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우 전문연구원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매년 이맘때쯤 되면 지난해를 돌아보고 이듬해 계획을 세우느라 바빠진다. 연말이면 항상 다가올 새해 계획 수립에 필요한 자료들에 관심이 커지게 마련이다. 이 글에서는 먼저 한우산업의 수급 상황을 중심으로 지난 2015에 있었던 우리나라 한우산업을 되돌아보고, 다가오는 2016년에 대해 전망하고자 한다.
사육마리수·도축두수 감소…수입량은 증가 예상
번식의향 높아 송아지값 강세 여전…신중 입식을
고품질화 노력…계획 입식·출하 어느때보다 중요
◆2015년 한우산업 회고
불황 극복 노력의 결실 맺은 2015년
한우산업은 수급 불균형이 되풀이되는 사이클이 있다. 과거에는 불황에서 호황, 다시 침체에 이르기까지의 한 사이클이 5~12년 정도였으며, 점차 그 주기가 길어지고 있다. 한육우 사육두수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지난 2001년 한육우 사육 마릿수가 140만 6천 마리를 기록한 이후 12년 정도 증가세가 지속되었고, 2012년 12월에는 306만 마리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사육 마릿수 과잉은 한우 가격 약세로 이어졌고, 지난 2011∼2013년 동안 한우산업의 불황은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2015년은 불황을 극복하고자 노력한 한우업계가 결실을 맺은 해로 기록될 것이다. 한우산업은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암소감축사업, 대규모 소비촉진행사, 정육점형 식당 활성화 등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부단한 노력을 하였다.
2012년부터 시작되어 2013년 5월까지 실시된 암소감축사업은 정부에서 10만 마리, 농협에서 자율적으로 10만 마리 등 총 20만 마리를 감축하였다. 이와 더불어 자조금과 농협을 중심으로 대규모 소비촉진 행사가 연중 진행되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당초 201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던 한우산업의 불황이 짧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추석 이후 한우 도매가격이 회복세를 보였으며, 2015년에는 강세를 보이면서 농가 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송아지 가격 또한 강세로 이어져 번식우 농가에게 도움을 주었다.
2015년 한육우 사육 마릿수 감소 세 지속
2001년 이후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연평균 8.0%씩 증가하여 왔다. 2003년 12월 미국의 BSE 발생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중단되었고, 한우 사육두수 증가속도도 급속히 빨라졌으며, 그 정점이 지난 2012년 306만 마리였다. 이후 도축 증가와 송아지 생산 감소로 2013년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292만 마리, 2014년 276만 마리까지 감소하였다. 2015년 9월 사육 마릿수는 275만, 연말이 되면 266만 마리까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암소 감축으로 2015년 9월 가임 암소두수는 114만 마리를 기록, 정점(2012년 6월 131만 마리)에 비해 약 17만 마리가 감소하였다. 한육우 사육 농가수는 9만 6천 가구로 전년 동기보다 1만 3천 호(12.2%) 감소하였고, 호당 사육 두수는 28.6마리로 전년 동기에 비해 2.4마리(11.2%) 증가하는 결과를 보였다. 규모별 특성을 보면, 소규모 농가 폐업으로 규모화가 진전되는 가운데, FTA 폐업지원 등으로 한우 농가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축 마릿수는 감소
송아지 가격 강세로 암소 출하가 감소하면서 2015년(1∼11월) 한육우 도축 두수는 2014년 동기간보다 4.4%가 감소한 86만 마리였으며, 이중 한우 암소 도축은 37만9천 마리로 전년대비 7.9% 감소하였으나, 수소는 42만9천 마리로 0.8% 증가에 그쳤으며, 육우는 5만2천 마리로 오히려 16.5%나 감소하였다. 결과적으로 도축에서 암소가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2015년 도축 마릿수는 연초 설 시점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가격 약세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FTA 폐업지원 이후 대규모 농가의 암소비육 증가로 이어졌으며, 송아지 가격 강세에도 불구하고 평년(34만 8천) 수준보다 암소 출하가 많이 되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내 가격 강세로 쇠고기 수입량 증가
수입 쇠고기 시장은 국내 한우 도매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수입육은 쇠고기 시장에서 부분적으로 국내산과 대체관계를 갖는다. 올해 1∼11월 쇠고기 수입량은 26만 8천 톤으로 전년 동기간에 비해 6.4% 증가하였다. 2015년 우리나라의 쇠고기 수입량은 작년보다 증가한 29만 톤을 상회(2003년 수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선별로 살펴보면, 호주산과 미국산은 작년보다 수입이 늘은 반면, 뉴질랜드산은 감소하였다. 이미 발효 중인 미국과 호주 FTA로 수입육 시장의 경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입식의향 높아 송아지 가격 강세
2012년 말을 기점으로 산지 소 값은 바닥을 치면서 상승세가 지속되었다. 2015년 12월 평균 수송아지 가격은 전년 동월 227만 원보다 30% 이상 상승한 300만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암송아지 가격은 전년 동월 174만 원보다 40% 이상 상승한 260만 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번식의향이 회복되면서 2015년 12월 우시장 암소가격(600kg)은 작년보다 30% 상승한 600만 원 전후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송아지에 대한 미래 기대수익이 호전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시장에서는 과열 입식 현상까지 나타났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이 둔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우 1등급 도매가격 강세 지속
2013년 8월까지만 하더라도 공급 과잉에 따라 한우 도매시장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였다. 그러나 이후 추석 수요 증가시기에 맞추어 대규모 할인행사 실시와 수산물 대체 수요 증가 등의 요인에 의해 도매가격이 강세로 전환되었다. 2015년에는 2∼3등급 가격이 2014년의 1등급 수준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 12월 한우 1등급 도매가격은 작년보다 27% 상승한 1만7천800원/지육kg으로 나타났으며, 2∼3등급의 경우 공급 부족으로 작년보다 26∼28% 상승한 1만4천∼1만6천원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6년 한우산업 전망
사육두수 감소세 ’17년 이후까지 이어질 듯
사육관련 지표들을 검토해 보면, 2016년도에는 사육 마릿수 감소 요인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세와 2세 이상 사육 마릿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2016년 송아지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한우 정액판매량이 2015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송아지 생산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한 사육 마릿수 감소국면을 벗어나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암소 출하 정도에 따라 한우 사육 마릿수 감소세는 2017년 이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우고기 소비기반이 늘어난 만큼 송아지 생산 또한 늘려야 한다.
2세 이상 사육 마릿수가 적어 2016년 도축은 2015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축 감소분보다 송아지 생산 감소분이 더 커, 2016년 한육우 사육 마릿수는 2015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260만 마리 수준을 하회할 수 있다. 국내 가격 강세가 지속될 경우 쇠고기 수입량 증가 추세는 2016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시행, 소비시장 직격탄
송아지 부족으로 산지 우시장 송아지 가격이 강세가 지속될 경우, 번식의향이 높아 2016년에도 암소가격은 강세가 예상된다. 이러한 송아지 가격 강세는 비육우 원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농가들은 입식에 신중해야 한다. 암소 도축이 평년보다 많다는 것은 향후 번식기반에 대한 우려를 낳을 수 있으므로 암소 도축 자제가 요망된다.
한우고기에 대한 수요가 일정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사육 마릿수 감소에 따른 도축 감소로 2016년 한우 도매가격은 강세가 예상된다. 수요측면에서 우려할 사항은 도매가격 강세가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어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경우, 가격 저항에 따른 수입 쇠고기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위축과 일명 ‘김영란법’ 시행 또한 한우고기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는 과거 가격 강세국면에서 등급 출현율이 낮을 경우 소득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사례를 많이 경험했다. 그러므로 농가들은 품질 고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16년 한우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계획 입식과 출하가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