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변수 외면…과장·왜곡”
국내선 “소비량 적어 연계 무리”
권장량 가이드라인 필요성 제기
WHO가 가공육과 적색육을 주요 발암물질로 분류하면서 전세계가 술렁이고 있다.
국내 축산업계는 일단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는 등 이번 WHO의 결정이 가져올 여파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양한 변수 적용안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최근 가공육을 알코올, 흡연, 석면, 비소, 플루토늄과 함께 발암물질 ‘1군’, 적색육은 제초제 성분인 글리포세이드, 무기납 화합물 등이 속해있는 ‘2군’으로 지정했다.
가공육의 경우 매일 50g이상 섭취할 때 대장암 발생가능성이 18% 증가한다는 ‘강한 근거’에, 적색육은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매일 100g이상 섭취시 대장암 발생가능성이 17% 증가한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WHO는 밝혔다.
그러나 요리방법을 비롯한 다양한 변수는 감안치 않은데다 가공육이 1군이라도 담배와 석면만큼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단서를 달면서 그 배경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 소비자불안 해소 안간힘
전 세계 축산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북미육류협회와 북미육류연구소는 고기와 암이 무관하다는 수많은 연구와 고기의 영양적 측면을 무시한 채 사실을 과장·왜곡했다며 WHO의 결정을 정면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식육을 섭취할 수 있다. 다만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식품농업부 장관도 ‘아무도 소시지를 먹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섭취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리 실정엔 적용 ‘무리’
국내 축산업계는 WHO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요약분이 전부인 현실을 감안,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WHO의 발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도 적지 않은데다 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육류제품 소비가 미미한 식문화를 감안할 때 우리나라에서 여과 없이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면서도 “다만 시장에 미칠 파괴력이 클 수도 있는 만큼 시장동향과 소비자 반응을 예의주시하면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 이천일 축산정책국장은 이와 관련, 지난달 28일 축산 및 소비자단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WHO의 발표는 예방적 의미가 큰 것일 뿐 고기를 먹지 말라는 게 아니다”며 “적정소비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육가공품 소비 급감
하지만 직격탄을 맞은 육가공업계는 보다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서고 있다.
한국육가공협회는 WHO의 발표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WHO가 언급한 섭취량 보다 수배 이상 가공품을 섭취하는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은 대표적인 장수국가라면서 5대 필수영양소에 포함된 육류제품을 석면이나 비소와 같이 취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육가공품 소비량은 연간 4.4kg으로 독일의 14%, 육류소비량 역시 미국과 OECD의 절반수준에 불과한 만큼 WHO의 결정과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 육류제품을 마치 먹어서는 안될 식품으로 단정짓는 듯한 정책추진 계획이 검증없이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축산업계의 반발이 확산, 언제까지 ‘신중모드’가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와 소비자단체는 물론 축산업계에 일각에서도 국내 식문화를 고려, 육류제품의 적정소비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어 향후 추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