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에서 말복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와 함께 채식을 권하는 행사를 일으킨 것이 논란이 됐다. 양계관련 단체들과 축산관련단체협의회에서는 즉각 성명서를 발표하고 1인 시위에 돌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지난 15일 단체장들이 일제히 박원순 시장을 직접 만나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박원순 시장은 “행사 내용을 속속들이 몰랐던 부분이 있었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축산물 소비 촉진에 힘을 합치겠다고 약속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날 회담의 분위기를 살펴보았다.
“카라 행사 취지 이탈…서울시 입장 아니다” 해명
박원순 시장, “삼계탕 애용”…채식주의 논란 일축
“농축산업 어려움 공감…앞으로도 많은 고견 달라”
◆서울시, 카라와 선긋기 나서
축산단체장들이 다소 격앙된 모습으로 회담장소에 들어서자 미리 참석해 있던 서울시 직원들은 동물보호단체 카라와 선긋기에 나섰다.
행사장에 개와 닭의 사진을 붙여놓고 ‘아직도 복날에 개와 닭을 드시나요?’라는 문구를 삽입한 것에 대해 서울시는 카라의 행사에 이름만 빌려주었을 뿐 카라의 입장이 서울시의 입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행사의 취지가 ‘육식을 하지 말자’가 아니라 ‘음식을 골고루 먹자’인데 카라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다보니 준비과정에서 행사 추진 목적이 틀어졌다는 것이 서울시의 해명이었다.
하지만 행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실무자들에 대한 축산단체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박원순 시장이 참석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 분위기가 진정될 수 있었다.
◆회담장소도 삼계탕 집에서
이날 회담의 쟁점 중에 하나는 과거 박원순 시장의 인터뷰 내용이 언론사들을 통해 보도된 것이었다.
축산단체들이 스크랩 해 온 자료에는 평소 박원순 시장이 채식을 즐겨하며 채식의 날을 운영해 시청 직원 및 시민들에게 채식을 권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박원순 시장은 “복날에는 구내식당에도 삼계탕을 메뉴로 정하는 등 닭고기 소비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채식을 권하고 있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특히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육류를 금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해당 문구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으로 죄책감이 들고 서울시의 정책이 그러한 것이 아니니 오해없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이 삼계탕 집에서 이뤄진 것도 눈길을 끈다. 해당 삼계탕집이 단골집이라고 밝힌 박원순 시장은 축산단체장들과 함께 삼계탕 한 그릇을 깨끗이 비워내며 화해의 움직임을 보였다.
◆서울시도 닭고기 및 축산물 소비촉진 협력
서울시도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그들에게 축산물을 홍보하는 등 축산단체들과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 중국,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들이 삼계탕을 많이 찾고 있어 홍보가 많이 이뤄진다면 소비촉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관광상품에 삼계탕을 먹는 코스를 넣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이날 회담을 계기로 축산단체들과 함께 대대적인 홍보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다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축산단체장들과의 만남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박원순 시장은 “평소에도 농축산업 문제에 관심이 많아 단체장들과의 만남을 갖고 싶었으나 시간적인 여력이 없었는데 오히려 좋은 기회였다”며 “서울시에서 축산업 발전을 위해 소비촉진에 앞장 설 것을 약속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고견 많이 전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