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양돈협·농식품부 명칭변경 주장 묵살해 비난 멕시코발 인플루엔자를 ‘돼지 인플루엔자’로 명명, 국제사회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바이러스와 돼지의 무관함을 시인했다. /본지 5월1일자 1면참조 세계보건기구는 지난달 30일 자체 웹사이트(www.who.int)를 통해 신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인플루엔자 A(H1N1)’로 부르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멕시코발 인플루엔자 사태가 돼지로부터 전염된 것이라는 인식이 이미 전세계인들에게 확산, 세계보건기구는 그 신뢰성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은 물론 전세계적인 혼란과 함께 양돈업계에 또다른 재앙을 불러왔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국제사회 요구 외면 피해 키워 그동안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수역사무국(OIE)을 비롯해 국제수의학계 및 전세계 양돈업계는 ‘돼지인플루엔자’라는 명칭의 정정을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특히 미국 질병통제센터(CDC)의 경우 독자적으로 ‘2009 H1N1 인플루엔자’라는 명칭을 사용해 왔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지난달 29일까지도 후쿠다 게이지 사무차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돼지고기 섭취와 신종인플루엔자는 무관하다”는 입장만 고집했을 뿐 명칭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었다. 그러나 전세계적인 돼지고기 소비 급감과 함께 각국의 수입중단 조치에 이어 급기야 지난달 29일에는 이집트가 자국 내 모든 돼지를 즉각 도살 처분하겠다고 밝히는 등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되자 결국 긴급공지를 통해 ‘인플루엔자 A(H1N1)’로 명칭을 변경하기에 이르게 됐다. ■부처간 이견으로 혼선 우리 정부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보건복지부가 각각 다른 신종바이러스 명칭을 사용, 큰혼선을 빚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8일 오후 돼지인플루엔자를 ‘멕시코 인플루엔자’로 변경해 사용키로 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양돈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가 다음날 세계보건기구의 공식 발표가 있기까지는 돼지인플루엔자(SI)라는 명칭을 고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혀 두부처간 이견을 드러냈다. 이는 지난달 30일 열린 총리주재 관계장관회의에서 질병관리본부측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일단락 됐지만 불과 몇시간 후 이뤄진 세계보건기구의 명칭변경은 결과적으로 농식품부의 결정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대해 양돈업계를 비롯한 축산업계는 관계장관 회의서 철회되기는 했지만 이번에 농식품부가 보여준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반면 보건당국에 대해서는 강력히 비난했다. 지난달 27일부터 돼지인플루엔자 명칭 변경을 정부와 국회, 언론 등에 요구해온 양돈협회는 지난달 30일 오전 ‘SI’ 고수입장을 밝힌 질병관리본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멕시코 인플루엔자’로 즉각 명칭을 변경할 것을 촉구했다. 양돈협회는 이날 김동환 회장이 발표한 회견문을 통해 “양돈산업 죽이기에 나선 질병관리본부의 의도가 무엇이냐”며 질병관리본부장의 망언중단과 함께 즉각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승호)도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SI의 명칭변경 즉시 시행과 함께 북중미산 돼지고기 금수조치의 즉각 실시를 정부에 촉구하는 한편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삼가 줄 것을 언론에 요청했다. 국내 수의학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세계보건기구는 자신들의 말 한마디가 전세계에 미칠 영향을 감안, 좀더 신중해야 했다”며 “더구나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한 다른 국제기구들과 전문가들의 요구를 묵살해 온 것은 한마디로 오만”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