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00여 한우농가들 국회 대토론회 참석 호소
주선태 교수 “개방시대 한우 생존 위한 고품질화”
“선물가액 설정 제한은 산업 근간 흔드는 것” 지적
권익위측 “한우농가와 소통으로 대책 마련 노력”
“살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 더 이상 농가를 벼랑끝으로 내몰지 말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큰 위기에 직면해있는 한우농가들이 그 시행에 앞서 올바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만들어야 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경북 군위ㆍ의성ㆍ청송)과 한국농축산연합회, 축산관련단체협의회 공동 주최, 전국한우협회 주관으로 지난 10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합리적인 김영란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전국의 900여 한우농가들은 김영란법이 한우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라며 한우산업을 지키기 위한 예외 규정 등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영란법은 지난 2011년 벤츠여검사 사건, 2014년 세월호 참사 비극 등을 겪으며 공직자의 비리와 부정부패를 척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면서 지난 3월 국회본회의 의결, 공포를 거쳐 내년 9월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영란법에서 정의하는 금품의 항목에는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숙박권, 입장권, 할인권 등 일체의 재산적 이익은 물론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 향응 또는 교통, 숙박 등도 모두 포함되어있다. 특히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 주최 토론회에서 그 한도 금액이 식사비용 5~7만원, 선물가액 5만원, 경조비용 10만원선으로 제시됨에 따라 한우농가들의 반발이 심해진 상황이었다.
김홍길 한우협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좋은 뜻에서 마련된 청탁금지법이지만 긍정적인 기대 속에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는 분야나 산업이 생길 수도 있는 만큼 시행령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경상대학교 축산생명학과 주선태 교수는 “그 동안 저가의 수입축산물과 경쟁하기 위해 정부와 산업계에서 정책적으로 품질고급화를 유도해왔다”며 “한우 선물세트의 경우 90% 이상이 10만원을 넘는 현실에서 이를 전부 뇌물로 단정해버리면 한우산업을 뿌리째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법 제정 발단과 추진배경, 법의 목적에서 추구하고자 했던 의도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농축산물의 경우 환금성이 높은 각종 유가증권이나 부동산처럼 재산적 가치를 갖는 이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금품이라는 항목에서 제외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경북 영천의 한 농가는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열심히 소를 키워봐야 남은 것은 빚밖에 없다”며 “많은 농가들이 폐업했지만 생업을 지키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 더 이상 축산인을 죄인으로 만들지 말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국민권익위원회 허재우 청렴총괄과장은 “김영란법이 직무와 관련없는 선물에 대해서는 규제 대상이 아닌만큼 180만 공직자가 모두 선물을 못받는 것은 아니다”며 “김영란법 시행이 소비위축요소는 분명히 있지만 신뢰가 떨어진 공무원의 태도를 개선하는 데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부정하게 유통되는 것을 없애려는 것이 법의 취지인 만큼 많은 대화를 통해 한우농가에 대한 대책을 세우려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구 농축산부 축산경영과장은 “한우산업을 보호해야할 부처 이면서 대상자인 공무원인 만큼 합리적으로 기준이 정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