한국 축산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지난 10일의 본지 주최 워크샵에서 장하준 캠브리지대학교수의 저서‘사다리 차버리기’ 가 주목 받았다.
이날 지정토론자로 나선 황형성 팀장(농협조사부)과 청중 토론에 임한 황엽 사무국장(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이 각각 언급한 장하준 교수의 이론은 국익을 강조하는 정부의 주장에 맞설 단비 같은 이론으로 축산인들의 귀를 쏠깃하게 했다.
과문한 탓에 미처 알지 못했던 필자 또한 귀가 번쩍뜨여, 워크샵이 끝난 후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지난 2003년부터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후진국이나 제3세계 경제를 대변하는 경제학자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간단히 소개하면 장하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990년 10월부터 케임브리지대 경제학부 교수로 재직해 오던 중 지난 2003년 11월 그의 저서 ‘사다리 차버리기(Kicking away the ladder)’로 한국인 최초로 제도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뮈르달 상(노벨경제학상 수상 뮈르달을 기념하는 상)’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다리 차버리기’는 ‘자기는 먼저 해놓고 뒤따르려는 사람은 못하게 한다’는 뜻으로, 선진국들이 제3세계를 향해 ‘너희도 잘살려면 시장개방을 하라’고 하지만 실은 자기네들도 2~3세기 전 산업이 취약했을 땐 보호무역정책을 썼음을 강조하면서 그동안 자기들이 보호무역을 통해 잘살게 되니까 이제 후발국들에는 자유무역을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 진행중인 DDA, FTA 협상의 속셈은 선진국이 사다리를 오르는 후진국을 차버리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다.
장하준 교수는 또 최근 한 일간지의 기고를 통해 “전체를 위해 소수를 희생해도 된다”는 것은 전체주의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바로 이 때문에 개인의 권리를 중요시하는 구미의 자유주의 경제학은 다수의 이익을 위해 한 사람이라도 손해를 보는 정책은 택하면 안된다는 ‘파레토 원칙’을 따르고 있다”고 강조한다. 장 교수는 그러나 이 파레토 원칙을 따르는데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절충안으로 ‘보상의 원리’를 사용한다며, 이번 한·미 FTA 협상에서도 이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따라서 이번 한·미, 한·캐나다 간 FTA 협상이 정부의 주장대로 국익에 큰 보탬이 되는 협상이라면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희생이 불가피한 농축산업 분야에 대한 ‘보상의 원리’를 적용해 농축산업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장단기적 대책이 전제돼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하겠다.
그런데, 최근 한·미간 FTA 협상과 관련, 이 협상이 정말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미국측보다 우리나라가 더욱 서둘러 FTA를 추진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있음도 주목된다. 한·미간 FTA 협상 시간표를 미국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그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어쨌든 한·미간, 또는 한·캐나다간 FTA 협상은 이래저래 농축산분야의 희생이 전제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농축산업계의 적극적인 자구대책이 요구된다. 때마침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를 출범시키고 있다. ‘비대위’가 ‘사다리 차버리기’를 하고 있는 선진국에 어떻게 대응해서 한·미, 한·캐나다 간 FTA를 저지시킬지 두고 볼 일이다. 하지만 설령 FTA를 저지시키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보상의 원리’에 따라 농축산분야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전제된 협상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장 지 헌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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