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기 농업연구사(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2010년과 2011년, 전국적으로 발생한 FMD의 피해액은 3조에 달하며 매몰된 돼지는 약 332만 마리에 이르렀다. 2015년 현재, 다시 FMD가 발생해 백신접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피해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지만 FMD는 축산에서 계속되는 골칫거리이다. 돼지고기 생산체계에서 종돈산업은 최상위 단계에 속하기 때문에 종돈 한 마리의 파급력은 매우 높다. FMD 같은 질병으로 종돈까지 피해를 입을 경우 돼지고기 생산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돼지고기 가격변동이 심해지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따라서 종돈 같이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기술에 대해 많은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종돈은 결국 유전자원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전자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각 국가별로 유전자원을 보존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2013년 7월 토종가축 인정제도를 도입하여 국내 유전자원 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종돈 유전자원 차원에서는 우리나라 자체 품종뿐만 아니라 국내 토착화되어 있는 외래 품종까지 고려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돼지고기는 두록, 랜드레이스, 요크셔라는 3품종에 의해 생산된다.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이다. 품종의 고유국가는 따로 있지만, 국가별로 계통을 조성하고 자신만의 토착화된 유전자원으로 관리한다. 우리나라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품종들에 대한 관리는 꼭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혈통관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취향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생산구조 역시 바뀔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다양한 품종, 다양한 계통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생산증대 위주로 개량을 했으나, 최근에는 실질적인 수익증대를 위해 다양한 개량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질병 저항성을 높이는 기술, 수퇘지 고유냄새를 낮추는 기술, 사료이용성을 높이는 기술, 고기량을 증대하는 기술 및 육질을 향상하는 기술 등이다. 국가별 특색에 따라 균형적인 선발로 수익성을 최대로 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축산 선진국에 비해 개량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아직 기술다양화가 부족하다. 우리나라 역시 수익구조에 맞는 선발, 수요변화에 따른 미래 기술 개발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형질조사, 꾸준한 자료 축적이 먼저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새로운 품종, 고수익 종돈을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질병 등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기술도 필요하다. 즉, 유전자원이 소실되더라도 그 유전자원을 그대로 또는 유사하게 복구할 수 있는 기술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 예로 수정란 및 정액 동결보존 기술을 들 수 있다. 돼지에서는 아직 활발하게 산업적으로 이용되고 있지는 않지만, 유전자원 보존차원에서 기술 수준을 높여 꼭 산업적 활용이 필요한 분야이다.
한해 돼지고기 가격이 큰 폭으로 변화하는 현재 국내 상황에서는 어쩌면 이 같은 내용이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다양한 기술력이 아닌 수익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인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장기적으로 미래를 보고 가야한다. 국가 차원의 유전자원 보호, 개량 지원도 필요하며 종돈의 가치를 국제적으로 높이기 위한 종돈장의 노력도 필요하다. 언제까지 지금 이 상황이 유지되지는 않는다. 우리 양돈 산업도 언젠가는 안정화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러는 가운데 FTA로 돼지고기 수입은 꾸준할 것이며, 수익성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