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는 천하의 대본이라는 말은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닙니다. 이것은 억만년을 가고 또 가도 변할 수 없는 대 진리입니다. 사람의 먹고 사는 식량품을 비롯하여 의복, 주택의 자료는 말할 것도 없고 상업, 공업의 원료까지 하나도 농업생산에 기대지 않는 것이 없느니만치 농민은 세상 인류의 생명창고를 그 손에 잡고 있습니다. 우리 조선이 돌연히 상공업 나라로 변하여 하루아침에 농업은 그 자취를 잃어버렸다 하더라도 이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의연히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농민의 세상은 무궁무진 합니다’ 매헌 윤봉길 의사는 77년 전 중국 상하이 홍코우공원에서 열린 일본의 천장절 겸 전승경축행사장에 폭탄을 투척,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하고 독립운동의 큰 획을 그은 애국지사로 추앙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농촌운동가였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19세에 고향 예산에서 야학을 연 선생은 20세에 독서회를 조직하고 농민독본을 펴냈다. 농사가 천하대본임이 결단코 묵은 문자가 아니며, 억만년 뒤에도 변할 수 없는 대 진리라는 선생의 외침에 오늘의 우리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이 돌연히 상공업국가로 변해 농업이 없어지더라도 변치 못할 생명창고의 열쇠는 지구상 어느 나라의 농민이 잡고 있을 것이기에 ‘농민의 세상은 무궁무진하다’는 대목에서 그의 혜안과 통찰력에 놀라게 된다. 언필칭 농민을 위한다는 사람은 차고 넘친다. 손에 흙 한번 안 묻히면서 무슨 일만 생기면 ‘물 만난 고기’ 처럼 나서는 사람, 스스로 농민지도자임을 자처하는 사람 등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그러나 뉘라서 농업의 중요성을 이토록 절절하게 말할 수 있겠는가. 진지한 고민과 행동이 따르지 않는 외마디 외침과 교언영색이 난무하기에 이 비문은 우리에게 가슴 뭉클한 비장함으로 다가온다. 이토록 절절한 농민사랑과 농업의 무한가능성이 담긴 명문(名文)을 이제야 알아본 무지가 부끄럽고, 외로운 돌비석으로 방치한 것 또한 예의가 아닐 것이기에 우리에겐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돌비석을 세운 농협이 먼저겠지만 농(農)자와 축(畜)자를 붙인 모든 단체의 공식행사에서 이 비문을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듯이 읽고 넘어가자. 내친 김에 농업과 농촌문제를 다루는 국회 농식품위원회에도 권하자. 농업관련 예산이나 법안을 심의하기에 앞서 이를 낭독하도록 말이다. 비문이 그런 류의 형식에 맞지 않는다면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다듬거나 책속의 다른 구절을 활용해도 될 것이다. 하루도 바람 잘날 없이 시끄럽고, 어려운 과제만 산적한 농민과 농촌의 현실을 타개하려면 농업분야 지도자들의 헌신과 함께 국회차원의 지원노력이 절실하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