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부 협의 없이 진행…가축분뇨법 명시 절차도 무시
“해당지역 일년 내내 조사 받아야”…고시안 백지화 촉구
무허가축사 폐쇄를 가능토록 하는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가축분뇨법) 개정의 본격 시행을 계기로 축산기반을 뒤흔들 메머드급 규제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가축분뇨법 개정에 따른 후속조치로 ‘가축분뇨 실태조사의 세부절차 및 방법’ 과 ‘가축분뇨 고형연료시설의 설치’, ‘퇴액비화 기준 중 부숙도 적용시기’, ‘가축분뇨 전자인계관리시스템 운영 및 절차’ 등 모두 4건의 고시(안)를 마련, 의견수렴에 착수했다.
이 가운데 가축분뇨 실태조사의 경우 환경부 단독이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그 세부절차 및 방법에 관한 사항을 마련, 고시토록 가축분뇨법에 명시된 사안.
농축산부를 통해 축산업의 현실을 반영, 환경당국의 강력한 축산규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축산업계의 요구가 수용된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 환경부 단독으로 고시안 제정이 이뤄지면서 축산업계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게 됐다.
이번 고시안에 따르면 환경영향 평가 수준의 조사항목이 13개, 세부항목은 무려 95개에 달한다. 더구나 조사대상도 토양, 수질, 작물현황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사실상 지역단위 양분총량제와 같은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축산업계는 받아들이고 있다.
축산단체의 한 관계자는 “항목에 따라서는 연중 4회 조사가 실시되는 이번 고시안대로 라면 해당지역 축산농가들은 일년 내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정상적인 양축이 가능하겠느냐”며 “가축을 사육하지 말라는 통보와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농축산부 역시 어떠한 사전협의도 없는 상태에서 환경부측으로부터 완성된 고시안을 통보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에서 명시한 제정 절차도 철저히 무시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축산업계는 일부 조항의 수정보완 수준이 아닌 고시안 자체를 백지화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가축분뇨법에 명시된 대로 농축산부가 축산업계 및 전문가로 구성된 T/F를 구성, 별도 고시안을 마련한뒤 환경부와 재협의 과정을 거쳐 당초 취지에 맞는 새로운 지침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가축분뇨법 개정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약속했던 무허가 구제 대책은 관계부처의 말바꾸기와 절차상의 이유로 그 이행이 지지부진하거나 아예 무산될 위기에 놓이며 최근 축산업계의 동요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