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 해도 역사 속으로 묻혀가고 있다. 언제나 이맘때면 지난 한 해를 정리하며 기억에 남을 장면들을 떠올려 본다. 소위 10대 뉴스 등을 나름대로 손꼽아 보니 다행히 나쁜 뉴스보다 기쁜 뉴스가 많다. 주요 축종별 뉴스를 보더라도 한우업계는 이력제 본격 실시로 가격 하락 우려를 씻고 비교적 안정된 가격을 형성한 가운데 고품질의 한우 고기를 생산한 농가들은 상당한 경영성과를 맛봤다. 낙농업계도 제도개선 논의가 재개된 가운데 원유 수급과 소비가 안정됨으로써 큰 어려움 없는 한 해를 보냈다. 양돈업계는 돼지고기 일본 수출 재개로 큰 기쁨을 맛봤으며, 연중 돼지 가격 또한 양돈농가들의 기대수준을 유지함으로써 더도말고 덜도 말고 올해만큼만 됐으면 좋을 그런 한해였다고 하겠다. 양계업계도 산란계자조금과 육계자조금을 거출하면서 본격적인 자조금 시대를 열어젖힘으로써 양계업계가 안고있는 현안들을 양계인 스스로 해결하는데 많은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료, 동약, 기자재 등의 축산 자재산업계도 큰 이슈없이 안정적인 한해를 보냈다. 사료값이 작년보다 떨어진 가운데 안정됐으며, 동물약품은 써코백신 돌풍 등 희소식을 접할 수 있었고, 기자재 업계 역시 그렇게 나쁠 것 없는 조용한 한해를 보냈다. 다만 이런 가운데 올 상반기엔 한·EU FTA가 가서명됨으로써 개방이라는 큰 국제적 흐름에 맞서야 하는 숙제를 안겼으며, 하반기 막판에는 돼지에 신종플루가 감염됨으로써 양돈농가들을 긴장시켰다. 여기다 국회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정부의 협동조합 개혁안 또한 걱정을 남겼다. 이렇듯 올 한 해 우리 축산업계는 몇 가지 걱정거리를 남겼지만 전체적으로는 그야말로 무난한 한 해를 보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축산이 앞으로도 계속 무난하게 이어갈 것이냐는 것이다. 사실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여전히 불안하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개방압력도 압력이지만 축산식품을 제외한 식탁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축산업의 독립적 정체성이 분명한데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농협개혁과 관련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것이 대세임은 인정하지만 경제사업구조 논의 과정에서 축산조직을 없애려는 안이 도마 위에 올려진 것은 축산의 독립적 정체성을 무시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안이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이런 논의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믿기 어렵다는데서 축산인들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것이다. 2009년은 2000년이 시작된 이후 첫 10년을 마무리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2009년이 물러가면서 ‘축산의 독립적 정체성을 무시하려는 인식’도 고스란히 가져갔으면 한다. 그래서 2010년 새해부터 축산인들이 축산의 국제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일 수 있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