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축산경제리서치센터, 법 시행 영향 전망 결과
“이해당사자인 농가 의견 시행령에 충분히 담아야”
국내산 농축산물 시장이 김영란법에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정부패를 방지하자는 김영란법의 불똥이 엉뚱하게 축산농가로 튈 전망이다. FTA 등 시장개방으로 사면초가에 싸여 있는 축산인들에게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명절선물로 인기 좋은 한우의 경우에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연간 최대 4천억 원대의 피해를 입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김영란법 시행령에 이해당사자인 농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협축산경제리서치센터(센터장 황명철)는 지난 6일 배포한 NH축경포커스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농축산물 수요를 크게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김영란법은 지난 3월27일 제정·공포돼 2016년 9월28일 시행될 예정이다.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농협축산경제리서치센터는 예외대상 선물금액 상한이 5만원으로 정해질 경우 농축산물 선물수요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명절 때 과일선물의 절반이 5만원 이상, 한우세트는 90%가 10만원 이상인 점을 감안한 결과다.
김영란법의 주요골자는 직무연관성이 없어도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면 형사 처벌대상이 되고, 직무와 관련해 100만원 이하 금품 수수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원활한 직무수행 또는 사교·의례, 부조의 목적으로 제공되는 선물 등 예외대상 가액범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한국법제원이 시행령 제정을 위해 지난 5월28일 개최한 공개토론회에서는 음식물 및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 이하로 예외대상 가액범위가 제시됐다.
설과 추석 명절에 주로 판매되는 농축산물 선물은 5만원 이상의 매출이 50% 이상이다. 특히 한우선물세트는 90% 이상이 10만원 이상이다. 허용대상 선물 가액이 5만원 수준에서 정해진다면 농축산물의 선물수요는 큰 폭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축산물의 월별 매출은 설과 추석이 있는 달에 평월 대비 과일은 2∼2.5배, 한우고기는 1.6배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2∼2014년 3년 평균 한우 도축두수는 102만7천657두이다. 월별 도축두수를 보면 설 12만5천393두, 추석 11만9천856두로 평월 7만8천241두 대비 각각 160%, 153% 수준을 보였다.
2012∼2014년 평균 한우 명절특수를 분석하면 농가 총수입은 4천536억원, 유통마진 3천772억원 등 총 8천308억원 수준이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50%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가정하면 유통업체 매출감소 4천155억원, 한우농가 총수입 감소액은 2천268억원으로 예상된다. 30% 영향을 가정하면 유통업체 매출감소 2천493억원, 한우농가 총수입 감소액은 1천361억원이 예상된다.
황명철 센터장은 “김영란법 시행령에서 농축산물에 대해선 품목별 예외한도 가액을 별도로 설정하거나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처벌대상 제외 등 국내산 농축산물 수요 감소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시행령 논의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농축산인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부정부패를 막자는 법이 오히려 사회·경제적 약자인 농축산인의 피해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농축산업은 최근 연이은 FTA체결에 따른 시장개방으로 생산기반 약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한우농가 감소 현상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01년 쇠고기 수입자유화 이후 15년간 한육우 농가는 약 65%(18만8천호)가 감소했다. 그만큼 시장개방의 여파를 농가들이 견디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0년 12월 29만호였던 한육우사육농가는 2015년 3월 10만2천호로 줄었다. 2014년 쇠고기 자급률은 48%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