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곡물가격이 이상기후 등으로 급등하면서 실효성 있는 해외곡물 확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 9일 배포된 주간브리프 제25호에 박재홍 부연구위원(유통연구실)의 ‘최근의 국제 곡물가격 상승과 시사점’을 실었다.
박 부연구위원은 2007~2008년, 2010~2011년에 이어 올해도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특히 6월 중순 이후 미국·브라질·러시아 등 주요 곡물수출국의 가뭄과 이상고온 등으로 7월 초 국제 곡물가격은 톤당 밀의 경우 316달러로 6월 평균보다 15% 올랐으며, 옥수수 305달러(12%), 콩 602달러(13%) 등 급등했다고 밝혔다.
박 부연구위원은 특히 7월 초 곡물가격은 애그플레이션(2007~2008년) 시기의 평균가격 보다 밀은 9%, 옥수수는 58%, 대두는 56%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농무부(USDA) 전망에 따르면 2012/13년 세계 곡물 재고량(공급량-소비량)은 4억7천800만톤, 재고율(재고량/소비량)은 20.3%이다. 이는 2000년대 평균 재고량(4억8천500만톤)과 재고율(21.8%)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박 부연구위원은 세계 곡물수급의 불안정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6.7%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쌀을 제외하면 3.7% 수준이다. USDA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1년 우리나라의 곡물 생산량(쌀 포함)은 전 세계 생산량의 약 0.2%(448만톤)에 불과하다.
이는 콩을 제외한 통계로서 우리나라의 콩 생산량(14만톤)이 매우 적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세계 곡물 생산량 중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곡물 소비량(사료곡물 포함)은 전 세계 소비량의 약 0.8%인 1천800만톤 수준으로 세계 20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1인 기준으로 볼 때 콩을 제외한 곡물 소비량은 우리나라(약 361kg/1명)가 중국(338kg), 일본(263kg)보다 높은 수준이다.
수입 물량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1천360만톤의 곡물(콩 제외)을 수입해 일본, 멕시코, 이집트, EU에 이어 세계 5위의 곡물 수입국이다. 콩을 제외한 1인당 수입량은 272kg으로 주요 곡물수입국 중 사우디아라비아(472kg)에 이어 가장 많다.
박 부연구위원은 이어 우리나라는 곡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2011년부터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민간기업 합작으로 미국에서 해외곡물조달사업에 착수했지만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올해 해외곡물조달사업을 통한 곡물수입 목표를 당초 92만톤으로 잡았지만 최근까지 실적이 전무한 상황이다. 민간기업의 해외농업개발사업도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 부연구위원은 따라서 국내 곡물 생산기반 확대 등 곡물자급률 제고를 위한 노력과 함께 보다 실효성 있는 민·관 합작의 해외곡물 확보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현재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주도하고 있는 해외곡물조달사업의 경우 제분회사·사료업체 등 직접적인 수요자가 참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