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급불균형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우유건배를 제의하고, 낙농가들을 위해 우유소비에 동참하자고 당부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은 우유가 남는데 가격을 내리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우유가 남는데 왜 가격을 내리지 않고, 애꿎은 소를 잡느냐는 보도까지 나왔다. 낙농가들 입장에선 답답한 얘기다. 실제로 우유가격은 비싼 것인가. 비싸서 소비가 안 되는 것인가. 서울·경기 지역의 마트, 편의점, 일반슈퍼 등의 흰 우유 판매가격을 직접 조사해보고 소비자들을 만나봤다.
마트마다 제살깎기 가까운 할인율에 끼워팔기 일쑤
남아도는데 왜 가격 안 내리나…일부시각에 업계 억울함 호소
대통령 우유 문제 언급 계기…국민적 소비 촉진 관심 기대
◆우유 비싼가?
지난 11일 서울 관악구 행운동 전통시장 안에 있는 A마트(일반슈퍼)에선 1리터짜리 흰 우유를 2천600~2천8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바로 옆 매대에서는 우유 두 팩을 묶어 4천250~4천35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1리터에 2천200원이 안 되는 가격이다.
같은 날 서울 천호동 ○마트(대형유통)에서는 1리터 흰 우유를 2천520~2천55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바로 옆에서는 1리터 우유 두 개를 묶어 3천280~3천950원에 판매하고 있다. 리터당 가격은 2천원이 안 된다.
같은 날 찾은 경기도 고양시 △△마트(대형유통). 우유 매대 가운데 별도의 자리를 만들어 묶음 판매 코너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에선 유업체별로 다양한 제품들이 ‘1리터×2개’로 묶여 판매되고 있었다. 가격은 3천980~4천500원으로 다양했다. 프리미엄 제품들도 20~30% 할인 판매되고 있었다. 이곳 관리자는 “작년 중반 이후부터 고정으로 묶음판매코너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유 할인판매는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항상 하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PB상품의 경우는 더욱 가격이 낮았다. 천호동 △마트(대형유통)에서는 자체 PB브랜드 우유를 리터당 1천870원에, 고양시 △△마트는 리터당 1천70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편의점에선 다소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서울의 △△편의점은 1리터짜리 흰 우유를 2천600원에 팔고 있었다.
◆ 우유는 대표적 저물가 식품
고양 △△마트에서 우유를 구입하는 50대 주부에게 “우유가 비싸냐”고 물었다. 이 주부는 “우유를 구입하는데 부담을 느끼는 경우는 없다. 과자 한 봉지 가격이 요즘 최소 1천500원 정도 한다. 다른 식료품에 비해 우유는 저렴하다”고 말했다. “가격보다 우유가 안 좋다는 얘기가 계속 들려 신경이 쓰인다”고 덧붙였다.
유가공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때문에 우유소비가 떨어진다는 지적은 모순이 있다. 지난해 중반 이후 모든 유업체가 우유판매를 위해 제 살 깎기에 가까운 할인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흰 우유의 소비자가격은 제조원가에 가깝다. 이로 인한 손해를 다른 제품에서 메워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학교우유 기준가격은 200㎖에 430원이다. 학교우유급식은 국가적으로 청소년의 성장과 건강을 위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430원은 최저가격 수준이다.
소포장이 아닌 경우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우유는 학교급식 기준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 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물 값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다.
◆대통령 우유건배 기대 큰 낙농업계
우유소비 문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에 낙농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낙농이나 축산업계와 관련이 없는 자리에서 우유 소비활성화를 통해 문제해결에 접근하자는 공식발언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한국낙농육우협회 손정렬 회장은 “우유가격을 낮추라는 요구는 낙농산업에 대한 실체 없는 안티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를 잘 해결하는 것도 낙농산업이 해야 할 몫이다”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대통령께서 우유소비활성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고 말씀하신 만큼 조속히 정부 차원에서의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최근 농협중앙회가 시작한 우유 한잔 더 마시기 캠페인처럼 전 국민이 우유소비활성화에 관심과 애정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