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D백신주 선정을 두고,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세미나만 해도 보름 새 3번이나 열렸고, 지난주 축산박람회가 개최된 대구 엑스코에서는 전문가 초청 심포지엄도 마련됐다. 이번 FMD 때 백신 때문에 워낙 깊은 상처를 입은 터라 보다 신중하게 백신주를 선정하려는 의도라고 보인다. FMD 상시백신주 선정과 관련, 쟁점과 현황, 그리고 계획 등을 짚어본다.
경제성 내세운 단가백신 적합 주장에
“다른 유형 유입 가능성 크다” 반박도
2회 접종 좋지만 비용·이상육 ‘걸림돌’
쟁점1
- O1 마니사+O3039 vs 안동주
현재 공급되는 주 FMD백신은 O1 마니사와 O3039 항원이 함께 들어있는 O형 단가백신이다. 기존에 쓰이던 O1 마니사 한계를 O3039가 보완해 항체형성률 등 효과를 보완했다고 보면 된다. 메리알사 제품이다. 여기에 최근 강력한 도전자가 등장했다. 안동주다.
MSD동물약품은 지난 2010~2011년 국내 FMD 바이러스를 분리해 안동주 FMD백신을 개발해 냈다. 이 백신은 긴급용으로 수입돼 홍성과 보령지역에 공급됐다. 현재 효능을 테스트 중이다. 메리알사 백신과 MSD사 백신이 경쟁구도를 그려가고 있다.
쟁점2
- 3가 or 단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충돌한다.
3가백신 진영에서는 주변국 발생상황과 국제무역 등 여건을 봤을 때 언제든 O형 외 A형 등 다른 혈청형 FMD가 발생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른 유형이 발생한다면, 현 백신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고 또 다시 FMD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단가 백신에서는 물론, 그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용과 효율을 따졌을 때 O형 단가백신을 추천한다. A형 등 다른 혈청형은 항원뱅크시스템을 통해 대비할 것을 주문한다.
쟁점3
- 1회 접종? 2회 접종?
원래 FMD백신은 2회 접종용으로 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비용이 워낙 많이 들고, 노동력 때문에 1회 접종으로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FMD 확산이 이러한 편의적 발상이 한몫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다시 2회 접종으로 돌리기도 쉽지 않다.
역시 비용문제다. 이 경우 현재보다 2배 많은 정부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50%를 자부담하는 농가입장에서도 2회 접종을 피하고 싶다. 어떻게든 1회 접종으로 그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하소연한다.
여기에 이상육이 불거진다. 1회 접종하면 20~30%이지만, 2회 접종하면 70~80%에서 이상육이 나오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쟁점4
- 과태료 부과 기준
접종 위반농가를 적발하는 과태료 부과기준은 항체형성률이다. 항체형성 여부는 PI값으로 따진다. 예를 들어 PI값이 50 이상으로 20~30% 이상에서 항체가 나오면 통과다. 하지만, PI값이 30~40에 머문다면 항체는 형성되지 않은 거다. 최근에는 접종 증빙자료 제출 등 형태로 상당부분 보완됐다. 이를 두고 한켠에서는 항체형성 여부를 결정하는 PI값 기준을 대폭 낮추고, 오히려 항체형성률 기준을 올려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쟁점5
- 이상육 대책
농가에서 FMD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상육이다. 농가에서는 이상육이 발생하면 5천원~1만원을 떼인다.
방역당국에서는 목 부위에 1두1침으로 정확히 접종하면, 이상육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하기 쉽지 않다. 거기다 2회 접종으로 돌아간다면 이상육 발생은 더 늘어날 것이 불보듯 뻔하다. 제조사측에서도 부형제 변경 등을 통해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안은 없다. 그래서 이상육 출현에 대한 정부 보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는 실정이다.
쟁점6
- 백신가격
백신가격은 정부예산이면서 농가부담이다. 최대한 싸게 들여오는 것이 경쟁력이다. 현재로서는 안동주 백신은 상대적으로 싸다. 러시아 등 현재 백신 외 다른 FMD백신도 있다. 그런 면에서 경쟁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꽤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쟁점7
- 대안은 국산화
결국 대안은 국산화라고 입을 모은다.
국산화되면 필요할 때마다 유기적이면서도 능동적으로 꺼내쓸 수 있다는 거다. 이것은 최근 완공한 검역본부 구제역백신연구센터에 기댈 수 있다. 백신연구센터는 시험가동과 BL3 인증절차를 밟은 후 내년 2월 정상가동 예정이다.
이미 안동주를 이용한 불활화 백신 종독주를 개발하는 등 상당한 진척도 보이고 있다. 다만, 종독주를 개발했다고 해도, 백신자체를 국내생산하기는 만만치 않다.
제조업체 기술력이 아직은 따라오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국내 시장규모만으로는 제조시설 건립 등에 선뜻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제조사측에서는 현재보다 2배 이상 많은 연 1억두 분량은 돼야 제조시설을 건립할 수 있다고 말한다.
- 백신주 선정 추진 계획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쟁점과 현황 등을 면밀 검토해 FMD 상시 백신주 선정에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정을 보면,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전문가협의 등을 거쳐 이달 중 FMD 상시 백신주 후보를 농림축산식품부에 보고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해서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음달 가축방역협의회 등을 가진 후 상시 백신주를 선정한다.
일정대로 진행된다고 해도, 올해 안에 새 백신주가 공급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우선 제조사가 항원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공급일이 갈린다. 항원 생산에는 대략 3개월 가량이 소요되기 때문에 항원이 없다면 최소한 그 기간만큼은 더 기다릴 수 밖에 없다. 항원을 현재 갖고 있다고 해도 주문과 생산, 국가검정 기간 등을 감안할 경우 상당한 기일이 필요하다.
물량 역시, 새 FMD백신 프로젝트를 좌우하는 향방이다.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물량을 대기는 제조사 여건이 받쳐주지 않는다. 결국 현 백신 시스템이 올해는 계속 유지되고, 내년 초 이후 새 백신으로 조금씩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