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육즉석판매가공업 신설 후 교육생 참여 열기 후끈
지난달 18일 아침에 찾은 건국대학교. 과정생의 수업이 시작되지 않은 이른 시각임에도 건국대 농업생명과학대학 4층 강의실에는 지난주 육가공 실습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과정장인 김천제 교수는 직접 수업을 진행하지 않더라도 매주 수요일 학생들을 찾는다. 학생들이 칼과 육가공 기계, 고기를 다루는 고강도 실습을 하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다잡아 주기 위해서다.
건국대 즉석식육 가공유통 전문가 과정<사진>은 지난 2008년 처음 열렸다. 벌써 8년째다.
전국의 축산업계 관련 종사자뿐만 아니라 요리사, 예비 창업자까지 학생 35명으로 구성돼 있는 즉석 식육 과정 유통 전문가 양성과정은 열정만큼은 여느 대학생 못지않다.
김천제 교수는 “이 교육과정은 현업에 종사하면서 기술을 습득하고 자긍심을 높여줄 수 있다”며 “식육가공기술은 대학의 학생에게 가르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산업계에 전파해야 이 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즉석식육가공유통과정 운영이 처음부터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과정생들이 오롯이 처음부터 배움의 자세로 임하기에는 육가공의 오랜 습관을 버리지 못했고 하루 종일하는 수업이고 현업이 있다 보니 학습 집중력도 떨어졌다.
그럼에도 김 교수는 업무연관성 높은 수업방식과 열정으로 이들을 가르쳤다. 김 교수의 지도를 받았던 졸업생들은 수요일이 되면 허전함에 학교를 찾을 정도다.
이날 수업은 농협 축산연구원 종합분석센터 센터장인 장영수 교수가 수업을 진행했다. 식육처리기능사 심사위원이기도 한 장 교수의 수업은 열띤 환호속에서 시작됐다.
발골정형기술을 심사위원한테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서이다. 장 교수는 고기의 부위와 촉감을 일일이 알렸다.
무엇보다 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과정생의 동기도 가지각색이다. 현재 TMR사료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얼 안운재 대표는 67세로 나이도 지긋한 편이다. 육가공과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농가들이 생산하는 고기의 특성을 알려주고, 판매장을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도 컨설팅을 해주기 위해서 어렵게 도전하게 됐다.
창업을 위해 교육과정에 들어온 육정화 씨는 “축산학과 수의학을 전공했지만 현재 관련 일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전공을 살리고 싶은 욕심은 늘 있어왔고 지금은 교육을 받고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양식품의 최영일 이사는 현재 식육산업 종사자이다. 최 이사는 “오랫동안 식육포장처리업을 해오고 있다. 단순 발골정형 서비스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가공을 통해 수입산 식육과의 차별화를 꾀하려고 한다”며 “초기에는 프랜차이즈와 같은 곳에 유통해주고 향후에는 회사차원에서 프랜차이즈를 기획해 판매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천제 교수는 “식육즉석판매가공업이라는 업종이 신설되면서 어느 때보다도 육가공 산업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이번 과정을 통해 식육산업이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