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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우리 삶을 이끌어 온 ‘성장동력’

■ 기 고 / 구자형 (방송작가)

  • 등록 2007.07.25 14:40:14
 
‘한우사랑 팸투어’를 다녀와서

영화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의 영화음악 중에 박영일이 노래한 ‘소’가 있다. 그 노래는 최고의 가요 명곡이다. 가사를 보면 ‘이따금 잠수교에 나가서면 길 잃은 갈매기 날으지’도 나오고 ‘소를 보면 어머님의 주름진 얼굴 보인다’고 했다. 말하자면 화려하지만 영원한 타향 같은 도시적 방황이 소를 통해 고향과 자신의 역사와 마침내 정체성의 초입으로 들어 설 수 있는 귀중한 만남의 체험을 소를 통해 간직케 되는 것이다.
내 가슴 속엔 그렇게 소의 이미지가 한줄기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의 초청으로 ‘한국방송작가협회 팸투어’가 이 땅의 자존심, 명품 한우의 고장 횡성에서 펼쳐진다 했다. 그래서 갔다. 아주 반가운 마음으로.

세계 유일 품종 ‘한우’ 우수성 자긍심

가서 여의도 1.5배만한 목초지가 조성된 ‘축산기술연구소’에서 한우를 공부했고, 한우는 세계에서 유일한 품종이고 유전자를 해외로 유출 시키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한우 지킴이들인 한우 관련 모든 이 땅의 한우사랑인들에게 울컥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난생처음 호랑이 무늬의 칡소를 볼 수 있었고, 덕분에 어디 가서 소 얘기 나오면 ‘너희가 칡 소를 아느냐?’하고 우아하게 한마디 던질 수 있게 됐다.
그런 가운데 저녁에는 주최 측의 호의로 1급 한우를 맛볼 수 있었다. 입에 닿기도 전에, 이미 따끈하게 적당히 구워진 듯한 한우를 바라보기만 해도, 한우는 이미 녹아버리고 말 것 같았다. 그토록 부드럽고 가벼운 한우와 더불어 이 땅의 위로인 소주도 한잔 하면서 나를 포함한 방송작가들 중 몇몇은 월드컵 응원 분위기로 ‘대~한민국 짜작짜작짝!’ 대신 ‘한~우사랑 짜작짜작짝!’을 외치면서 이 땅의 논밭을 갈아왔고, 명절이면 소고깃국으로 가족 간의 인정을 따스하게 했고, 서너마리 소를 키워 논마지기를 사게 했고, 소를 팔아 자식을 대학 보내게 했고, 더러는 서울 공장에 취직해 간 예쁜 누이들이 열심히 벌어 모은 월급으로 소 한 마리를 고향 부모님께 선물하기도 했었다. 어찌 보면 소는, 이 땅의 한우는 우리들 삶이 이만큼 발전하기까지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었고, 따라서 너무나 소중하고 고마운 존재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튿날 방문을 허락 받아 찾아 간 횡성의 한우농가에서 만난 한우들은 너무나 탐스럽고 미끈한 존재들이었다. 작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머, 어머 너무 잘 생겼다. 완전 꽃미남이네.’ ‘어머, 넘 착하네.’하고 이마와 목을 쓰다듬어 줄수록 더욱 친근하고 사랑스럽게 다가오는 밝은 황갈색 한우들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어린아이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누군가 어젯밤 술이 과했는지, 아직도 덜 깨셨는지 어느 소를 쓰다듬으며 ‘맛있게 잘 커라.’ 한마디를 농담했다. 그러자 함께 동행 했던 축산신문의 이동일 기자가 ‘소가 다 알아듣습니다.’라고 젊잖게 한마디 했다. 농담을 했던 사람이 찔끔했고, 소에게 미안해했다. 그렇다. 이처럼 소는 사람 말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알아듣고 보는 아름다운 가축, 아니 이미 한국인들의 오래된 가족인 것이다.
하긴 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내 에너지 중에서도 그동안 나를 위해 몸 바친 한우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하다는 생각을 나는 실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를 사랑해 소 그림을 많이 남긴 화가 이중섭은 자작시 ‘소의 말’ 중에서 이렇게 소를 노래했다. ‘맑고 참된 숨결/ 나려나려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그렇다 이중섭의 소 그림을 보고 강인함과 우직함을 발견할 수도 있지만, 이중섭은 소가 우리들의 말을 알아들을 뿐만이 아니라 소가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초일류 명품 육성 업계 노력에 박수를

그래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립고, 아름답다고 소의 말에서 노래했다. 참 감사한 노래인 것이다. 물론 소가 있었기에 가능한 감사함이다. 횡성의 한우농가에서는 소들을 위해 소나무 톱밥을 바닥에 깔아 주고 있었다. 역시 소를 위한 소의 나무 소나무였던 것이다. 그리고 주인이 몹시 소들을 사랑해 주었기에, 사랑받은 소들은 스스럼없이 사람에게 친근함을 표시한다는 얘기도 귀에 쟁쟁하다.
꼭 다시 찾고 싶은 횡성, 그날 만났던 한우들… 그 한우의 맥을 잇고, 세계 최고의 위대한 명품 한우로 굳건히 자리하기 위해, 끝없이 정진하는 아름다운 사람들, 한우 관련 모든 전문가와 관련 단체인들, 소를 자식처럼 돌보며 울면서 내다 파는 이 땅의 한우농가 주인들, 그 가슴들 앞에 그리움의 사랑을 전합니다. 그리고 올 가을 횡성 한우축제에서 가슴 환히 해치고, 한우처럼 깨끗하고 커다란 반가움으로 온 국민이 다함께 만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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