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우산 벗어나 치열한 생존경쟁
2년 후 흑자경영 가능 여부에 ‘주목’
농협중앙회가 유통 판매사업을 경제지주로 넘겼다. 그동안 농협중앙회가 내부 부서 또는 지사무소 형태로 운영했던 유통사업과 판매사업이 주식회사로 넘어갔다. 한 마디로 축산물 공판장의 운영주체가 협동조합에서 주식회사로 바뀐 것이다.
농협이 경제사업을 지주회사로 넘긴 것은 2012년 3월 2일에 이어 두 번째다. 1단계로 중앙회에 소속돼 있던 13개 주식회사(경제사업 자회사)를 경제지주 소속으로 넘긴데 이어 이번에는 2단계로 판매 유통사업을 보냈다. 농협중앙회는 2017년 2월 말에는 3단계로 자재 및 회원경제지원사업을 포함해 모든 경제사업을 경제지주로 이관하게 된다.
2단계 이관에 따라 농협중앙회에서 유통과 판매사업을 담당하던 부서는 주식회사(농협양곡, 농협하나로유통) 또는 부서(농산물도매분사, 식품유통국, 안심축산사업부) 형태로 경제지주로 넘어갔다. 당장은 경제지주에서 부서형태를 유지하게 된 안심축산사업부 등도 2017년에는 주식회사로 전환돼 경제지주의 자회사가 된다. ‘판매농협 구현’은 협동조합이 아닌 주식회사가 맡게 되는 것이다.
2017년이 되면 농협중앙회는 모든 경제사업을 주식회사에 내주게 된다. 모든 사업을 주식회사에 넘겨준 경제사업조직의 존립이 위협받을 시간은 계속 다가오고 있다. 경제사업 전담조직인 농업경제부문과 축산경제부문 조직에 지각 변동이 예고돼 있는 셈이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경제사업이 걷게 되는 길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협동조합의 우산에서 벗어나 다른 회사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것은 물론 어느 순간에는 수익 극대화란 목표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에 주식회사로 만들어지지 않고 경제지주 본체에 편입된 유통 판매사업들은 독립적인 흑자경영이 어렵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2년 후에는 흑자경영이 가능할지 누구도 확신할 순 없다. 주식회사는 적자가 나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 적자회사를 계속 끌고 갈 지주회사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생존마저 위협 당할 일을 경제지주가 하진 않을 것이다.
매번 흑자를 내지 않으면 공판사업의 미래도 마냥 밝을 수 없다는 얘기다.
농협 내부에선 경제지주에 이관된 사업들, 특히 부서형태로 넘어간 사업에서 당장은 협동조합과 주식회사의 차이가 발견되진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관성에 의해 몇 년은 농민조합원들이 별다른 차이를 느끼지 못할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수익’이란 목표가 날카로운 송곳처럼 뚫고 나오는 시기가 되면 협동조합과 주식회사 사이에서 어지러움을 느낄 조합원이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지주회사가 지배하는 경제사업. 치열한 생존경쟁이 존재하는 농촌, 주식회사들만 농민조합원 사이를 누빌 세상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