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농림수산식품위원회(위원장 최인기)는 지난 22일 국회 본관에서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 최대 이슈는 농림수산식품부가 전날(21일) 국회에 보고한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자본지원계획이었다. 의원들은 농협이 정부안을 그대로 받을지, 받지 않을지 명확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일부에서 협동조합의 자율성 침해하는 계획으로 농협법 부칙 3조를 정부가 위반한 셈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인기 위원장은 “농협 임직원들은 지금 농민의 농협을 만드는 연대책임, 무한책임을 함께 지고 있다. 정부지원금도 필요하다면 악을 쓰고 투쟁해서라도 받아낼 책임이 있다. 필요하면 국회서도 도울 것이다. 사명감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루 종일 사업구조개편과 관련한 정부의 부족자본금 지원계획이 도마 위에 올랐지만, 협동조합 정체성을 비롯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까지 다양한 주제도 다루어 졌다. 국회의원들이 일 년에 한 번 주어지는 농협중앙회에 대한 국정감사를 준비해 쏟아낸 주제들을 협동조합이나 축산분야와 관련된 쟁점을 정리했다.
◆한우산업 안정화 방안
여상규 의원(한나라당, 경남 남해 하동)은 “산지 소값이 폭락 이후 회복이 안 되고 있다. 정부와 농협이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실효성 있는 방안이 잘 안보여 진다. 특히 한우 저능력우 자율감축은 부진한 것 아닌가. 도태를 촉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인기 위원장(민주당, 전남 나주 화순)도 “암소도태에 대한 정부 장려금 지원이 농가들의 여론인데 안하는 이유가 뭐냐. 많은 농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정부가 빨리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성우 농협축산경제대표는 “가임암소 중 13만두로 목표를 정해 10개월 동안 도태하는 것으로 조합에 배정했다. 다만 지정된 암소는 4~5개월 비육해서 출하해야 제값을 받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농협은 무이자자금 500억원으로 도태를 독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감장에 배석해 있던 이상길 농식품부 제1차관은 “도태장려금을 직접 지원하는 것과 할인판매행사를 지원하는 두가지 방법을 놓고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축산지원 예산 확충
강봉균 의원(민주당, 전북 군산)은 “FTA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산업이 축산이다. EU와의 FTA로 15년 동안 2조5천억원, 미국과의 FTA로 7조3천억원의 피해가 예상되는 축산에 대한 지원이 너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우리나라 축산부문 예산의 64%(6천415억원)을 차지하는 축산발전기금에 마사회 출연금만 있고 정부나 농협의 예산 투입이 없다. 이래서 어떻게 축산농가를 살리겠는가. 농협이 적극 노력해 축발기금에 정부 예산이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남성우 축산대표는 “축발기금에 농협자금이 직접 들어가지 않지만 교육지원사업비나 무이자자금 등을 축산에 투입하고 있다. 축발기금 재원 확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부족자본금 지원기한
김영록 의원(민주당, 전남 해남 완도 진도)은 “사업구조개편과 관련해 부족자본금에 대한 정부지원 규모를 4조원에서 5조원으로 늘리고 이자지원기간도 MOU를 체결하는 등 명확하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윤환 의원(한나라당, 경북 상주)도 “자본금 지원이 4조원으로 충분한가. 지원기한 명시는 필요하지 않나. 생산은 농민, 판매는 농협이 담당하려면 4조원은 태부족하다. 기한명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효석 의원(민주당, 전남 담양 곡성 구례)은 “이자지원 기한도 기재부는 농식품부와 협의해서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대로는 정부 눈치보고 끌려가야 하는 입장이다. 이래서 자율성이 확보되겠는가. 농협이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원병 회장은 이에 대해 “정부가 지원기한을 제도적으로 명시하지 않으면 받아들이기 어렵다. 수시로 협의해야 하는 조건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또한 신청한 6조원이 지원돼야 2020년까지 3조원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그 정도 액수가 안되면 어렵다”고 답했다.
◆후계농업인 지원 대책
신성범 의원(한나라당, 경남 산청 함양 거창)은 “농업창업자금대출이 후계농업인 육성을 위해 아주 중요하지만 신용대출은 0.3%, 담보대출은 98%로 저리담보대출에 불과한 수준이다. 더욱이 창업후계농업인의 농신보 보증지원 승낙금액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3천100만원에 불과하다. 농식품부는 농협에, 농협은 사업평가역량도 못 갖춘 농신보에 미루고 있어 생긴 일이 아닌가”라고 따졌다.
◆면세유 취급 투명성 강화
윤영 의원(한나라당, 경남 거제)은 “지난 7월31일 기준으로 전남 A농협 주유소 가격고시를 보면 경유가 면세전 1천699원(리터당), 면세후 1천80원으로 되어 있다. 부가세와 교통세, 주행세, 교육세를 빼면 리터당 54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것이다. 전남 108곳을 표본 조사한 결과 농협계통 주유소는 평균 경유의 경우 24원, 휘발유는 25.6원의 부당이익을 면세유에서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조합이 훨씬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을 보면 배달료가 원인이 아니다. 민간주유소를 조사해보니 경유는 67.5원, 휘발유는 89원의 부당이익을 취했다.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선조합 배당 보완대책 필요
황영철 의원(한나라당, 강원 홍천 횡성)은 “계열사 당기순익이 중앙회에 배당되고 이는 다시 조합에 배당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업구조가 개편돼 신용과 경제사업이 분리되면 실제 현금배당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결손되는 배당을 채울 방법이 없다. 법정평가이익을 포함한 금액을 회계처리에 의해 배당금 등으로 내려주는데 내년부터는 차액부분의 배당이 불가능해지는 구조가 된다. 현금을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안 된다. 해결책을 검토해 조합손실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인 참고인 심문
▲상호금융대책=김효석 의원은 이날 이한종 송파농협장을 참고인으로 신청해 상호금융대출 위축에 따른 조합의 경영상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김 의원은 “정부의 가계부채종합대책이 엉뚱하게 상호금융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상호금융 비과세예금이 내년 말 일몰되는데 조합에 심각한 경영충격이 올 것이다. 비과세 폐지되면 인출사태 올 것이다. 타 금융기관은 취급업무가 다양하고 수익구조도 다양하다. 일선조합의 비과세상품을 폐지하려면 정부가 다른 사업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지적했다. 이한종 조합장은 이에 대해 “현재 수익 중 83%가 이자수익이다. 비과세가 폐지돼 인출사태가 오면 상상할 수 없는 충격으로 조합 경영기반이 흔들릴 것”이라고 답변했다.
▲농협정체성=김우남 의원은 송용헌 서울우유조합장과 이태용 이천농협장을 증인으로 불러 농협정체성에 대해 질의했다. 김 의원은 “이천농협에서 수입바나나를 팔다가 중단했다. 우리 농산물 팔라고 세제혜택도 주고 자금도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조합에 대해 농협중앙회가 지원한 자금은 바로 회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이어 “서울우유는 특수목적조합이다. 이번 우유대란을 보면서 서울우유가 경쟁력을 위해 일부 유제품을 들여오는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다. 다만 농산물을 들여다가 가공해 판매하기보다 국내산을 많이 가공해야 한다. 그것이 도리다”라고 지적했다.
송용헌 조합장은 이에 대해 “협동조합 정체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공감한다. 그러나 유가공사업을 하면서 민간에 비해 어려움이 있다. 시장서 이겨서 수익을 내야 농민조합원을 도울 수 있다. 그렇다고 외국산 원료만 쓰지 않는다. 어느 업체 보다 국내산을 많이 쓴다. 수입산을 줄이는 노력을 계속 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