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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 한우가격, 과연 너무 높은 것인가?

  • 등록 2016.03.18 10:14:46

 

정경수 교수 (건국대학교)

 

요즘 한우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서 한우고기 수요를 수입쇠고기 시장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최근 열렸던 한 전문가협의회에서는 “한우가격이 높게 유지되어 산업 전체로 봤을 때 부정적인 측면이 많고, 한우가격 상승 추세에 따라 수입육의 소비가 늘고 있어 수급과 관련해 사육두수의 증가를 통한 가격 안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고 한다 (축산신문, 2016.2.19.).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문제가 있는 주장인데 다른 축종에 대한 파급효과까지 염려되는 터라 정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지금의 한우가격이 우려할 정도로 높은 수준인가를 살펴보자.
2016년 1~2월  한우지육 kg당 평균가격은 1만8천361원으로 명목가격으로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가격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전문가들이 한우가격이 너무 높다고 오해하는 듯하다. 그런데 그처럼 걱정할 정도로 가격이 상승해왔는데도 불구하고 어째서 한우농가의 순수익은 계속 마이너스(-)를 면치 못했을까? 통계청 발표를 봐야 알겠지만 아마 작년에도 번식농가와 비육농가들이 겨우 (-) 순수익을 면했다면 다행일 정도일 것이다.
한우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수익구조가 그다지 개선되지 않았다면 도대체 왜 그럴까? 마치 한우가격만 크게 오른 것처럼 착각하면 안된다. 실상은 물가상승에 따라 사료비나 인건비와 같은 생산비도 동반 상승하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이 더딘 것이다.
따라서 물가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가격으로 소값을 계산해봐야만 과거에 비해 농가소득이 향상되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2016년 현재 소비자물가는 2000년 대비 37.4%나 상승하였으므로 요즘 한우를 출하해 얻는 한우농가 소득은 2000년과 비교해서 37.4%만큼 깎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우가격 변동의 실질적 효과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명목가격이 아닌 실질가격으로 따져봐야만 한다.
실질가격으로 환산한 2016년 1~2월 한우지육 가격은 kg당 1만5천965원이다. 2000년 이후로는 2003년에 가장 높은 1만9천655원이었으므로 현재 가격은 2003년에 비해 20%나 낮은 수준이다.
2011~2013년 기간에는 2003년 대비 60%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정도로 폭락하여 2000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다가 2014년 이후 오르기 시작해서 현재는 가격 폭락 이전인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다. 또한 현재 가격은 지난 16년간 평균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현재 한우가격이 너무 높다는 주장의 충분한 근거가 없다고 하겠다.
더군다나 한우가격 상승으로 마치 한우농가들이 큰 이윤이나 얻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할 주장이다. 근래에 들어 열악한 경영구조를 못 견디고 번식우 농가들이 대거 퇴출하는 과정에서 일관경영 한우농가들이 증가했는데, 기존의 비육우사육 수익구조마저 악화되지 않을까 학자들 간에 상당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공급을 늘려 시장가격을 인위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발상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수급조절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추론이나 단편적 자료분석에 의거하여 예단할 것이 아니라 정확한 시장자료를 분석하여 얻어진 과학적 증거를 토대로 판단해야만 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두 번째로 살펴볼 것은 한우가격이 지나치게 높아 수입쇠고기 물량을 증가시켜 한우고기 수요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이다. 한우가격이 오르면 수입쇠고기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분명히 맞는 사실이다.
문제는 그것이 걱정할만한 심각한 영향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입쇠고기 물량이 증가했다면 경기불황에 따라 값싼 쇠고기에 대한 소비층이 증가했을 수 있고 국민 전체 쇠고기 소비량이 증가한데 원인이 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수입상의 수요증가 기대심리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것이므로 더 충분한 자료를 수집하여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최근 3년간 한우가격이 상승했는데 쇠고기 수입물량도 덩달아 늘었다는 매우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소비 대체효과가 컸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보다 과학적 연구에 기초해 설명한다면, 국내 고급육 시장을 차별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한우고기를 수입쇠고기가 대폭 대체하는 것은 단기간 내에 어려운 일이다.
이는 교차탄력성을 이용해 설명이 가능한데, 최근 한우자조금 연구용역에 의한 한 연구가 한우고기와 수입쇠고기의 교차탄력성을 실증적으로 계측하였다. 이에 의하면 한우고기 가격이 1% 상승할 때 수입쇠고기 수요는 0.134~0.154% 증가한다고 추정되어 그 대체효과가 제한적임을 밝혔다 (정경수·김민경·서한손, 2015). 이 연구는 국내 쇠고기 시장에서 한우고기가 수입쇠고기와는 차별적으로 안전성과 고품질을 유지하면서 고급육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는데, 한우가격이 올라 수입쇠고기 소비가 크게 늘었다는 추론에 대해 의문을 던지기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
복잡한 경제현상을 정확히 분석하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경제학 지식이 필요하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도 때로는 경제학원론으로 돌아가 시장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럼으로써 시장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같은 원론적 맥락에서 볼 때 정부나 농가들은 인위적으로 수급을 조절함으로써 시장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너무 과신하면 안된다.
수요를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정부와 생산농가들은 시장의 수급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출하조절을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원하는 대로 공급을 조절하여 시장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한우를 출하하려면 임신기간 10개월에 사육기간이 약 30개월 필요하여 최소 40개월 정도의 생태학적 기간이 소요되는데 각 생육단계에서 적정한 생산수준을 결정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자유시장제도 하에서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급조절은 단기적이고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한계를 인식해야 하며 절대로 이에 과신하여 장기적 대책마련에 소홀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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