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영농장은 전형적인 가족노동력 중심의 양돈장이다. 무려 30년간을 윤종진, 조복순씨(59) 부부 단 둘이서 운영해온 이 농장은 5년전 새로운 변화를 맞게 된다. 아들 윤석원씨(32)가 본격적으로 농장일에 뛰어든 데 이어 얼마전에는 신축수준의 리모델링을 통해 이 농장 규모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초현대식 돈사도 확보하게 됐다. 원영농장 윤종진씨 가족이 걸어온 양돈인으로서 삶과 보람, 그리고 희망의 2015년을 사랑방 좌담 형식으로 그려보았다.
아들 합류로 주먹구구식 농장관리 체계화되며 생산성 뒷따라
5년전 홍수로 폐업위기…농장 신축수준 리모델링 ‘희망 재건’
현재 규모론 자금 상환 벅차…두수 확대 행정적 길 열어줘
# 규모 작아도 철저히 분업화
▲윤종진씨(父)= 시설관리와 축분뇨 처리를 담당하고 있지. 경영? 그건 내소관이 아니야, 첫 시작부터 집사람이 도맡아 왔어, 정말 억척스럽지. 집사람 아니면 오늘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조복순씨(母)= 전반적인 농장경영은 제담당이에요. 여기에 섬세함이 필요한 분만도 맡고 있죠. 임신사와 번식교배는 아들 몫이 됐네요
▲윤석원씨(子)= 부모님과 제가 전부네요. 백신용역을 맡으신 한분도 포함돼야 하나? 6년전, 결혼하면서 바로 농장에 뛰어들었습니다. 사업적인 욕심도 있고, 직장생활 보다는 훨씬 전망있다고 판단했지만 무엇보다 부모님이 힘들어 하는 모습이 결정적인 동기가 됐죠. 어렸을 때, 특히 농장일을 자주 돕기 시작했던 중학교 시절에는 너무 싫었는데….
# 함께 한다는 것 자체가 좋다
▲父= 사실 아들이 사회생활을 더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 세상물정을 알아야 하니까. 그런데 막상 같이 농장일을 하니까 편한 건 맞아. 물론 처음엔 일하는게 못마땅하기도 했어. 그런데 아들이 참고 견뎌줘서 고맙기만 해.
▲母= 내심 양돈은 우리대에서 그만둔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힘들게 해 왔으니까. 하지만 자식 이길 부모있나요? 그래서 3년전에는 정부 지원을 받아 축사도 다시 지었어요. 적어도 50년 이상은 양돈을 더해야 하고, 아들이 보다 더 편하게 돼지를 키울수 있도록 말이죠. 요즘은 아들 덕에 아프면 병원도 가고, 평생 생각 못했던 여행도 다녀요. 무엇보다 좋은 건 아들 얼굴을 매일 볼수 있다는 겁니다. 대신 휴일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면 측은하기도 해요.
▲子= 가족끼리 돼지를 사육하니 돼지에게 애정이 더가는 같습니다. 부모님이나 저나 모두 “자기 것이다” 생각하니까 사실 어려운 건 그다지 없어요. 다만 쉴수 없는 것 맞아요. 제가 하지 않으면 부모님이 힘드시니까요. 더구나 (양돈을) 기초부터 배운게 아니라 어깨너머로 배운게 전부이다 보니 지금은 아쉽기도 합니다.
# 열심히 하니 운도 따른다
▲父= 5년전 큰 홍수 때문에 돈사와 집이 모두 잠긴 때가 있었습니다. 스톨에 있던 몇 마리를 제외하면 모두 폐사했었지. 가축공제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면… 휴우. 정말 위기였을거야.
▲ 母= FMD 당시 돼지가격이 높이 오르는 바람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어요. 우리가족 모두 열심히 하다보니 하늘이 도와주신 것 같아요. 사실 PRRS 때문에 돼지가 좋지 않을때는 우리 가족 모두 잠을 편하게 잔적이 없을 정도로 애정을 가지고 키워왔죠.
>>아버지
세상물정 깊이 알아야하겠기에
아들 사회생활 더 했으면 싶었지만
막상 함께하니 편해져서 고맙지
>>어머니
우리대에서 양돈 끝내려고 했었죠
휴일도 없이 일하는 아들 덕에
아프면 병원갈 수 있는 호사도
>>아들
어릴적 농장일 거들기 너무 싫었는데
점점 기력 달리는 부모님 보며 결심
아직 전문성 부족해 아쉬울 뿐이죠
# 우리농장이 달라졌어요
▲母= 바깥양반과 저는 경험만으로 돼지를 사육했는데 아들이 함께 하고 나선 농장관리가 체계화 되고 있다는 생각이에요. 규모는 작아도 HACCP인증을 받고, 무항생제 사육도 가능해졌어요. 물론 생산성도 향상됐죠. 무엇보다 번식성적이 눈에 띄게 좋아졌어요.
▲父= 축사를 다시 지으면서 1억5천만원을 들여 순환처리시스템을 도입했는데 냄새도 거의 사라지고 아주 만족하고 있어.
▲子= 처음엔 주간관리를 하다가 그룹관리로 바꾼지 2년차가 됩니다. 조합(도드람양돈농협)에서 지원하는 지역의 M-24 모임을 통해 접하게 됐죠. 교배가 잘 안되면 그룹이 깨지는 등 다소의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작년에 자리를 잡은 것 같아요. 체계적인 모돈관리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父= 조합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 거야. 옆에 있어서 하는 말(도드람양돈조합 이경재 팀장이 자리를 함께했다)이 아니라 정말 이팀장에게는 고마워.
# 만족스러웠던 한해
▲母= 사실 작년은 다 만족했어요. 그런데 늘 70%를 넘던 상위등급 출현율이 다소 떨어졌어요. 모돈구간을 조금 늘려놓았는데 비육구간은 그러질 못했어요. 허가받은 부지까지 확보해 놓았고, 축산업등록증에 있는 규모에도 아직 미치지 못하는데 행정절차 때문에 아직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FMD도 걱정이에요. 백신을 해도 안심하지 못한다고들 하니.
▲父= 작년엔 양돈이 죽을 쑬 것이라는 말들이 많았는데 정말 다행이었지. 생각하지도 못했던 ‘행운’이 온 것 같은 기분이랄까. 물론 너무 (가격이) 좋다보니 한편으론 불안하긴 해. 올해 PED 걱정은 별로 안했지. 수세 잘하고 차단방역 철저히 하고 있으니. FMD의 경우 얼마전 백신항체율이 낮게 나왔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확인과정에서 문제가 없던 것으로 나왔어.
▲子= 솔직히 질병은 별로 신경쓰지 않았어요. 우리만 잘하면된다고 생각해 왔죠.
# 내년엔 더 좋아진다
▲子= 작년에 그룹관리가 자리를 잡았다는게 개인적으론 의미가 커요. 부모님께 내색은 안했지만 내심 ‘펑크나면 큰일’이라는 불안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모돈갱신에 신경을 쓴 결과 재작년에 평균 산차가 4.5산에서 작년엔 3.5산으로 낮아졌습니다. 중요한 건 이유두수죠. 올해 복당 11두의 이유두수를 목표로 잡았어요.
▲母= 바람이 있다면 돼지가격은 어느정도 유지되면서 내년엔 평균 산자수가 2마리 정도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아들이 목표를 이룰거라 믿습니다. 우리는 따라가기만 하면 되겠죠.
▲父= 아무래도 올해는 작년만큼은 (돼지가격수준이) 안될거야. 작년엔 모돈감축과 PED 때문에 좋았지만 돼지값이 높자 농장들이 많이 늘렸어. 때문에 하반기엔 더 불안해. 돼지값 않좋을 때 살수 있는 방법은 생산성 밖에는 없다는 생각을 해. 우리 농장은 올해 PSY 1.5두만 높였으면 더 바랄게 없어.
# 꿈이요? 소망은 있어요
▲父= 사실 조합이 있으니깐 든든해. 사료부터 출하까지 알아서 다해주니. 조합 같은 곳이 더 생겨야 돼. 그리고 평생 남한테 신세 안지고 살아왔다는 한가지는 자신할 수 있어. 아들도 그랬으면 좋겠지.
▲母= 지금규모에서 모돈 50두 정도만 더 늘릴수 있도록 행정기관이 인정해주면 좋겠어요. 쪼들린 생활만 하지 않을 수준이면 되는데 정부 지원금 갚으려고 해도 현재 규모로는 너무 벅찹니다. 더구나 3년거치 7년상환의 조건은 무리죠. 5년후부터는 보수자금도 들어가야 하는데. 부담을 떠안을 아들을 생각하면 제발 정부에서 상환기간을 늘려주고 금리도 낮춰주길 간절히 부탁해요. 사실 5년 정도는 더 분만사를 맡아주고 싶었는데 나이가 드니 아픈곳도 많아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子= 어머님 말씀대로 모돈 200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눈으로 확인하며 직접 관리할수 있는 딱 그 규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