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론회는 대부분 경찰병력으로 막아 놓고 진행하거나 일부지역에서는 무기한 연기하고, 또한 농민들과 몸싸움까지 벌어지는 등 결과적으로 조합장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이라는 목적조차 달성하지 못한 채 농협중앙회에 대한 농촌현장의 투쟁심만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축산인 “현장 목소리 제대로 담는 노력 있어야” 농협중앙회는 지난달 8일 농협창녕교육원에서 처음 개최한 토론회부터 조합장만을 대상으로 한 내부토론회라고 못 박고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어 중앙본부와 경기지역본부에서 열린 토론회까지 내부행사라는 비공개 원칙이 지켜지는 듯 했다. 그러나 현장 농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장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감지한 탓인지 농협중앙회는 토론회 일정을 당초 계획에서 바꾸기 시작했다. 당초 7월15일 농협공주보험교육원에서 충남·북과 대전지역 조합장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돼 있던 토론회는 갑자기 충북만을 대상으로 14일 농협충북지역본부에서 열렸다. 비교적 조용하게 진행되던 토론회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이다. 이날 토론회는 농민단체 소속 농민들이 “조합원들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된 비공개 토론회를 보면 농협이 진정 개혁 의지가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하자 시작한지 10여분 만에 중단됐다. 농협은 토론회가 조합장 의견을 수렴하는 내부회의라고 밝히고 농민단체와 농업인을 대상으로 별도 설명회를 갖겠다고 설득했지만 사실상 무산되자 무기한 연기시킨다는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열리는 토론회마다 농민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병력과 대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난달 21일 농협전북지역본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농협중앙회는 심한 혼선까지 빚으면서 초조함을 나타냈다. 오전 7시 갑작스럽게 당초 오후 1시30분에서 오전 7시30분으로 변경한다고 조합장들에게 통보한 농협은 다시 오전 7시50분으로 시간을 바꿨다. 이 또한 농민들의 반대집회 때문이었다. 결과적으로 토론회는 최원병 회장이 도착한 9시10분에 시작됐지만 결국 회장 인사말만 듣고 끝낸 토론회가 되어 버렸다. 회장을 기다리던 농·축협 조합장들이 “중앙회가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조합원들이 못 들어오고 있는데 조합장만 들어왔다는 점에서 괴리감을 느낀다. 중앙회가 조합원과 조합장을 이간질시키는 일을 해선 안 된다”며 자리를 떠났기 때문이다. 23일 전남지역 토론회는 농민단체를 피해 농협구례교육원과 전남지역본부 등 장소를 변경하다 토론회장이 농민들에게 점거 당했다는 소식에 무기한 연기해야했다. 마지막 24일 열린 제주토론회도 농민들의 극심한 반대 속에 어렵게 열렸지만 형식에 그치기는 마찬가지였다. 올 들어서만 사업 분리와 관련해 여러 차례 말을 바꿔온 농협중앙회가 지금 선택한 것은 ‘자체개혁’을 명분으로 빠른 시일, 바로 2012년에 ‘지주회사’로 분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토론회에서 농협은 그 골격을 담은 실무안을 소개하는데 그쳤다. 말 그대로 조합장들의 의견조차 듣는 시간이 제대로 할애되지 않았다는 것이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지금 농민단체들은 농협이 지주회사 방식을 추진하는 것에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 경제사업 보다 신용사업 중심으로 사업을 분리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농촌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축산인들은 사업 분리의 핵심적인 사항이 아닌 농협중앙회 내 농업경제부문과 축산경제부문의 통합까지 걸고 나왔다는 점에서 고개를 젓고 있다. 축산인들은 특히 최원병 회장이 토론회 과정에서 “농업경제와 축산경제를 통합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농협 내부에 많다. 축산경제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문별 대표들과 실무자들이 통합해야 한다고 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경악하고 있다. 축산단체를 포함한 농민단체, 축산학회, 축협, 축산인 모두가 반대하는 ‘농·축경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농협의 ‘뚝심’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농촌현장의 반응이다. 농협중앙회는 이제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실무초안’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토론회서 제시했던 것을 그대로 두고 ‘포장’만 바꿀 것이라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농심과 부딪치면서 얼룩진 토론회 결과를 마치 제대로 된 의견수렴인양 스스로 과대평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