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성 담은 축산업계 CSR 활동
국민의 마음을 움직인다
언제부터인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전 세계 경제계의 핵심키워드가 됐다.
윤리적이고, 선한 이미지의 기업브랜드를 향상시켜 소비자에게 어필하려는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경제 주체의 의무처럼 굳혀졌다.
국내에선 지난 1984년부터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를 슬로건으로 나무심기와 숲가꾸기 캠페인을 전개, 10년간 무려 5천만 그루의 나무를 심고가꾸는 결실을 맺은 유한킴벌리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산림을 훼손할 수 밖에 없는 회사가 나무심기 캠페인을 통해 국내 최고의 환경친화-윤리경영기업이자, 우리 국민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CSR, 어느 산업보다 앞서 축산현장에 접목
동반성장 노력 지역사회 감동…민원 해소도
‘축산업 가치’ 인정받을 가장 효과적인 대안
단순 기부 형태 넘어 다각 방식 영역확대를
#축산 홍보효과 ‘한계’
유한킴벌리의 사례는 미곡을 제치고 국민의 식단을 책임지고 있는 식량산업이자, 직접 생산액이 연간 17조, 연관산업까지 감안하면 총 60조원에 이르며 농촌경제를 주도하면서도 그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채 오히려 지역사회로부터 거부당하기 일쑤인 국내 축산업계에 던져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
CSR이 축산업과 축산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속에서 국민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안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적잖은 마케팅 전문가들이 축산업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그간 축산업계가 쏟아온 관심과 노력 자체는 높이 평가하면서도 “자신들이 속해있는 산업이 국가적으로 중요하다는 축산업계의 호소를 단순한 홍보 수준 이상으로 받아들일 국민들이 얼마나 될지 냉정히 판단해 봐야 한다”는 충고를 잊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CSR에 보다 깊은 관심을 축산업계에 주문하고 있다.
축산자조금 홍보사업에 참여했던 마케팅 기업 관계자는 “경제적 비중에 걸맞는 CSR을 수행하고, 이를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다면 굳이 요구하지 않아도 축산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며 “냄새가 조금 나더라도 정부와 국민들이 기꺼이 감수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양돈산업 역시 오랜 세월 이러한 과정을 거쳤기에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CSR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를 감안할 때 수입육으로서는 선택할수 없는, 하지만 그 어느 방법보다 훌륭한 국내산 축산물의 홍보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농장유지 위한 필수요인
사실 CSR은 어떤 산업이나 기업 보다 앞서 ‘선행’, 즉 자선적 사회공헌사업 형태로 축산현장에 접목돼 왔다. 다른 농업품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속성장을 구가, 농촌지역에서 그 존재감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양축농가들에게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꾸준히 높아져 온 상황. 더구나 축산의 전업화 규모화 추세는 환경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며 지역주민과의 교감이 안정적인 농장경영을 위한 필수요인으로 고착화되는 배경이 됐다.
처음에는 주민행사를 협찬하거나 마을 기부금 조성에 동참하는 수준에서 이뤄지던 양축농가들의 교감노력은 지역사회와 대한 발전기금 기부와 장학사업,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에 이르기 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양축농가들의 이러한 행보는 자연히 지역조합 뿐 만 아니라 유관기업, 공공기관, 학계 등 축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어느새 해당지역 사회사업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다양한 축산현장에서 CSR의 효과가 일상에 젖어들고 있는 양상이다. 충남에서 돼지 3천500두를 사육하는 양돈농가의 사례는 많은 축산인들로 하여금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연고가 없던 지금의 터로 농장을 옮긴 10년전부터 지역사회 활동을 지속해 왔다. 솔직히 주위의 권유에 이끌려 시작했을 뿐 큰 효과는 기대하지도 않았다”는 그는 “하지만 귀촌으로 새로운 이웃이 된 주민의 민원이 해소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다른 마을분들이 중재를 자청한 결과였다. 나름 깨끗하게 농장을 관리해온 것도 도움이 됐지만 평소 이들과 교감이 없었다면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적 욕구엔 역부족하지만
‘삶의 질’ 에 대한 국민적 욕구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는 축산이 환경오염 산업이라는 막연한 거부감을 확산시키며 보다 업그레이된 형태의 CSR을 요구하게 됐다.
마을주민 수준을 넘어 국민적 교감이 필요하게 됐지만 지역에 국한된 CSR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것이다.
축산자조금은 새로운 돌파구를 필요로 했던 축산업계에 더없이 반가운 존재가 됐다. 축산자조금사업을 통해 전 국민으로 대상을 넓힌 CSR활동이 시도되면서 그 접근 방법도 보다 체계화, 다양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축산업계의 CSR노력이 국민들에게 표출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가장 큰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실상 국내 축산업계 최초이자 유일의 CSR전문기구인 나눔운동축산본부의 출범으로 축산업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나눔축산운동본부는 지난 2012년 2월13일에 정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은데 이어 한달여 뒤에는 기부금단체로도 지정,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재원조성과 활용에 이르기까지 범 축산업계가 결집, CSR사업 효과가 극대화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진정성 인정받아야
이같은 행보에도 불구하고 CSR활동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축산업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기만 하다. 최우선 과제가 진정성을 인정받는 것이다.
외부의 시선만을 의식한 요식행위에 그치거나 경영사정에 따라 수시로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는 사례가 속속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은 이제 CSR 수행 주체의 ‘진정성’ 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 이에따라 생산활동의 시작부터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요구를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 창출)가 각광을 받고 있다.
CSR 전문가는 이와관련 “CSV가 접목돼야 비로서 CSR이 완성된다는 시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며 “축산업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자 사회적 요구가 바로 환경이다. 환경은 CSV의 중요 요인인 만큼 법적 의무를 넘어 최대한 국민이 실감할 수 있는 환경개선 노력도 병행돼야 축산업계의 CSR 사업이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차별화되면서도, 연속성을 확보한 CSR 수행 주제를 발굴하고 실천하는데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나치게 ‘자선적 사회공헌사업’으로 편중될 경우 국민적인 관심의 유발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그 배경이다.
이에 국내외 성공사례를 감안, 축산만이 가진 강점을 활용하거나 오히려 축산의 취약점으로 지목돼온 환경을 부각시킨 CSR 활동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제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축산업계의 지속적인 참여 없이는 어떠한 시도도 무의미할 수 밖에 없다. 결국 CSR의 성공적인 수행과 국민의 변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축산업 실현’은 축산인 자신들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